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긴 너에게 - 2019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8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여름방학권장도서 추천, 동원책꾸러기 선정 바람그림책 65
카사이 신페이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윤이를 만나는 어른들이 종종 묻는다.
"이제 곧 동생 만나니까 좋겠다~ 그치?" 하고.

그때마다 예윤이는 시큰둥하게 대답하지.
"잘 모르겠는데요~"

처음, 엄마 뱃속에 동생이 생겼어~라고 알려주었을 때 예윤이의 반응은...
"엄마 왜 거짓말했어? 동생 안 생길 거라며~"였다. (정말 계획에 없었던지라 아이가 물을 때마다 동생은 없어,라고 말했었다 ;;;)

그 이후에도 아이는 한 번도 동생이 생겨서 좋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중간중간엔 "난 미니(동생)이 싫어. 나도 애기 할거야" 등등 엄마 입장에서 걱정되는 말들을 툭툭 던져주었다.

이제 정말 곧, 동생을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일곱 살 아이는  부쩍 더 어리광이 심해졌고,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좋은 방법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책을 같이 읽으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생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그림책을 선택했는데......

 

 아이와 함께 읽기 전, 내가 먼저 읽다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이거를.. 지금 같이 읽어도 될까?, 내가 읽어도 참 마음이 아프다'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첫째 아이 준은 곧 자신이 형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유치원생.
아마도 지금의 예윤이와 딱 비슷한 또래.

준에게는 아주 오래된 친구 하늘이라는 코끼리 인형이 있다.
준은 하늘이와 대화를 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엄마의 배가 점점 불러오고 있다는 걸 알고, 엄마를 도와야 한다는 것도 아는 아이.
그리고 드디어 만난 동생 윤.

이제 어른들은 준이 아닌 윤에게 관심을 주고, 엄마 역시 늘 품에 윤이를 안고 있다.
게다가 윤은 하늘이의 가장 친한 친구 코끼리 인형 하늘이까지 넘본다.

그 사이에서 준은 '자신은 이제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동생이 밉다.

 

 

고민하다가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게 된 건,

이 그림책의 이야기가,  우리가 뻔하게 상상할 수 있는 그래도 엄마는 첫째인 너도 정말 사랑해... 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 물론 그게 중요한 핵심이기도 하지만.
이 그림책은 준이라는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해 내는, 아기인 줄만 알았던 준이 스스로 어린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이제 준은 안다.
여전히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엄마가 윤이만이 아니라 자신도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걸. 그리고 하늘이 역시 동생 윤에게 기꺼이 양보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은 '형아'가 되었다는걸.
동생 윤만큼이나 자신 역시 혼자 일 때 엄마 아빠의,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소중한 아이라는걸.

 

아직 마주하지 않은, 곧 마주하게 될 현실에 대해 어쩌면 나는 예윤이보다 더 걱정하고 겁먹고 있는 건 아닐까. 주변에서 들어온 첫째가 동생을 보면 엄청 힘들어한대, 같은 말들에 지레 겁먹고 아이를 못 믿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한차례 큰 폭풍이 몰아칠지도 모르지만. 서로 감정이 상해 "엄마 미워, 엄마도 너 미워" 하고 토라질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들을 함께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예윤이는 멋지고 든든한 언니가 되고, 또 그만큼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책을 함께 읽는 동안 예윤이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냥 같이 읽었다.
그리고 꼭 안아주었다. 사랑한다고, 엄마 딸로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예윤이가 웃었다. 활짝.
그리고 똑같이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나도 엄마를 무지 많이 사랑한다고.

예윤이가 잊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책을 읽고, 껴안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이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고를 때  조금 더 신중해지는 편이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잘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끌리는 책을 고를 수밖에 없기도 하다.

2018년에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자고 다짐한 터라 책을 구매할 때 되도록이면 분야별로 한 권씩은 포함되도록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처음 시도해 보려고 했던데 과학 분야의 책이었다.
이 분야는 과학의 '과'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인지라,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 수준이니 어떤 책을 골라도 낯설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고른 이 책은, '과학'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좀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유시민이  이 책을 딸에게 권해주고 싶다고 적은 추천평을 어디서 본 기억 때문에 이 책을 고른 것도 있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있지. '아.. 낚였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건,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리고 방향이 바뀌었을 뿐 책의 내용이 이상하거나 영 재미없거나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과학'이라는 걸 빼고 읽으면, '자신의 영역을 열심히 개척해 나가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 읽으면 꽤 괜찮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식물학자로서의 삶을 유년시절부터 결혼, 출산을 겪은 이후의 시간까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글은 쉽지 않은 과학자로의 여정을 한 여성 과학자가 어떻게 헤쳐나갔고, 여전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그녀 스스로의 목소리와 문장으로.

그런데 여기서 드는 아쉬운 생각.
결국 과학자 앞에도 '여성 과학자', '여성 식물학자'라는 이름이 붙는구나.
여성으로서 결혼과, 출산 그로 인한 조울증과 싸우면서 입원을 하고 약물 치료를 하면서도 견뎌낸 그 삶의 이야기가 어쩐지, '여성'이라서 더 힘들었나, '여성'임에도 꿋꿋하게 잘 해왔다는 건가,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
나는 왜, '딸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라는 평에 혹했을까. 어쩌면 나 스스로가 '여성'의 한계에 대해 이미 너무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게 많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아쉬움까지.

좋은 책을 읽고 뒤에 남은 이 씁쓸한 느낌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럼에도,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는 건 뭐라 설명해야 할까.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p33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p52

나무와 곰팡이는 왜 공생할까? 우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곰팡이는 어디서 어서 나 혼자서 잘 살 수 있지만, 더 쉽고 독립적인 삶을 포기하고 나무뿌리를 둘러싸고 도와주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식물의 뿌리에서 직접 나오는 순수한 당분을 찾도록 적응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당분은 숲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이고 농축된 화합물이다. 어쩌면 곰팡이도 공생 관계를 이루어 살면 혼자서 외롭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p152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사는 식물은 골칫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번창하는 식물이 잡초다. 우리는 잡초의 대담성에 화를 내지는 않는다. 모든 씨앗은 대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잡초들의 눈부신 성공이다. 인간들은 잡초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잡초가 많이 자란 것을 보면 충격을 받는 척, 화가 나는 척한다. 우리가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 식물의 세계에서는 이미 혁명이 일어나서 인간이 개입한 모든 공간에서는 침입자들이 쉽게 원주민들을 내쫓고 부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가 아무 힘도 없이 그저 입으로만 잡초를 욕해봤자 이 혁명을 멈추지는 못한다. 지금 목격하고 있는 혁명은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라 촉발한 것일 뿐이다. p182

삶이 두렵지도, 죽임이 두렵지도 않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슬픔도, 비통함도 없다. 태초부터 인류가 해온 답이 없는 모든 탐색에 대한 답이 의식 저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신의 존재와 우주의 창조에 대한 재론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내 손안에 있다. 나야말로 세상이 기다려온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세상에 돌려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고, 무릎까지 차오르는 끈적한 사랑, 사랑, 사랑 속에서 뒹굴 것이다. p208

우리가 서로 사랑한 것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희생하지도 않았다. 너무도 쉬웠고, 내게 과분했기에 더 달콤했다. 되지 않을 일은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노력해도 되지 않고, 마찬가지로 어떤 일은 무슨 짓을 해도 잘못될 수가 없다. 나는 이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p2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 '내 나이 60이 되면 우리 애는 뭐가 돼 있을까?', '내 나이 60이 되면 남편이 뭐가 돼 있을까?'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건 아이와 남편의 몫이다. ' 내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내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느 장소에 가장 많이 가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김미경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p120>

예전에 읽은 책 중에 김미경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에서 오래도록 꼭! 기억하고 싶어서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던 문장이다.
그 책을 읽고, 나이가 들었을 때 남편, 자식이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있고, 어디에 가 있는지가 중요한 사림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과 다짐은 지금 내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게 하는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다.

'예순'이라는 나이도 굉장히 많은 거라고, 그즈음 되면 할머니지. 늙은이라고 불려도 이상할 것 없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멋진 할머니가 나타났다.
아흔 살의 모모요. 아흔 살의 모모요에 비하면 예순은 아직 한창 젊은 나이 아니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의 외할머니도 여든다섯이 넘어서까지 정정하셨고, 친할머니도 아흔이 다 되어 가신다(물론 지금은 몸이 많이 쇠약해지긴 하셨지만).

나이 듦에 대하여, 늙는다는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모모요 할머니는 1900년에 태어났다.
그 시대에 고등교육을 받았고, 전쟁을 겪었고, 그 시대의 여성들이 그랬듯 자식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기도 했다. 자식들이 자라서 형편이 좀 나아진 뒤에도 25년이나 더, 80세가 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일을 했다.

'아흔 살'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꼬부랑 할머니거나 작은방 안에서 온종일 TV에 의지해 하루를 보내거나, 다 자란 자식들 눈치를 보거나.... 하는 모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모모요 할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도쿄 여행을 감행하는, 목소리도 우렁차고, 다리에 힘도 넘치는 멋쟁이 할머니다.

모모요 할머니가 도쿄로 여행을 떠나면서 계획 한 다섯 가지.
1. 호텔에서 혼자 숙박하기
2. 우에노 동물원에 판다 보러 가기
3. 도쿄 돔 견학하기
4.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5.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모모요 할머니는 이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내가 모모요 할머니에게 반한 건,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 할머니였다는 점.

편견일지 모르지만, 아흔 살쯤 되면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의 부양을 받으면서 함께 살고 있으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당당하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 그리 쉽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모모요 할머니는 기죽거나, 눈치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집스럽게 자식들을 닦달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냥 자기 스스로를 지킨다.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굳이 자식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멋진 할머니가 된다는 건, 어쩌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게 했다.
노인네가 왜 그럴까, 하는 말을 듣는 거 말고,
멋진 할머니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소망 하나가 생겼다.

이 책의 초판이 1995년, 모모요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발간되었다고 하니 할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멋지게 남기는 삶의 소중한 경험을 하고 떠나신 셈이다. 그것 역시 멋지지 않은가.

옮긴이의 말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옮긴다.

노인이 되어가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모모요처럼 나이를 먹는 것, 참 멋지지 않은가. 왕성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 몸은 바지런하고 씩씩하고, 나이 들었다고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고. 어른이니 세상만사에 관대하고 너그러워야 한다고 애쓰지 않고. 나이에 대한 부담감 없이 세상 마이웨이로 사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 같다. 아흔 살에도 거뜬하게 혼자 여행 다니고, 스모와 프로야구 선수 이력을 다 외우고, 국제 정세까지 밝고, 부럽기조차 한 이상적인 노인상이다.
모모요의 파란만장한 아흔 살의 일대기. 삶이 뻑뻑하게 느껴질 때, 한 살 두 살 먹는 나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 넘기며, 이 에너지 넘치는 할머니 얘기 한번 읽어볼 만 하다. 나는 아흔 살 할머니보다 더 노인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드는 것 같다. - 옮긴이 권남희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 멋지게 늙어가고 싶은 이들, 지금 삶조차도 무기력해 몇 십 년 뒤의 삶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사람들. 속는 셈 치고 한 번 읽어보자. 그냥 심심풀이로라도 좋다. 아흔 살 모모요 할머니의 기를 팍팍 받을 수 있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읽어본다
요조 (Yozoh)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고,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적는다는 게(짧든 길든, 전문적이든 아니든)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읽는 시간만큼 쓰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쓰는 시간만큼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 나처럼 줄거리를  요약하는 재주가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럼에도 내가 내 멋대로,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록하는 이유는,
그때의 그 기분, 느낌, 감정, 나의 상태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쓰고 싶고, 써야 하는, 그래야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나답게 살고 있구나 싶어지는 내게 주는 최소한의 선물 같은 거. 위로 같은 거.
나중에, 오랜 시간 뒤에라도 내가 남긴 글 한 줄이 나를 기억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 같은 거.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로 기획된 다섯 권의 책 중 하나.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쓴 요조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했다.
"창작의 고통이 아니라 성실의 고통에 괴로웠다.
 나중에 또 이런 걸 하자고 누가 꼬드긴다면
 그때는 정말 진짜 죽어도 안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승낙할 것이다."

어쩐지 저 말의 의미를 알 것만 같다.
매일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일기 쓰듯 적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일기가 밀리면 괜히 마음이 불안하듯 말이지.

책을 읽기 전에,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솔직히 말하면, 책 자체에 대한 매력이 있다기보다는 이 사람이(요조) 내가 읽은 책과 얼마나 많은 책을 함께 읽었나 세어가면서 읽었다.
나도 읽은 책이 나오면 반가웠고, 내가 느꼈던 감정과 어떤 비슷한 느낌을 적은 듯 보이면 신이 났다.
일방적으로 혼자 읽고 있지만, 그냥 대화하는 듯한 느낌.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읽은 책은 일기처럼 적었고, 7월부터 12월까지는 읽은 책의 리스트만 실려 있다. 매일이 아니더라도 하반기의 읽은 책들도 함께 소개되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잘 썼다 못썼다, 좋다 아니다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서 좋았다.

 

 다 읽고 나면, 결국엔 또 읽고 싶어진다.
그녀가 읽은 책들 중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책들을.
그리고 또 쓰고 싶어진다.
내가 읽은, 내가 만난 책들에 대한 이야기와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PS. 전문적인 서평을 기대하고 읽지는 마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밴드 브레멘 그림책이 참 좋아 46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 밑에서 마주친 말과 개, 고양이, 닭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로의 신세를 한탄했다.
경주마로 잘 나갈 땐 잘해주던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자 관광객을 태우는 마차 끄는 신세로 만들고 구박했다는 말.
줄곧 실험실에만 갇혀서 주사만 맞다가 더 이상 쓸모 없어지자 안락사를 했다고 고백하는 개.
양계장에서 밤낮없이 알을 낳았는데 더 이상 알을 많이 낳지 못하자 어디론가 팔아버리려고 했다고 고백하는 닭.
사람 손에 자라다가 길에 버려진 고양이.

이들은 더 이상 사람들을 믿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의견을 모은다.

그렇게 시작된 동물들의 브레멘 밴드!

 

 나는 동물들을 무서워하는 편이고, 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예윤이는 언제부턴가 강아지랑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졸랐는데,
나나 신랑은 그때마다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윤이가 나중에 커서 스스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돌봐줄 수 있을 때, 그때가 되면 키워 봐." 라고.

아이는 동물들이 예쁘고, 귀여운 걸 알지만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아직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귀여우니까 인형처럼 데리고 놀고 싶은 마음일 터.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유설화 작가의 전 작품 <의리의리한 개집>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귀엽고, 예쁘다고 그냥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강아지나 고양이를 얼마만큼 책임질 수 있고,
함께 살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와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이 그림책 역시, 한 번도 주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물들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뭔가 부끄러움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었지 싶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버려지고, 지워지고, 감춰지고, 쓸모없다 여겨지는 주변의 모든 존재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적었다.

 

 앞으로 아이와 동물원에 가거나, 길에서 마주치는 개나 고양이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예윤이는, 책을 다 읽고 밴드 브레멘의 노래 가사에 스스로 음을 입혀 신나게 불렀다.
어허라, 음악적 재능이 있는데? ㅋㅋㅋ

며칠째 아이가 입에 달고 다니는 노래 가사

우린 버려졌지♪  우린 지워졌지♪
우린 감춰졌지♪ 우린 쓸모없지♪
우린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동정 따윈 필요 없어♬

내 입에서도 계속 맴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