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엄마 웅진 우리그림책 35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 나는 병치레가 잦았다.
감기 정도가 아니라 심장병을 앓았으니 엄마, 아빠의 걱정은 말할 것도 없었겠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 마음을 잘 몰랐다. 아이를 낳고 아이가 기침만해도, 폐렴으로 입원만해도 가슴이 철렁하고 나때문에 아픈것 같아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서야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넉넉하지 못했던 형편에 그당시 돈으로 적은 돈이 아니었으니 수술비와, 입원비만으로도 엄마, 아빠의 걱정이 컸을 것이다. 둘이 함께 벌어 겨우, 여기저기 빌려 겨우 아이의 수술을 하고 그래도 아이가 괜찮아져서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 내렸을 것이다.

그때, 일하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외할머니가 병원에서 내내 옆에 계셨다.
생각해보니 그때 외할머니의 나이가 지금 엄마의 나이쯤이셨을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고 6년째, 엄마는 내 딸을 돌봐주고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서 하원시켜 저녁을 먹이고 내가 퇴근해 데리러 갈 때까지. 종종 주말에 신랑과 내가 출근을 하게되면 주말까지 꼬박. 그렇게 6년.

이 책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가 주 양육자인 지은이와 할머니의 이야기다.
엄마가 일을 간 사이 할머니는 지은이와 놀아주고, 엄마 아빠를 대신해 운동회에도 참석한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운동회에 참석해주지 않아서 속상했지만 할먹니 덕분에 그래도 든든하다.
할머니는 줄다리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아이와 춤도 추고 힘껏 해보지만 젊은 엄마들과의 달리기에서 이길 수 없었다. 지은이는 속상함에 눈물을 흘리는데....

달리기에서 져서 속상한 지은이와 할머니가 집에 돌아오는 길 시장에서 고로케를 먹으며 나누는 대화가 마음을 울렸다.
"이제 늙어 그런가... 잘 못 뛰네."
"할머니, 다시 젊어지면 안 돼?"

이 책은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아이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를 많이 만들어주었다.
"윤아, 윤이도 엄마 학교가면 할머니랑 씩씩하게 잘 놀고 그러는데 그치?"
"응. 엄마가 학교가도 나는 안 울고 잘 놀고 그러지. 근데, 친구들은 엄마가 안온다고 막 운대. 큭큭"

씩씩하게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미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늘 미안해하면서도 일을 계속 하는 걸 선택한 이상 그 미안함 마음조차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여긴지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늘 마음 한 켠에 무거운 돌 하나 얹어두고 있는 것 같던 마음을 긍정적으로, '그래, 이 시간도 다 지나갈거야' 라고 바꿔먹은지 말이다.

그런데도 자꾸 걸리는 게 있다.
엄마.
나 역시 엄마에게 괜히 투정부리고 싶은 맘이다.
"엄마, 다시 젊어지면 안돼?"라고.

아이가 자라서 할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애지중지 키워주었는지, 얼마나 사랑해주고 보듬어주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득,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아이때문에 그림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아이보다 내가 더 좋을때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이가 받은 감동보다 내가 받은 감동이 더 큰 것 같다.

올 해는, 엄마한테 좀 다정한 딸이 되어야지.
올 해는,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

생각하게 해 준 그림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