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긴 너에게 - 2019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8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여름방학권장도서 추천, 동원책꾸러기 선정 바람그림책 65
카사이 신페이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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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윤이를 만나는 어른들이 종종 묻는다.
"이제 곧 동생 만나니까 좋겠다~ 그치?" 하고.

그때마다 예윤이는 시큰둥하게 대답하지.
"잘 모르겠는데요~"

처음, 엄마 뱃속에 동생이 생겼어~라고 알려주었을 때 예윤이의 반응은...
"엄마 왜 거짓말했어? 동생 안 생길 거라며~"였다. (정말 계획에 없었던지라 아이가 물을 때마다 동생은 없어,라고 말했었다 ;;;)

그 이후에도 아이는 한 번도 동생이 생겨서 좋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중간중간엔 "난 미니(동생)이 싫어. 나도 애기 할거야" 등등 엄마 입장에서 걱정되는 말들을 툭툭 던져주었다.

이제 정말 곧, 동생을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일곱 살 아이는  부쩍 더 어리광이 심해졌고,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좋은 방법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책을 같이 읽으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생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그림책을 선택했는데......

 

 아이와 함께 읽기 전, 내가 먼저 읽다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이거를.. 지금 같이 읽어도 될까?, 내가 읽어도 참 마음이 아프다'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첫째 아이 준은 곧 자신이 형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유치원생.
아마도 지금의 예윤이와 딱 비슷한 또래.

준에게는 아주 오래된 친구 하늘이라는 코끼리 인형이 있다.
준은 하늘이와 대화를 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엄마의 배가 점점 불러오고 있다는 걸 알고, 엄마를 도와야 한다는 것도 아는 아이.
그리고 드디어 만난 동생 윤.

이제 어른들은 준이 아닌 윤에게 관심을 주고, 엄마 역시 늘 품에 윤이를 안고 있다.
게다가 윤은 하늘이의 가장 친한 친구 코끼리 인형 하늘이까지 넘본다.

그 사이에서 준은 '자신은 이제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동생이 밉다.

 

 

고민하다가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게 된 건,

이 그림책의 이야기가,  우리가 뻔하게 상상할 수 있는 그래도 엄마는 첫째인 너도 정말 사랑해... 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 물론 그게 중요한 핵심이기도 하지만.
이 그림책은 준이라는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해 내는, 아기인 줄만 알았던 준이 스스로 어린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이제 준은 안다.
여전히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엄마가 윤이만이 아니라 자신도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걸. 그리고 하늘이 역시 동생 윤에게 기꺼이 양보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은 '형아'가 되었다는걸.
동생 윤만큼이나 자신 역시 혼자 일 때 엄마 아빠의,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소중한 아이라는걸.

 

아직 마주하지 않은, 곧 마주하게 될 현실에 대해 어쩌면 나는 예윤이보다 더 걱정하고 겁먹고 있는 건 아닐까. 주변에서 들어온 첫째가 동생을 보면 엄청 힘들어한대, 같은 말들에 지레 겁먹고 아이를 못 믿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한차례 큰 폭풍이 몰아칠지도 모르지만. 서로 감정이 상해 "엄마 미워, 엄마도 너 미워" 하고 토라질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들을 함께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예윤이는 멋지고 든든한 언니가 되고, 또 그만큼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책을 함께 읽는 동안 예윤이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냥 같이 읽었다.
그리고 꼭 안아주었다. 사랑한다고, 엄마 딸로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예윤이가 웃었다. 활짝.
그리고 똑같이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나도 엄마를 무지 많이 사랑한다고.

예윤이가 잊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책을 읽고, 껴안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이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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