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보면 아내가 보인다 -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한 실제적, 실용적 지침서
김운영 지음 / 더로드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음에서 운영하는 미즈넷이라는  커뮤니티에 종종 들어가곤 한다.
며느리방, 유부남방, 결혼생활방 등등의 카테고리에 맞게 글을 올리고 답글을 다는데 대부분의 글들이 남편 때문에 못 살겠다, 시댁 때문에 미치겠다, 이혼하고 싶다 같은 자극적인 글들이다.
명절 즈음에는 도대체 왜 시댁 먼저 가야 하냐, 시댁에 뭘 그리 오래 있어야 하냐,
김장철에는 난 김치 그냥 사 먹어도 되는데 왜 굳이 며느리를 불러 김장을 하냐 등등의 성토 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본문의 글도 재미있지만, 그 글들에 달리는 댓글도 꽤 흥미롭다.

부부 사이의 갈등, 행복하고 싶은 마음, 갈라서기 전에 한 번 더 노력하고 싶은 마음...들은 모두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고민하고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겠지.

가끔 혼자 여유 시간이 생길 때, 누웠는데 잠이 안 올 때, 신랑 때문에 짜증 나는 날에 종종 들어가 글을 읽는다. 그러면서 좀 웃긴 게 '흠, 저 집 남편에 비하여 우리 집 남자는 괜찮네.' '저 시댁에 비하면 우리 시댁은 뭐 말할 것도 없네' 같은 이상한 비교를 하게 되고, 막 피어오르던 짜증이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했다.

결혼생활마저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쓴웃음이 나면서도 또 습관처럼 클릭하고 있는 나를 본다.

 

 영원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주제다.
행복한 부부로 사는 것, 이혼하지 않고 오래 같이 사는 법 같은 거 말이다.
<<남편을 보면 아내가 보인다>>는 남편의 위치에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여성이 아닌 남성이 쓴 부부에 관한 이야기라서 흥미가 생기기도 했고, 궁금했다. 그 간엔 늘 여성의 입장에서 쓴 글을 접해왔다. 대부분 여성 저자 입장에서 쓰는 비슷한 글들은 여성의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기'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그래서 공감했고 위로받았었다.

이 책에서는 '공감' '이해' '배려'라는 단어가 주를 이룬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행복한 부부로 살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자 비결이 될 거라고. 부부 둘 중 한 사람만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다. 한 사람만 읽고 생활에 적용시키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배려하는데 응??' 같은... (좀 과장이지만)

우리 집에서도 아직은 나만 읽었다. 곧 신랑 손에 들려주고 읽게 할 참이다.
문제는 우리 부부는 서로 각자 책은 많이 읽는데 서로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공유하는 소통은 많지 않다는 것. 이 책을 시작으로 어디 좀... 토론 시간을 가져볼까나.

저자는 오랜 시간 공직사회에서 일을 했고, 홀어머니를 잘 모시고 살 것 같은 여자를 고르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신혼 초 드라이클리닝해야 하는 옷을 어머니가 물세탁을 했다고 아내가 어머니에게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고 '세상에 어머니는 한 분이시지만, 쌓인 것이 여자야.'라고 소리를 지른 전력도 있다. 그런 남자가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본인의 가정에 대해, 아내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었고, 그런 시간들이 모여 현재는 아내와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게 만들었다고 했다.

잘 모르면, 힘들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할 게 아니라, 공부하고 배우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1장, 나는 왜 이 사람과 결혼했을까
2장, 남편을 보면 아내가 보인다
3장, 갈등의 이유는 달라도 원인은 감정에 있다
4장,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8가지 방법
5장,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긍정으로 교감하라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 담겨 있는 내용을 천천히 읽다 보면 아마 멈칫,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비슷하게 겪어본 상황에 감정 이입이 되기도 하고, 꼭 내 얘기 같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 말이다.

그 순간들이 중요한 것 같다.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돌아보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시간.
나는 그게 책의 힘이라고 믿는다(물론 부부관계를 책으로만 배워서는 안되겠지만).

7년의 연애, 7년의 결혼 생활을 거치면서 신랑이 미운 날도 당연히 많고, 결혼 따위는 왜 해가지고.. 후회한 적도 물론 많다. 앞으로도 아마 많을 거다. 수 없이. 그때마다 잠깐 방황하고 일탈하다 다시 중심을 잡고 제자리로 돌아오고 싶다. 신랑도 그랬으면 좋겠고.
그러려면 최소한 서로 상대방에게 믿음이 있어야지 않을까. 기다려 줄 거라는 믿음. 받아줄 거라는 믿음.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 지금은 여전히 그 믿음을 쌓아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조금 반성하고, 많이 배우고, 생각했다.

밑줄 그은 문장들만 기억해도 당분간 신랑을 많이 이해하고 사랑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부부는 서로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행복했던 순간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매일 구체적으로 사랑을 표현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나를 바꿔야 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귀를 기울여 들어줘야 합니다. 부부에게는 행복한 순간도 있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있습니다. 부부 사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힘들고 어려울 때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평소 부부는 서로에게 신뢰를 쌓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p6

살아가면서 왜 이 사람과 결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수 있다. 부부는 행복하기 위해 결혼한 것이다. 행복을 위해서는 아무리 화가 나고 힘들더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배려하면 분명 행복은 찾아오게 되어 있다. p18

부부 사이는 한순간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시작된 싸움이 갈등을 낳고 남보다 못한 사이로 변할 수도 있다. 결혼할 때는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살다 보면 점점 더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결혼하여 함께 살면서 대화가 없고 소통이 없다면 부부라고 할 수도 없고, 동거 관계라 할 수 있다. 동거라면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부부는 그럴 수 없다. 부부라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상처받은 배우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 p24

결혼해서 외롭다면 애인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애인 같은 부부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남편이 외로우면 아내도 외롭다. 배우자가 나의 외로움을 풀어주기만 바란다면 외로움을 풀 수 없다. 배우자가 풀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외로워하는 배우자의 외로움을 풀어주려고 노력해보자. p41

더 이상 외롭고 상처뿐인 결혼생활을 계속하지 마라. 결혼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포기하지는 말자. 서로 간섭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싸우지 말자.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지 말자. 기왕 부부로 함께 살아가려면 서로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도와주고, 서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자. 남편이 외로우면 아내도 외롭다. 아내가 외로우면 남편도 외롭다. 서로 외로워하며 힘들어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먼저 다가가라. 속마음을 배우자에게 말하라. 배우자가 편해야 내가 편하고, 배우자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이다. 행복하게 살아가자. p47

부모가 어떤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해서 아이가 그렇게 자라 주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느냐에 다라 아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녀가 잘 자라주기를 원한다면 부모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p96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부모의 직업을 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모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모의 삶은 자녀에게 거울이고, 자녀가 사는 모습은 그 부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p97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살 필요가 없다. 부부가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면 결코 큰 것이 아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마음을 읽어주면 그것으로 만족해한다. 사소한 일로 갈등을 겪을 필요가 없다. 매일 만나는 가까운 부부 사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서로가 배려해야 한다. 배려를 받으면 고맙다고 표현해야 한다. 상대방이 알아주면 서운했던 감정도 사라진다. p102

화가 날 때는 제대로 화를 내봐라. 화가 났음을 배우자에게 제대로 표현해 봐라. 화를 내고 표현하되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상대방에게 변명의 기회는 반드시 줘라. 상대방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부부싸움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p133

부부간에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말 한 마디가 신뢰를 깰 수도 있고, 행동 하나가 신뢰를 깰 수도 있다. 사랑한다면 잘못을 해도, 사고를 쳐도 믿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좋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갈등을 겪고 있거나 어려울 때는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를 무너뜨리기 쉽다. p152

사랑을 주면서 어떤 기대도 하지 말자. 금방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할지 모른다. 받은 상처가 깊어 상처가 아무는 데 시간이 걸리는지 모른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커서 응어리를 풀어내는 데 시간이 걸리는지 모른다. 조금 늦을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진실한 사랑을 주면 반드시 아름다운 결과가 온다. p153

자녀들 앞에서 배우자를 최우선으로 대하라. 자녀, 부모형제, 친구, 직장동료 등 그 어떤 사람보다 배우자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부부가 서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부모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자녀의 삶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서로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나누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사랑의 결과로 태어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느끼게 된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 어떤 행동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p171

누구 한 명만 편하고, 누구 한 명만 행복하다고 해서 가족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가족 모두가 행복해야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다. 행복한 가족은 서로를 배려하면서 즐겁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간다. 서로 지지해주고 사랑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며 즐긴다. p192

부부문제를 가장 우선순위에 둬라. 부부관계도 때로는 갈등을 겪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관계보다 가까운 사이다. 가장 가까운 사이다 보니 무촌 관계라고 한다. 무촌 관계는 좋을 때는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멀어지면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된다. 부부가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하고, 자녀도 행복해진다. 부부문제를 가장 우선순위에 둘 때 어떤 문제도 해결된다. p197

같이 산다고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착각은 버려라. 같이 살아도 말을 해야 할 수 있고, 표현해야 알 수 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으니까 다 알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서운해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모르면 물어보고 사실대로 얘기해줄 때 비로소 서로를 알 수 있다. 가족 모두가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p203

부부라고 하더라도 서로 가고자 하는 길과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름은 잘못된 것이나 바꿔야 되는 것이나 일치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길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공유하면서 서로가 인정해주고 도와주면서 살아가면 애정이 깊어지고 보다 더 헌신하게 된다. p248

부부는 서로의 길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유를 통하여 부부는 서로의 길과 가치를 존중하며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부라도 각자의 길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통하여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면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서로가 상대방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고, 가치를 부여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p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일일책 - 극한 독서로 인생을 바꾼 어느 주부 이야기
장인옥 지음 / 레드스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7년 계획을 세우면서 올 한해 100권,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150권을 읽자고 적어두었다.
다이어리를 보니 지금까지 143권의 책을 읽었고 그중 137권의 리뷰를 적었다.
그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직장 다니고, 애 보면서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

극한 독서로 인생을 바꾼 어느 주부 이야기 <<1日1冊>> 말이다.

 

비교할 건 아니지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보면(만나면) 부럽고, 질투 나는 건 사실.
나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있지만, 더! 더! 읽고 싶은 욕심까지 생긴다.

하루 한 권.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은 여자.
책을 읽기 위해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했다는 여자.
책을 읽기 위해 사교도, TV 시청도, 휴대폰 사용 시간도 포기했다는 여자.
책을 읽기 위해 다른 모든 삶을 단순화 시킨 여자.
<극한 독서>라 할 만 하다.
게다가, 워킹맘이다.

39살의 생일날. 여자는 결심했다. '책을 읽자'라고.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여자는 말한다. 인생이 달라졌다고.

정말, 책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거다.
호기심으로, 자신도 변하고 싶어 책을 선택한 사람들까지 아마 의아하지 않을까.
가능한 일이냐고 그게.

단언컨대,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나 역시, 책을 통해 그리고 글을 통해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직접, 간접적으로 겪은 무수히 많은 일들과 책과 글을 빼놓을 수 없다고.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그 말을 믿기 때문에. 나도 좀 더 욕심 내보고 싶어서. 조금 더 잘 읽는 법을 여자는 알고 있을까 싶은 마음에 말이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무색해질 만큼 책은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으며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타인의 삶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책은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다. 독서를 하면 비타민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났다.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잡념에서 벗어나 책 읽기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독서는 혼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독서는 평등하다. 아무도 차별하지 않고 보통의 주부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책의 힘이 컸다.
어쩌면 책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 전에도 휴일에는 늘 혼자였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때론 몽상을 하면서.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해주었다고 믿는다.

여자는 극한의 상황(위기의 상황)에서 책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너무 힘들고, 자기만 못 사는 것 같고, 절망하던 시간에 찾아온 책.
책 한 권으로 시작된 희망이 하루 한 권의 희망으로, 3년 동안 천 권의 결실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는 물론이고 주변의 사람까지 변했다고.
아니, 본인이 변하니까 주변 사람은 자연스럽게 변한 듯했다고.

'우리의 삶이 다르듯 자신에게 불어온 위기는 사람마다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누구의 삶이 더 아프고 덜 아프고의 문제보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지금의 위기가 삶의 디딤돌이 되어 더 나은 삶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된다.
그 믿음이 위기를 극복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p28'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나는 이렇게 책을 만났다.
2장.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3장. 왜 읽어야 하는가?
4장. 잠시 멈추는 힘
5장. 독(讀)한 세상을 위하여

각 장의 제목을 연결해서 따라가다 보면 글이 보인다.
저자가 어떻게, 어떤 순간에 책을 만나 무엇을 느끼고, 왜 읽어야 하는지 이제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의 끝에 책이 있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은 독서였다. 독서를 함으로써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해야 할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책 읽기를 통해서 삶의 활력을 찾았던 것이다. 무엇인가 시작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벌떡 일어나라. 지금이 아니면 다시 결심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는 시작할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p100」

꼭 책만은 아니다. 책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가 담겨 있다.
'우리는 시작할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 한 쪽에 울림을 준다. 그게 책 읽기든, 아침 기도든, 운동이든, 뭐든 지금 너무 정체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뭔가 해야지! 하고 느끼는 순간 더는 미루지 말고 뭐든 시작하라는 조언.  

꼭 하루에 한 권을 읽게 중요한 건 아니다.
3년에 천 권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내용도 아니다.
다만, 그만큼 많이 읽다 보니 달라지더라는 경험자의 애정 깃든 조언이다.
그걸 받아들이는 건 이 책을 읽는 나나, 당신의 몫.

그렇지만 궁금하지 않은가? 정말 책을 읽으면 인생이 달라지는지. 별로 돈 드는 일도 아닌데(저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가서 일주에 동안 읽을 책을 빌려왔다고 했다), 한 번 해 볼만하지 않은가?

' 책 읽기를 시작하고부터 단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책이 없었다면 권태로웠을 것이다. 책이 있었기에 행복할 수 있었다.
책은 약간의 노력으로도 언제든 내가 생각하는 이상의 것을 내어 주었다.
책으로 배우는 데 권태를 느끼지 않았다. 배움은 일상을 새로움으로 바꿔주었다.
권태는 새로운 일이나 즐거운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극이 없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시도하는 것은 권태를 벗어나 열정을 쏟아붓는 일이다.
아침에 눈뜰 때 오늘 읽어야 할 책이 있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했다.
목표를 세우고 어딘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지쳐가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책을 읽고 책 속에서 마음을 건드리는 글귀를 만나면 행복했다.
마음에 깨달음이 오면 심장은 뜨겁게 고동쳤다.
입속에선 노래가 나오고, 손과 발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공감이 가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쳤다. '맞다! 맞아! 정말 그렇구나! p61'

책을 읽으면서 2018년 나의 독서계획을 세운다.
아무리 자극을 받았다고 해도, 하루에 한 권은 도무지 자신이 없어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중이다.
2월에 되면, 뱃속 둘째 아기가 태어날 거고 아마도 한동안(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책을 못 읽을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감안하여 목표 독서량을 계획 중.

매년 세우는 독서 계획 중 하나는, 몇 권을 읽어야지 보다 앞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야지'였다.
아마 그 계획은 내년에도 유효할 듯. 대신 다른 건 막연하게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자가 아니라 '2018년엔 한 달마다 책을 구입할 때 꼭 다른 장르의 책으로 구입하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목표량은 올해 읽은 140여권 보다 70% 정도 적은 100여 권. 이렇게 잡아 둬야 적어도 80권 이상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가지 가장 큰 목표는!
혼자 읽는 독서 말고, 함께 있는 독서를 해보는 것.
블로그 이웃이나, 방문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알려진 유명 블로그도 아니라서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좀 더 계획을 세워 내년에 천천히 시작해 볼 생각이다.

막연하게 마나 생각하고 있던 계획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이 준 힘이 크다는 걸 느낀다.

읽고 싶은데, 읽어야지 하는데... 생각만 가득한 이들에게 우선 이 책을 읽어보라고 슬쩍 추천!
저자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하면서 책 읽기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운명 같은 책을 언제 자신에게 다가올지 모르는 일.
이 책이 당신에게 다른 시작을 열어 줄 귀한 첫 발이 될지도 모른다.

마치는 글에 적은 저자의 글 중 한 문장을 선물처럼 받는다.

「독서는 혼자서 묵묵히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다. 한 걸음씩 뚜벅뚜벅 책에 다가갈수록 마음은 평온해진다. 당신에게도 삶의 고비가 있을 것이고 지금이 고비의 순간일 수도 있다. 독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자신을 다스리는 도구로 사용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독서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내면을 더욱 빛나게 한다. 우리 삶은 순간순간 고비가 있다. 그럴 대일수록 독서하며 자신ㅇ르 만나고 치유하는 과정을 가졌으면 한다. p236

새벽이 되면 잠자던 육체를 깨운다. 어두운 집 안에 한 줄기 빛을 밝힌다. 밤새 지키던 침묵을 책으로 깨우고 물을 끓여 커피 한 잔을 내린다. 책과 커피는 오늘도 수고할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차 한잔의 여유와 책 한 권의 위로는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만큼 소중하다. 새벽은 행복을 준다. 잠자던 의식을 깨운다. 조용하게 기다리는 책을 깨워 책 속 글귀를 만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새로움으로 맞이한다.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낀다. 하루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책의 힘이다. p72

독서를 시작하고부터 삶은 극도로 단순해졌다. 직장에서의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독서를 우선순위에 두었다. 나의 복잡한 생각과 불안한 삶에 독서와 단순한 삶이 만나 충만한 삶을 만들어 주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그곳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마음이 괴로웟을 것이다. 행복은 일상과 맞닿아 있었다. 지금 일상에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행복을 찾는다면 바로 행복해질 수 있다. 단순하지만 행복한 삶은 독서로 인해 발견 되었다. 부디 단순하게 살라. p60

몸이 아파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위기와 역경을 겪어봐야 삶의 소중함을 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위기와 역경 속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면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위기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경험을 통해 건강과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타인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보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이다. 책을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다. p102

우리는 늘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달라진 것은 없는데 마음이 달라지면서 행복을 느낀다. 생각을 다르게 하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p86

알고 보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타인에게는 작은 상처처럼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일도 있다. 내가 보기에 도저히 극복하기 힘들 것 같은 역경도 그 사람은 거뜬히 이겨내기도 한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삶에 정답이 없듯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p106

자신을 다스리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선한 마음은 말이 선해지고 선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말하는 것만 보아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고 낯빛을 보면 마음이 들여다보인다고 한다. 마음속에 근심이 적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근심 걱정없이 살 수는 없지만, 실체 없는 걱정은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걱정으로 해결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고 즐길 수 없다면 해치워버리는 편이 낫다. 그러지 못한다면 걱정은 내려두는 편이 더 낫다. p148

책 읽기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한 노력이다. 책 읽는 하루하루가 쌓여 마음의 평온을 찾는 시간이 길어진다. 자신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게 되면서 표정은 편안해지고 행동에는 여유가 생긴다. 자신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워내는 힘과 겸손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워냄으로 홀가분해지고 겸손으로 적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스스로를 돌보고 다스려야 한다. p150

우리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다. 쉼표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찍을지 자신의 리듬에 맞게 선택할 때 진정한 휴식의 시간이 된다.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한 쉼은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긴장의 연속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숨 고르기 방법을 찾으며 몸고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 삶의 방식이 다르듯 휴식의 방식도 자기가 원하는 방법이 최고의 효과를 본다. 산책, 명상, 운동, 등산, 영화 보기, 낚시 등 자신만의 숨 고르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p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곱 살 언니 되면 할게."
나나, 신랑이 아이에게 "이제 혼자 밥 잘 먹어야지~", "옷도 혼자 다 갈아입고~", "장난감방 정리도 하고~", "약속한 건 잘 지켜야지~"라고 말할 때마다 여섯 살 아이가 한 말이다.

아이는 그렇게 일곱 살이 되었다.

지난밤, 아이 아빠는 말 안 듣는 아이에게 말했다.
"일곱 살되면 혼자 잘 한다며~ 말도 잘 듣는다며~, 아빠는 이럴 때 혼을 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해?"

"음, 화 안 내야 해~"라며 해맑게 웃는 아이.

이제 곧 둘째가 태어나기는 하지만, 아이는 6년 동안 혼자 자랐다. 모두의 사랑을 혼자 독차지했고,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 원하는 건 거의 다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때론 우리가 아이를 너무 버릇없이 키우나, 너무 부족한 거 모르게 키우는 건가 싶어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한 번 큰 소리를 내고 나면 이게 잘하는 건가 싶고, 울먹이는 아이를 보면 또 마음이 약해지곤 했다.

 

 '가족'이라는 말만큼 마음을 약하게 하는 말도, 행복하게 하는 말도, 슬프게 하는 말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지 오래. 그러고 보면 '가족'이라는 이름만큼, '가족'이라는 공동체만큼 모순적인 게 없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장 아파야 하고, 가장 아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상처를 주는 어느 집이나 비슷비슷한 모습 말이다.

대부분의 체벌이, 학대가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깊게 관심을 갖고 싶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화되는 학대받는 아이들. 버려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 역시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폭력에 무자비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저자는 '가족 내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인 아이를 중심에 놓고 우리의 가족, 가족주의가 불러우는 세상의 문제들을 바라보자고 제안하고 싶어 ' 이 글을 썼다 했다.

이 책 속의 글들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아이'는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종종 나는, 아이에게 느끼는 책임감이 무서울 정도로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아이가 다칠까 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아플까 봐, 공부시키고, 좋은 거 먹이고, 예쁜 옷 입히고 그렇게 내가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 말이다.
그 책임감 때문에  나 역시 아이가 마치 '나'의 부속품인 듯 생각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아이에게 큰소리를 내고, 체벌이라는 이유로 때론 '너 잘 못했지?'하고 윽박지르고......

저자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가부장적 질서를 근간으로 한 완강한 가족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출발된 글은 1.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 2. 한국에서 '비정상'가족으로 산다는 것, 3. 누가 정상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규정하나, 4. 가족이 그렇게 문제라면 의 챕터로 나눠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울타리인 가족 안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는 학대,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고 차별하는 현상, 혈연으로 묶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너무 오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이제 더 이상 올바른 가족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조금 더 진지하게 하게 했다.

1부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 속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자녀 살해 후 자살하는 가해자 중 압도적으로 어머니가 많다는 점. 서양과 달리 국내의 경우 영유아기를 넘어선 뒤에도 부모 중 한쪽이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시도할 경우 어머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 더불어 아버지 단독에 의해 자녀 살해 후 자살의 경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시대 변화와 상관없이 '배우자의 가출' 이었다는 점.
결국, 한국 사회에서 '친엄마'가 없는 것이 자녀 살해와 죽음을 선택할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이며, 친엄마 역시 자녀의 생존을 자신과 분리시켜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 개인이 자신뿐 아니라 자녀의 생사를 선택하는 무서운 결정을 할 때조차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짙게 배어 있다, 내용을 읽으면서는 무섭기까지 했다.

 가족이, 부모가 정상적인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할 때, 아이들은 누가 보호해 주어야 할까.
여전히  개인적인 ' 가족일'로 치부한 채 학대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상처받음, 무서움, 속상함, 겁이 남, 외로움, 슬픔, 성남, 버려진 것 같음, 무시당함, 화남, 혐오스러움, 끔찍함, 창피함, 비참함, 충격받음." 
위의 단어들은 영국 세이브더칠드런이 2001년에 아이들이 맞았던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 정리한 기록이다.

어른들이 느낀다고 해도, 우울증에 걸릴 것 같은 단어들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어 온 무수한 폭력이 더 이상은 아이들에게 행해져서는 안된다는 책임감.
나와 다른 가족의 형태라고 해서 무시하고, 차별하고,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말아야겠다는 반성.
아이도 어른도, 가족 안에서 각자의 자율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실을 실제 삶에서도 적용시키고 싶다는 바램.

이 한 권의 책이 내게 던져준 질문과 생각거리가 너무 많고 무겁다.

작년부터 나는 '미혼모'와 '입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좀 더 올바른 어른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려면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그들이 키우는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절실하다.

이 책은 여러 통계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정상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행하고 있는 무차별적인 학대와 비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책.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리스트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따로 적어두고 올 한해 천천히 읽고 보고 싶다.

늘어나는 비혼과 저출산으로 가족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나는 가족 해체보다 여전히 더 큰 문제는 가부장적 질서를 근간으로 한 완강한 가족주의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형태가 급변하는 현실과 달리 사람들의 의식과 제도에는 여전히 가족주의와 그것의 강력한 작동 방식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깊게 스며들어 있다. p9

아이들은 문자 그대로 ‘작은 인간‘이다. 그저 작을 뿐 성인과 다르지 않은 사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세상에 초대받아 성인과 종류만 다를 뿐인 불안을 견뎌내야 하는 여린 생명체다. 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가 그 사호의 수준을 드러내 보여준다면 작은 단위의 사회라 할 가족도 이를 중심에 놓고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p11

부모의 훈육적 체벌은 의도가 선하기 때문에 신체의 온전성 및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상 부모 중심, 성인 중심 해석일 뿐이다. 체벌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에 대해 인류학자 김현경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 체벌은 갖가지 이유로 행해질 수 있고, 거기 따라붙는 훈계도 그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표면상의 다양성을 넘어서, 체벌은 언제나 단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바로 체벌이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너의 몸은 온전히 너의 것이 아니며, 나는 언제든 너에게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체벌에 동의한다는 것은 이 가르침을 수용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모욕의 역설을 이해하게 된다. 모욕은 타인의 인격을 부정할 뿐 아니라, 그러한 부정에 대해서 부정당하는 사람의 동의를 강요한다. 모욕당하는 자가 모욕에 동의하는 순간, 모욕은 더 이상 모욕이 아니다. 그것은 의례의 일부이며 질서의 일부가 된다. 결국 모욕은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 폭력이다"p29

문제없는 가정에서 자신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저는 맞아도 싸요"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나만 없으면 우리 집은 행복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자신이 가족의 행복을 해치는 비정상적이고 문제 많은 존재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p70

우리는 어떤가. 잇따른 아동학대 사망사건들과 세월호의 비극 이후 아이들의 삶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과연 이대로 좋은지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반성과 자각을 하고 있나.
사회가 함께 도와줄 것이라는 신뢰 없이, 남을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으로 모두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놀지도 못한 채 일찌감치 떨려나거나 부모의 소망은 충족시켰을지언정 자기 인생을 위해서는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아이들에게 맘껏 놀며 자기 속도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힘껏 가보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가 그토록 어려운 걸까. p76

과거 친권은 사람의 물건에 대한 지배권처럼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갖는 일종의 지배권이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부모 권리의 객체였을 뿐이다. 그렇게 친권을 ‘권리‘라고만 표현하다가 ‘자녀를 보호, 교양할 권리, 의무‘라고 정의한<민법> 조항처럼 ‘권리이자 의무‘로 부르게 된 것도 과거에 비하면 큰 진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친권이 아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가족이 그 안에 속한 개개인, 특히 아이들의 차별 없는 권리와 평등을 보호해줄 수 있으려면 권리보다는 의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p109

나는 미혼모가 양육을 선택하지 못하고 아이를 버리게 되는 첫 번째 이유로 출산은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야만 정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벗어나면 ‘비정상‘과 ‘부도덕‘으로 몰아세우는 한국의 가족주의를 꼽겠다.
한국의 가족주의는 소위 ‘정상가족‘인 가부장적 가족만 인정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법적 혼인절차가 수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인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결혼=출산‘의 등식이 지나치게 확고한 탓에 제도의 바깥에서 출산함으로써 가족의 순수함을 훼손했다고 여겨지는 미혼모와 그 자녀들은 제도적, 사회적 차별에 시달린다. p115

중요한 것은 친엄마의 양육이 더 좋고 입양이 더 좋고를 떠나서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회구성원들처럼 미혼모에게도 자신과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말뿐인 다양한 가족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차별 없이 다양한 가족이 공존할 수 있도록 결혼을 둘러싼 법 제도의 개선, 여성의 양육권과 아이의 인권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p128

양극화된 가족 삶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사교육 과열 양상이 보여주듯 중산층은 계층 하락을 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자녀가 어릴 때부터 총력 경쟁에 나선다. 저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하므로 아이의 자율성, 개별성이 고려될 여지는 희박하다. 반면 소득과 경제적 유지가 불안정한 저소득층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돌봄 공백‘ 상태에 빠진다. 이 탓에 아이들은 자주 방임 상태에 놓이고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이 되어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늘어난다. 국가가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해버린 탓에 가족이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서 가장 약한 자인 아이들이 늘 피해자가 된다. p176

가족주의를 떠나서 보편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분리는 부모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자신 안에 내면화한 부모의 모습과 싸우고, 달래고, 도망치고, 협상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곧 사람이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성장의 과정이다. 나이가 든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고 어쩌면 평생 지속해야 하는 과제이다. 나는 그 과정을 어떻게 치러내는가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각자도생의 경쟁 속에 이기적 가족주의의 강력한 영향이 모든 사람의 삶에 어른거리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p190

거의 모든 복지국가들이 운영 중인 아동수당은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성별, 재산, 혼인상태, 사회적 출신, 종교, 출생지 등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도 차별받지 않고 자라야 한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인식하자는 차원의 제도이다. 그래서 부모의 소득이나 자산을 조사하지 않고, 한 부모인지 아닌지, 부모가 둘 다 취업상태인지 아닌지, 부모가 원하는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평등하게 지원해야 그 취지에 맞다. 왜냐하면 아동수당은 아이들의 시민권에 대한 공적 보상이고 모든 아동의 생존권과 건강한 발달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p24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폭력에 반대하는 개인의 인권의식이지 남의 아이도 내 자식처럼 돌보는 엄마의 눈, 전 사회의 ‘확대가족화‘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보았을 때 항의하고 신고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이 더 약한 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인 것이지, 우리가 모두 이웃의 아이를 함께 지키는 대가족 구성원의 마음자리를 가져야 하기 때문은 아니다. 우리는 배우자를 폭행하는 가정폭력에 대한 해법으로 공동체 회복을 말하지 않는다. 아동폭력도 마찬가지다. 생물학적으로 어릴 뿐 온전한 인간인 ‘작은 인간‘에 대한 폭력과 인권유린을 없애는 게 우선이다. 체벌, 아동학대,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모두 아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아서 빚어지는 비극인데 해법도 더 많은 공동체를 내세우며 개인을 소거해서는 안 된다. p260

변화는 필연적이다. 이미 시작되었다. 2016년 겨울부터 전국을 달궜던 촛불집회에서 나는 그 희망을 본다. 그 어떤 공동체에 속하지 않고도 각 개인이 광장에서 모르는 사람들과도 연대할 수 있음을 우리는 가슴 뜨겁게 경험했다.(중략) 촛불의 벅찬 경험이, 민주주의의 학습이 각자가 속한 삶의 장에서도 중단 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촛불로 태어난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통해 가족의 짐을 덜어주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각 개인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보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가족 안팎에서 ‘정상가족‘의 숨 막히는 틀 대신 수평적 유대관계를 통해 아이들의 자율을 존중하고, 다음 세대에선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지 않는 개인들이 자라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p2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같이 보내는 하루 말고,
조용하고 고요하게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동경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엄마가 된 다음부터 였을 거다.
결혼 전, 퇴근 후 혼자 자취방에 들어가 느릿느릿 밥을 먹고 TV를 보고 책을 읽고 소설을 쓰면서
자유롭게 살았던 20대 시절의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말이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들은 이제 마음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고이 간직되어 있다.

무레 요코<일하지 않습니다>의 글을 읽을 때도, '부럽다'라는 말이 입속을 맴돌았다.
마스다 미리의 전 작들을 읽으면서도 그랬던 것 같고.

 

 <<오늘의 인생>>은 자칫 시시하고, 재미없고, 의미 없는 건 같은 그렇고 그렇게 지나가는 '오늘'이라는 나의 인생이 무수히 많은 날들을 이어주고, 건너게 하는 소중한 '순간' 임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가끔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 오늘도 나를 위한 삶은 없었구나 싶은 때가 있다.
너무도 이쁜 아이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 지금 잘 살고 있나' 싶어지기도 하고, 괜스레 울적.

이 책은 그런 소소한(때로 시시하게 느껴지는) 일상조차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라는 걸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그러다 보니, 꽤 공감 가는 에피소드가 많다.
별일 아닌 일로 짜증이 나다가도, 달달한 커피 한 잔에 마음이 스르르 녹고,
옆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나다가도 돌아서면 에잇 그까짓, 하는 마음이 들고,
식구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가도 맛있는 걸 보면 또 그 식구들이 떠오르는.

한 페이지씩 가벼운 글과 그림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러면서 옆에서 TV를 보면서 엉덩이를 벅벅 긁는 신랑도 이뻐 보이고,
엄마! 책 좀 그만 보고 나랑 좀 놀아라며 귀찮게(?) 엄마를 찾는 딸아이도 무한 사랑스러워 보인다.

크리스마스이브니까 아이랑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호텔, 놀이터, 스파 등등 검색만 실컷 하다가
그냥 맛있는 거 먹고 늘어져라 쉬고, 뒹굴뒹굴 몸으로 집에서 놀아보지 뭐.
하고 생각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패밀리레스토랑 흉내 낸 메뉴(스테이크, 스파게티. 샐러드)로 기분 내고,
집 근처 커피숍에서 따뜻하게 내려온 커피(아이는 아이스 초코) 마시면서 달달함 가득 채우고,
아이가 하고 싶다는 주사위 게임하고, TV 보고, 풍선게임하고,
저녁엔 뭐 먹을까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휘리, 나름 즐겁게 흘러간 크리스마스이브.

아이와 신랑과 세 식구 소소하게 보내는 행복한 오늘의 인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김소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말줄임표.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를 때, 습관처럼 찍게 되는.
이 책을 읽고난 뒤,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엄마, 헤어짐의 기록 그리고 나의 딸과의 나날
  내 인생에서 엄마가 없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책 표지에 적힌 저 문장만으로도 이 책을 펼치는 손이 떨렸다.
중간중간 만화도 있지만, 360여페이지의 긴 글을 새벽 내내 읽고 말았다.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읽느라 좀 더 더뎠고, 중간중간 눈물을 참느라 더뎠고,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아 더뎠다.

태어나서 쭈욱 엄마의 품 안에 살다가,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
엄마의 유방암 발병과, 치료, 완치. 몇 년 뒤 재발한 엄마의 병.
그 시간들을 엄마와, 딸과 함께 해 온 저자의 기록이자, 우리 모두의 (엄마와 딸) 이야기.

다 읽고 난 뒤에 밀려 온, 먹먹함때문에 하루 반나절쯤 울적했다.

 

 언제쯤 나는,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게 살아가는 동안 가능하기는 할까.

자주 엄마를 미워했고, 원망했고, 부담스러워했지만 한번도 엄마가 없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던 것 같다. 엄마에게도 자주 이렇게 말했던 거 같다.
"아프지 마. 다른 건 다 모르겠는데 아프지만 마"

엄마가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종종 엄마는 "나도 엄마 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도 난 별 감흥없이 그래. 응. 응. 이런 식의 대답만 했을 뿐이었다.

며칠 전 조산기로 입원했을 때,
집에 가서 자라고 윤이에게 말했던 윤이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가 걱정되서 갈 수가 없어."
그 말에 차마 아이를 더 다그쳐 집으로 가라고 할 수가 없었다.

딸 아이에게 나는 '엄마'
나에게도 '엄마'가 있다, 나는 그걸 종종 감사하기보다 힘들어했다.
아, 모르겠다.... 말 줄임표.

"엄마가 좋아하는 건 뭘까. 엄마가 즐거워하는 일이 뭐였더라.
우리와 함께인 엄마가 아니라 엄마라는 사람 자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똑같이 방안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도 아빠는 걱정되지 않는데 엄마는 자꾸 신경이 스인다. 아빠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즐거움을 잘 찾을 것 같다. 하지만 늘 가족 아니면 다른 사람이 우선인 엄마가 자신만의 즐거움을 알 수 있을까? p27"

이 부분을 읽은 다음부터였던 것 같다.
나 역시, 몰랐구나. 생각해보지 못했구나.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뭘 좋아하고, 어떤 때 즐거워하고, 아파하는지. 외로운지, 슬픈지, 혼자 있는 시간에는 뭘 하는지.....
그러다 덜컥 두려워지는거다.
아, 하나도 모르는데 '엄마'가 없어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 속에 중간중간 실려 있는 저자의 어린시절 일기도 좋았고(내 일기장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만화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분량에 비해 길다는 느낌없이 휘릭 잘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딸이기도 하고,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보니 내 이야기처럼, 내 언니의 이야기인 것 처럼 공감이 되서 많이 위로 받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감사해야 할 순간이구나.
여전히 그냥, 옆에 있는 '엄마'에게.
지난 6년동안 윤이를 키워 준 엄마에게, 염치없게도 곧 태어날 둘째까지 맡겨야 하니......

나는 성인이 된 이후에 늘 생각했다.
'엄마'가 나를 키우면서 희생했던 것 이상으로 나 역시 엄마에게 해주었다고.
어쩌면 그보다 더 내가 해줬을지도 모른다고. 딸에게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엄마는 나쁘다고.
정말 그랬을까? 내가 과연 그 만큼, '엄마'를 생각했을까, 혹은 사랑했을까.
......

 

 

엄마의 옛 사진을 볼 때마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철없는 딸로서 존재하는 엄마가 보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엄마보다 더 자유롭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그런 엄마를 멀리서 한 번쯤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어린 엄마가 그리는 꿈과 미래를 온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p43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의 자식으로 태어나 한집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았던 시간보다 서로 떨어진 채 보낼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집‘이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을까. 한집에서 살면서 부딪치고, 등 돌리고, 미워하고 싶어도 마음껏 미워할 수 없었던 그런 시간들도 사실은 소중한 순간이라고 여겼어야 했던 걸까. 왠지 마음이 싸-한 밤이다. p77

자식은 커가면서 세상 누구보다 편한 엄마에게 마구 대하곤 한다. 하지만 엄마도 자식에게 마구 대하곤 한다는 걸 솔이와 있으면서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행동과 말투를 솔이에게 하고 만다. 육아에서 제일 힘든 일은 감정조절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순간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보기 싫은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밑바닥까지 모조리 드러내는 기분. 그 모습을 보이는 대상이 나와 가족, 특히 딸이라는 것이 더욱 절망스럽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p147

나에게 솔이는 태어나면서 내 인생에 새롭게 등장하게 된 아이지만, 솔이에게 나는 태어나는 순간,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당연히 존재했다. 당연히, 잊고 살아온 단어, 엄마도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내 인생에서 엄마가 없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지금 솔이와 함께 있듯 엄마도 그렇게 언제나 내 곂에 함께 였다. 아파트 단지에서 뛰노는 솔이를 보면서, 내가 그동안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온 게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엄마가 지켜봐주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부 엄마가 아니었으면 이루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p206

몸을 일으켜 곤히 잠든 솔이 얼굴을 다시 보고 슬며시 손도 잡아보고 통통한 다리도 만져본다. 잠든 솔이를 꼭 끌어안고 솔이 냄새를 맡으며 잠을 청했다. 잠결에도 엄마를 부르며 내 옆에 착 붙어서 자는 아이를 보며 오늘도 흘러가는 시간이 왠지 무서워진다. 내일도, 내일모레도 나는 솔이를 재우러 함께 방에 들어가야 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책 세권을 읽어주어야 하고 잠이 들 때까지 곁을 지켜주어야 한다. 그레 지금 솔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니,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해야겠다. p3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