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브레멘 그림책이 참 좋아 46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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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에서 마주친 말과 개, 고양이, 닭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로의 신세를 한탄했다.
경주마로 잘 나갈 땐 잘해주던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자 관광객을 태우는 마차 끄는 신세로 만들고 구박했다는 말.
줄곧 실험실에만 갇혀서 주사만 맞다가 더 이상 쓸모 없어지자 안락사를 했다고 고백하는 개.
양계장에서 밤낮없이 알을 낳았는데 더 이상 알을 많이 낳지 못하자 어디론가 팔아버리려고 했다고 고백하는 닭.
사람 손에 자라다가 길에 버려진 고양이.

이들은 더 이상 사람들을 믿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의견을 모은다.

그렇게 시작된 동물들의 브레멘 밴드!

 

 나는 동물들을 무서워하는 편이고, 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예윤이는 언제부턴가 강아지랑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졸랐는데,
나나 신랑은 그때마다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윤이가 나중에 커서 스스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돌봐줄 수 있을 때, 그때가 되면 키워 봐." 라고.

아이는 동물들이 예쁘고, 귀여운 걸 알지만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아직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귀여우니까 인형처럼 데리고 놀고 싶은 마음일 터.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유설화 작가의 전 작품 <의리의리한 개집>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귀엽고, 예쁘다고 그냥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강아지나 고양이를 얼마만큼 책임질 수 있고,
함께 살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와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이 그림책 역시, 한 번도 주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물들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뭔가 부끄러움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었지 싶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버려지고, 지워지고, 감춰지고, 쓸모없다 여겨지는 주변의 모든 존재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적었다.

 

 앞으로 아이와 동물원에 가거나, 길에서 마주치는 개나 고양이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예윤이는, 책을 다 읽고 밴드 브레멘의 노래 가사에 스스로 음을 입혀 신나게 불렀다.
어허라, 음악적 재능이 있는데? ㅋㅋㅋ

며칠째 아이가 입에 달고 다니는 노래 가사

우린 버려졌지♪  우린 지워졌지♪
우린 감춰졌지♪ 우린 쓸모없지♪
우린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동정 따윈 필요 없어♬

내 입에서도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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