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 '내 나이 60이 되면 우리 애는 뭐가 돼 있을까?', '내 나이 60이 되면 남편이 뭐가 돼 있을까?'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건 아이와 남편의 몫이다. ' 내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내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느 장소에 가장 많이 가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김미경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p120>

예전에 읽은 책 중에 김미경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에서 오래도록 꼭! 기억하고 싶어서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던 문장이다.
그 책을 읽고, 나이가 들었을 때 남편, 자식이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있고, 어디에 가 있는지가 중요한 사림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과 다짐은 지금 내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게 하는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다.

'예순'이라는 나이도 굉장히 많은 거라고, 그즈음 되면 할머니지. 늙은이라고 불려도 이상할 것 없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멋진 할머니가 나타났다.
아흔 살의 모모요. 아흔 살의 모모요에 비하면 예순은 아직 한창 젊은 나이 아니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의 외할머니도 여든다섯이 넘어서까지 정정하셨고, 친할머니도 아흔이 다 되어 가신다(물론 지금은 몸이 많이 쇠약해지긴 하셨지만).

나이 듦에 대하여, 늙는다는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모모요 할머니는 1900년에 태어났다.
그 시대에 고등교육을 받았고, 전쟁을 겪었고, 그 시대의 여성들이 그랬듯 자식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기도 했다. 자식들이 자라서 형편이 좀 나아진 뒤에도 25년이나 더, 80세가 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일을 했다.

'아흔 살'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꼬부랑 할머니거나 작은방 안에서 온종일 TV에 의지해 하루를 보내거나, 다 자란 자식들 눈치를 보거나.... 하는 모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모모요 할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도쿄 여행을 감행하는, 목소리도 우렁차고, 다리에 힘도 넘치는 멋쟁이 할머니다.

모모요 할머니가 도쿄로 여행을 떠나면서 계획 한 다섯 가지.
1. 호텔에서 혼자 숙박하기
2. 우에노 동물원에 판다 보러 가기
3. 도쿄 돔 견학하기
4.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5.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모모요 할머니는 이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내가 모모요 할머니에게 반한 건,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 할머니였다는 점.

편견일지 모르지만, 아흔 살쯤 되면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의 부양을 받으면서 함께 살고 있으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당당하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 그리 쉽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모모요 할머니는 기죽거나, 눈치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집스럽게 자식들을 닦달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냥 자기 스스로를 지킨다.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굳이 자식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멋진 할머니가 된다는 건, 어쩌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게 했다.
노인네가 왜 그럴까, 하는 말을 듣는 거 말고,
멋진 할머니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소망 하나가 생겼다.

이 책의 초판이 1995년, 모모요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발간되었다고 하니 할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멋지게 남기는 삶의 소중한 경험을 하고 떠나신 셈이다. 그것 역시 멋지지 않은가.

옮긴이의 말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옮긴다.

노인이 되어가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모모요처럼 나이를 먹는 것, 참 멋지지 않은가. 왕성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 몸은 바지런하고 씩씩하고, 나이 들었다고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고. 어른이니 세상만사에 관대하고 너그러워야 한다고 애쓰지 않고. 나이에 대한 부담감 없이 세상 마이웨이로 사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 같다. 아흔 살에도 거뜬하게 혼자 여행 다니고, 스모와 프로야구 선수 이력을 다 외우고, 국제 정세까지 밝고, 부럽기조차 한 이상적인 노인상이다.
모모요의 파란만장한 아흔 살의 일대기. 삶이 뻑뻑하게 느껴질 때, 한 살 두 살 먹는 나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 넘기며, 이 에너지 넘치는 할머니 얘기 한번 읽어볼 만 하다. 나는 아흔 살 할머니보다 더 노인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드는 것 같다. - 옮긴이 권남희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 멋지게 늙어가고 싶은 이들, 지금 삶조차도 무기력해 몇 십 년 뒤의 삶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사람들. 속는 셈 치고 한 번 읽어보자. 그냥 심심풀이로라도 좋다. 아흔 살 모모요 할머니의 기를 팍팍 받을 수 있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