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 세례, 성경, 성찬례, 기도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례란 예수와 함께 "심연"에 서는 것을 뜻합니다. 나 자신을 포함해 모든 인간이 겪는 곤경이라는 심연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심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심연에서 성령은 인간의 삶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다시 창조하고 새롭게 합니다. - P27

우리는 주고받음의 거대한 관계망에 속한 셈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통해 이루는 연대, 고난을 끌어안는 연대는 또 서로와 하나 되는 연대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가리켜 몇몇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은 좀 어려운 용어로 "상호내재(co-inherence)"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결속되며", 우리의 삶은 서로 얽히게 됩니다. 그리스도인 한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퍼지며,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개개인에게도 이릅니다. - P34

세례받은 삶이란, 우리에게 서로를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제공해 주는 삶입니다. 또 화해를 이루고 다리를 놓고 깨진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삶입니다. 세례받은 삶은 정의와 자유를 추구하는 삶이요, 그 자유로 인간 사회의 삶을 하나님의 지혜와 질서와 정의가 반영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 일하는 삶입니다. - P40

죄를 짓는다는 것은 이를테면 여러분을 에워싼 심연을 고의로 모르는 체하고, 또 곤경에 처한 세상의 현실을 덮어버리며 하나님의 사랑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장막들을 다시 거둬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회개의 기도에 힘쓸 때, 세례를 통해 열리는 그 심연이 다시 여러분의 내면과 주위에서 솟구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P42

성경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비유 덩어리라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내 말을 듣고 나를 이해하고 내게 응답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것은 내가 그들에게 준 선물이다. 이것은 그들이 보인 응답이다. 이 이야기에서 너는 어느 쪽이냐?" - P54

우리는 전체 이야기에서 별것 아닌 작은 부분을 뽑아 그것을 우리 행동을 인도하는 모범으로 삼고자 하는 유혹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흔히 그런 잘못된 길로 빠졌으며 그 모양이 썩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성경을 예수에 관한 비유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 전체는 여러분 자신을 새롭고 좀 더 바르게 보게 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초청이요, 선물이자 도전입니다. - P56

성경 읽기는 그 시대와 현대 사이의 유사점들에 비추어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또 성경 읽기가 성숙하고 발전할 때면, 하나님께 신실한 응답과 그렇지 못한 응답이 어떤 것인지 예수께 비추어 분별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일은 여러분이 그리스도를 성경 읽기의 중심이자 초점으로 삼을 때 일어납니다. - P65

이렇게 우리는 함께 읽고 함께 듣습니다. 성경을 방에 홀로 앉아 나만 펼쳐 읽는 책이라고 보는 그림을 버리고 다른 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그림은 이렇습니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회중 앞에서 한 사람이 하나님의 이야기를 전하고, 이어서 모든 사람이 스스로 그리고 서로에게 "이 이야기에서 어떻게 우리의 모습을 알 수 있을까? 이 성경 읽기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함께 새로워질 수 있을까?"라고 묻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이는 표징일 뿐만 아니라 그 삶이 시작되는 원천이 됩니다. - P68

이렇게 서로 환영하고 환영받는 일은 복음서들에서 예수의 사역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핵심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예수꼐서 지녔던 산뜻하고 인격적인 기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또 그분의 주된 사역에 곁들여진 장식품, 곧 여분으로 보기 좋게 곁들인 요소도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께서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사용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입니다. (...) 예수께서 사역하면서 사람들과 함께했던 식사는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일을 시작하는 방법이었고,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도록 기초를 다지는 방법이었습니다. - P76

예수를 가까이 따르는 일은 예수께서 지닌 초청하는 자유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자유롭게 내어놓아 연대와 교제가 간절히 필요한 사람들을 기꺼이 환영하는 자리로 만듭니다. 우리는 성찬례를 함께 나눔으로써, 지금도 계속되는 예수의 다리 놓는 사역에 참여합니다. 예수께서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두려워하는 습성에서 생겨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구렁에다 다리를 놓는 크고 중요한 과업을 이루셨으며, 또 그 과업에 비추어서 동일한 능력으로 인간들 사이의 구렁에다 다리를 놓고 그들을 함께하는 삶으로 인도합니다. - P79

우리는 모든 순간과 물질의 안과 배후와 그 심연에 은혜로운 하나님이 계신 것을 인정하는 태도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간 대부분을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우리는 표층에서 살며, 우리 마음에 드는 것과 우리 목적에 도움이 되는 것들만 봅니다. 사물들은 고유한 깊이와 온전성을 지니지 못하며, 단지 우리가 착취하고 남용할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찬례의 떡과 포도주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전체 세상을 귀하게 여기고, 또 매 순간마다 그 이면에서 하나님께서 나눠 주신 영광이 약동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태도가 생겨납니다. - P83

모든 일에 감사한다는 것은 모든 일을 보면서 "아, 저것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정하신 일이야"라고 말하고는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않은 채 눈감아 버리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또 고난과 공포에 휩쓸린 상황들을 보면서 "저렇게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감사한다는 말은 어떤 상황이나 사람의 내면 깊은 곳을 꿰뚫어 보면서 거기 어딘가에 은혜로운 하나님께서 계심을 인정하고, 나아가 하나님께서 더욱 많은 은혜를 주셔서 새 일을 행하시고 변혁을 이루실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을 뜻합니다. 또 나 자신을 바꾸고 내 주위 사람과 나를 에워싼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씨름할 때, 내가 찾고 또 나 자신을 던져 맞서는 그것이 다름 아닌 숨어 있는 실재, 곧 결코 지치지 않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 P93

기도란 예수께서 여러분 안에서 기도하시도록 맡기는 것이요, 우리의 이기적인 생각과 이상과 희망을 점차 그분의 영원한 사역에 일치시켜 가는 길고도 때로는 힘겨운 과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살아생전에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날 밤 고통과 고뇌가 극에 달했던 그 순간에도 자신의 인간적인 두려움과 희망, 열망, 감정들을 아버지를 향한 사랑으로 감당하고 아버지와의 영원한 관계 안에 품었던 예수를 본받는 것이 기도입니다. - P99

기도는 사사롭고 편협한 행위가 아닙니다. 기도에서는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몸과 인류라는 가족에 소속됨을 주제로 다룹니다. 여러분이 기도를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제대로 간파한다면, 이 세상이 변하게 됩니다. 또 여러분이 기도를 통해 점차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 일치될 때, 하나님의 권능은 여러분 가운데 임하고 여러분을 통해 이러한 관계의 치유를 이루게 됩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거나 그 결과로 화해와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기도하는 까닭은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진정 여러분 안에 계실 때, 여러분 주위로 점차 정의와 화해가 퍼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 P111

의로운 삶이란 이기심이라든가 타인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기도는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예수의 생명입니다. 그런 까닭에 화해와 자비, 하나님의 사랑과 환영을 다른 사람들에게 값없이 베푸는 일 같은 인간됨의 특정 방식들과 기도가 철저하게 결합된다고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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