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굴데굴 축구 친구 마음이 커지는 그림책 3
필립 드 케메테 글.그림, 김주경 옮김 / 을파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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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얼른 읽자아아~ 축구 친구, 응? 응?"
침대 옆에 늘 두 세권의 책을 놓아두고 잠들기 전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데,
책을 골라서 두 세권씩 올려놓는 건 내 몫.
그 중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건 아이 몫.

알았다고 읽자고, 책을 집어들어면서 보니 아이 눈은 이미 반쯤 감긴 상태 ;;
졸린데, 졸린거 같은데 기어이 안 졸리니 꼭 읽고 자야겠다는 아이.
읽다가 잠들면 또 읽지 뭐... 하고 책을 펼쳤는데 아이 눈이 다시 초롱초롱 해졌다.

유니폼팀과 티셔츠팀의 팀원들이 쭈욱~ 나와 있는 사진이 이미 아이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엄마, 나도 축구 잘 하는데 그치?"
"맞아. 잘하지 완전~"

편견이라면 편견일 수도 있을텐데, 아이는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운동영역에 보이는 관심이 좀 다른 듯 하다. 여자아아니까 운동을 좋하는게 이상해, 라기 보다는 좀 더 유난히 좋아하고 활동적이고 잘하고 싶어 한달까.
그래서인지 축구라는 이야기에 이미 이 책은 아이의 마음에 쏙~ 들어버린 듯.

 

 유니폼 팀 11명, 티셔츠 팀 11명
팀 이름에서 이미 예상할 수 있듯이 유니폼 팀은 유니폼이 있는 친구들
티셔츠 팀은 유니폼이 없는 친구들이다.

 

 생일날 유니폼을 선물받은 마스코트는 유니폼이 있는 친구들을 모아 팀을 만든다.
그리고, 유니폼이 없는 다른 팀 (티셔츠 팀)과 축구경기를 하기로 하는데......

 축구경기 전 날 비가 많이 내려 땅이 온통 질퍽질퍽
그래도, 경기는 예정되로 진행된다.
유니폼을 입은 친구들은 유니폼이 더러워질까봐 조심조심 뛰어다니고,
티쳐츠를 입은 친구들은 이리구르고 저리구르고 열심히 축구 경기에 임한다.

 

한참을 경기를 하다가 멈춰서서 보니,
진흙이 된 땅 때문에 유니폼을 입은 친구도, 티셔처를 입은 친구도
구분할 수 없게 되고,
모두 그냥 축구 경기를 즐긴 진흙 투성이의 친구들이 되어 있다.

 

 때마침 구경 온 아나벨르의 아빠가 친구들의 단체사진을 찍어 주셨다.
사진 속의 친구들은 누가 유니폼 팀인지, 티셔츠 팀인지 상관없이 이리저리 섞여
모두 즐겁고 신나는 표정.

즐겁게 읽고 난 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명확했다.
유니폼이 있다고해서 우쭐할 필요도, 유니폼이 없다고해서 기가 죽을 필요도 없다는 것.
그게 유니폼이 아니라 장난감이라고 해도, 멋진 공주 원피스라고 해도 말이다.
중요한 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마음.
너도 나도 친구라는 마음.
근데,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면서 나 역시도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상대적 박탈감에 절망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것 역시도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라는 걸 아이에게 알게해 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만큼, 아이의 보폭에 맞춰 함께 자라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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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쏘라의 초간단 손그림 일러스트
박현진 지음 / 소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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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인 줄 몰랐다.
늘 못그려 나는.. 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잘 그리는 사람들을 부러워만 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객관적으로) 못 그린다 ㅎㅎ

그래도, 시도해보자 싶어서 검색하다 이 책 <쏠소라의 초간단 손그림 일러스트>라는 책을 찾게 됐다.
당연히 '초간단'이라는 말에 끌렸다.
나 처럼 완전 초보에 곰손도 희망을 갖게 해주는 말이 아닌가.

 

 전문가들에게 '초간단'이라는 말이 나처럼 완전 초보에게는 '그래도 안 간단함'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하나씩 따라그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선그리기부터 도형 등 따라 그릴 수 있는 페이지들이 있어서 좋았다.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그려보고 싶어서 매일 쓰는 다이어리에 그림일기를 쓰기로 했다.
내 다이어리는 <북로그라이프>라는 6개월 단위로 쓰는 다이어리인데, Official Work와, Private Work로 나누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어 있다. 하루에 한페이지씩 쓸 수 있어서 일정을 적고도 공간이 남았는데 그 공간을 활용해 그려보기로 했다.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이 책을 펴 놓고 따라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일기도 간단하게 적으니 다이어리를 펼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가 지나도 아직은 어설프기만 하지만, 매일 조금씩 그리다보니 우선 두려움은 사라졌다.
'그림은 못 그려' 했던 부정적인 마음이 '음.. 조금씩 나아지겠지. 우선 열심히 따라그리다보면 내가 스스로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릴 수 있겠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것만으로 이 책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쉽게 따라그릴 수 있게 기본도형으로 그릴 수 있는 동물, 과일, 식물, 사람얼굴, 색연필로 스케치 하는 방법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듯. 지은이 쏠소라님의 블로그에도 다양한 그림들이 많이 올려져 있어서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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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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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이 내게 생긴다면, 난 뭘 하고 싶을까.
이를테면 무엇보다 강력한 손톱을 갖게 된다거나, 엘리베이터를 손 대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움직이거나 멈추게 할 수 있게 된다거나,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눈 앞에 붉게 변한다거나 하는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재인, 재욱, 재훈 세 남매에게 우연찮게 이런 특별한 능력이 생기고 말았다.
그들은 어느날 보낸이를 알 수 없는 소포를 받는다.

재인은 어떤 강력한 손톱도 문제 없이 깎을 수 있는 손톱깍이를, 재욱은 강력한 레이저포인터를, 재훈은 열쇠목걸이를. 각각의 소포 안엔 미색 쪽지가 한장씩 들었었다. 각각 Save 1, Save 2, Save 3라고 적혀 있었다.
그들이 소포를 받은 장소는 역시 모두 다르다.
재인은 일하고 있는 대전의 한 연구소에서, 재욱은 파견근무로 떠난 아랍 사막의 플랜트 공사장에서, 재훈은 엄마의 일방적인 강요 의해 떠난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서.

그들에게 왜 그런 특별한 능력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그 능력으로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 본인들도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정세랑의 소설집을 세 번째 읽는다.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피플>, 그리고 이번 책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게 된 보건교사 안은영의 특별한 능력이 보여지고, <피프티 피플>에서는 자그마치 50여명의 등장인물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재인, 재욱, 재훈>에서는 세 명의 인물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소설의 발간 순서가 위의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서 읽은 두 권의 소설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역시 재미있구나.

다르게 표현할 수 없어 그대로 표현해 보자면 정세랑의 소설은 재미있다. 가독성이 끝내준다. 이렇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볍다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 재미있음이다. 그래서 더 이 작가가 좋아진다.

분량이 짧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작가의 말까지 모두. 소설만큼이나 작가의 말도 흥미로웠다.

더 이상의 소설 이야기는 이 책을 읽을 다음 독자를 위해 그만해야겠다.
재미있는 소설, 즐겁게 읽을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권한다.

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내게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면 난 뭘 하고 싶을까'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면, 물론 절대 그런 일따위 내 인생에서 일어날리 만무하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상상해 본다면,
누구를 구하는 일에 그 능력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이 소설에선 아마도 누군가를 꼭 구해야 한다고 그 능력들을 준 듯 하지만).


- 울음을 그칠 기미가 없는 엄마를 내려주고 대전으로 돌아가며 재인은 생각했다. 이십 대 내내 가장 힘들게 배운 것은 불안을 숨기는 법이었다고 말이다. 불안을 들키면 사람들이 도망간다. 불안하다고 해서 사방팔방 자기 불안을 던져서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없다. 가방 안에서도 쏟아지지 않는 텀블러처럼 꽉 다물어야 한다. 삼십 대 초입의 재인은 자주 마음속의 잠금장치들을 확인했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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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야. -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
곽수인 외 33명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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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인, 구태민, 권지혜, 길채원, 김건우, 김동영, 김수정, 김승태, 김승환, 김제훈, 김주아
김혜선, 김호연, 박성호, 박정슬, 선우진, 심장영, 안주현, 안중근, 양온유, 오경미, 유예은
이건계, 이단비, 이영만, 이지민, 이창현, 이태민, 임경빈, 전하영, 정다혜, 정차웅, 최성호
홍순영

아이들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본다.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더 많은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이 책에 실린 아이들의 이름조차 이제 처음 불러준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래도 그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또 미안해.

이 책 《엄마, 나야》에 실린 서른 네 편의 시는 서른 네 명의 아이들이 말하고 시인들이 받아 적은 아이들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지은 시다.
이 책을 읽을 때, 여섯 살 된 나의 아이는 내 옆에서 종알거리며 '엄마, 엄마'를 쉬지 않고 불러댔다.
아이를 보다가, 시들을 읽다가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울컥,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이가 부르는 '엄마'라는 소리가 얼마나 애틋하고 고마운지 나는 다시 한 번 느끼고 만다.
아이가 짜증내고, 보채고, 울음을 터트리는 일이, 매일같이 사소한 일로 다투고 매일같이 화해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며 안아주는 아이의 품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지, 영문도 모르는 아이를 안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하고 수없이 말해 주었다.

그리고 또 다시 미안해.

아이들의 생일파티에서 가족, 친구들이 모여 함께 이 시들을 낭송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얼마나 눈물을 흘릴지, 그러다 아이와의 추억을 나누며 몇 번쯤은 웃기도 할테고, 다시 그리워서 서로 안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를 보니, 살아남은 아이들은 떠난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는 일이 죄송스럽고 어려워하지만, 남겨진 부모들은 친구들이 찾아와 아이와의 추억을 이야기해 주면 위로 받는다고 한다. 아마도 엄마지만, 아빠지만 몰랐던 나의 아이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옆에 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상상할 수 없는 아픔, 상상할 수 없는 그리움이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것만 같다. 잊지 않고.

-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날에는
햇빛이 볼에 따끔따끔 부딪히는 날에는
달이 동그란 눈을 찡끗거리는 날에는
비가 부슬부슬 이마를 가만히 쓰다듬는 날에는
바람이 상쾌하게 코끝을 스쳐지나가는 날에는
어김없이 내가 노는 시간이야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나는 잘 있어, 라는 신호야.
<그리운 목소리로 주아가 말하고, 시인 유현아가 받아 적다>

- 내가 잠시 다른 곳에 와 있다고 해서
우리의 깊은 사랑이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의 엄마가 보여주었으면 해.
엄마가 아픔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버텨줘서
이 특별한 생일을
아빠와 동생과 친구들과 함께 기억해줬음 좋겠어.
보고 싶을 때 모두 모여서 마음을 만지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을.
슬픔도 눈물도 다 녹아서 가장 아름다운 영혼으로
내가 곁에 있을 거라는 것을.
알지, 엄마.
엄마가 지금보다 더 더 더 건강해져야 한다는 것.
더 더 더 씩씩해져야 한다는 것.
<그리운 목소리로 채원이가 말하고, 시인 이영주가 받아 적다>

- 조금 울 수도 있겠지만
슬퍼서는 아닐 거야
기뻐서도 아닐 거야
충분해서,
충분해서 울게 될 거야
아빠
나 보고 싶어 뒤척일 수도 있겠지만
노래 불러요
부르고 나면
나 만난 것처럼
나 만진 것처럼
괜찮아질 거에요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리는 내 사람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니까
괜찮을 거야
<그리운 목소리로 온유가 말하고, 시인 박연준이 받아 적다>

- 지금은 손에 닿지는 않는 곳에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만질 수 없는 곳에 있지만
모두들 너무 걱정 마세요.
저는 하늘 높이 올라서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흙이 되어
여러분 곁에 있을게요.
늘 다니던 동네 슈퍼, 운동장, 학원 근처에서
생생하게 웃으며 안녕, 하고 인사할게요.
<그리운 목소리로 순영이가 말하고, 시안 신미나가 받아 적다>

- 엄마와 아빠와 누나와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주는 동안 나는아직 살아 있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바람으로 다가가고 별빛으로 반짝이며 있을게요.엄마가 제 가슴에 새겨준 문자처럼 사랑해요 많이많이 사랑해요.내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말
엄마, 아빠, 누나 사랑해요.
<그리운 목소리로 건계가 말하고, 시인 도종환이 받아 적다>

-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어마 마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그리운 목소리로 예은이가 말하고, 시인 진은영이 받아 적다>

적으면서 다시 읽고, 읽으면서 다시 울고, 울면서 다시 미안해 하고.
오래도록 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이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그것 뿐이라서 또 미안하다고 말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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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엄마 웅진 우리그림책 35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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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병치레가 잦았다.
감기 정도가 아니라 심장병을 앓았으니 엄마, 아빠의 걱정은 말할 것도 없었겠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 마음을 잘 몰랐다. 아이를 낳고 아이가 기침만해도, 폐렴으로 입원만해도 가슴이 철렁하고 나때문에 아픈것 같아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서야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넉넉하지 못했던 형편에 그당시 돈으로 적은 돈이 아니었으니 수술비와, 입원비만으로도 엄마, 아빠의 걱정이 컸을 것이다. 둘이 함께 벌어 겨우, 여기저기 빌려 겨우 아이의 수술을 하고 그래도 아이가 괜찮아져서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 내렸을 것이다.

그때, 일하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외할머니가 병원에서 내내 옆에 계셨다.
생각해보니 그때 외할머니의 나이가 지금 엄마의 나이쯤이셨을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고 6년째, 엄마는 내 딸을 돌봐주고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서 하원시켜 저녁을 먹이고 내가 퇴근해 데리러 갈 때까지. 종종 주말에 신랑과 내가 출근을 하게되면 주말까지 꼬박. 그렇게 6년.

이 책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가 주 양육자인 지은이와 할머니의 이야기다.
엄마가 일을 간 사이 할머니는 지은이와 놀아주고, 엄마 아빠를 대신해 운동회에도 참석한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운동회에 참석해주지 않아서 속상했지만 할먹니 덕분에 그래도 든든하다.
할머니는 줄다리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아이와 춤도 추고 힘껏 해보지만 젊은 엄마들과의 달리기에서 이길 수 없었다. 지은이는 속상함에 눈물을 흘리는데....

달리기에서 져서 속상한 지은이와 할머니가 집에 돌아오는 길 시장에서 고로케를 먹으며 나누는 대화가 마음을 울렸다.
"이제 늙어 그런가... 잘 못 뛰네."
"할머니, 다시 젊어지면 안 돼?"

이 책은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아이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를 많이 만들어주었다.
"윤아, 윤이도 엄마 학교가면 할머니랑 씩씩하게 잘 놀고 그러는데 그치?"
"응. 엄마가 학교가도 나는 안 울고 잘 놀고 그러지. 근데, 친구들은 엄마가 안온다고 막 운대. 큭큭"

씩씩하게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미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늘 미안해하면서도 일을 계속 하는 걸 선택한 이상 그 미안함 마음조차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여긴지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늘 마음 한 켠에 무거운 돌 하나 얹어두고 있는 것 같던 마음을 긍정적으로, '그래, 이 시간도 다 지나갈거야' 라고 바꿔먹은지 말이다.

그런데도 자꾸 걸리는 게 있다.
엄마.
나 역시 엄마에게 괜히 투정부리고 싶은 맘이다.
"엄마, 다시 젊어지면 안돼?"라고.

아이가 자라서 할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애지중지 키워주었는지, 얼마나 사랑해주고 보듬어주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득,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아이때문에 그림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아이보다 내가 더 좋을때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이가 받은 감동보다 내가 받은 감동이 더 큰 것 같다.

올 해는, 엄마한테 좀 다정한 딸이 되어야지.
올 해는,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

생각하게 해 준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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