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같이 보내는 하루 말고,
조용하고 고요하게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동경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엄마가 된 다음부터 였을 거다.
결혼 전, 퇴근 후 혼자 자취방에 들어가 느릿느릿 밥을 먹고 TV를 보고 책을 읽고 소설을 쓰면서
자유롭게 살았던 20대 시절의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말이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들은 이제 마음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고이 간직되어 있다.

무레 요코<일하지 않습니다>의 글을 읽을 때도, '부럽다'라는 말이 입속을 맴돌았다.
마스다 미리의 전 작들을 읽으면서도 그랬던 것 같고.

 

 <<오늘의 인생>>은 자칫 시시하고, 재미없고, 의미 없는 건 같은 그렇고 그렇게 지나가는 '오늘'이라는 나의 인생이 무수히 많은 날들을 이어주고, 건너게 하는 소중한 '순간' 임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가끔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 오늘도 나를 위한 삶은 없었구나 싶은 때가 있다.
너무도 이쁜 아이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 지금 잘 살고 있나' 싶어지기도 하고, 괜스레 울적.

이 책은 그런 소소한(때로 시시하게 느껴지는) 일상조차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라는 걸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그러다 보니, 꽤 공감 가는 에피소드가 많다.
별일 아닌 일로 짜증이 나다가도, 달달한 커피 한 잔에 마음이 스르르 녹고,
옆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나다가도 돌아서면 에잇 그까짓, 하는 마음이 들고,
식구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가도 맛있는 걸 보면 또 그 식구들이 떠오르는.

한 페이지씩 가벼운 글과 그림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러면서 옆에서 TV를 보면서 엉덩이를 벅벅 긁는 신랑도 이뻐 보이고,
엄마! 책 좀 그만 보고 나랑 좀 놀아라며 귀찮게(?) 엄마를 찾는 딸아이도 무한 사랑스러워 보인다.

크리스마스이브니까 아이랑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호텔, 놀이터, 스파 등등 검색만 실컷 하다가
그냥 맛있는 거 먹고 늘어져라 쉬고, 뒹굴뒹굴 몸으로 집에서 놀아보지 뭐.
하고 생각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패밀리레스토랑 흉내 낸 메뉴(스테이크, 스파게티. 샐러드)로 기분 내고,
집 근처 커피숍에서 따뜻하게 내려온 커피(아이는 아이스 초코) 마시면서 달달함 가득 채우고,
아이가 하고 싶다는 주사위 게임하고, TV 보고, 풍선게임하고,
저녁엔 뭐 먹을까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휘리, 나름 즐겁게 흘러간 크리스마스이브.

아이와 신랑과 세 식구 소소하게 보내는 행복한 오늘의 인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