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 재욱, 재훈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남들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이 내게 생긴다면, 난 뭘 하고 싶을까.
이를테면 무엇보다 강력한 손톱을 갖게 된다거나, 엘리베이터를 손 대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움직이거나 멈추게 할 수 있게 된다거나,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눈 앞에 붉게 변한다거나 하는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재인, 재욱, 재훈 세 남매에게 우연찮게 이런 특별한 능력이 생기고 말았다.
그들은 어느날 보낸이를 알 수 없는 소포를 받는다.

재인은 어떤 강력한 손톱도 문제 없이 깎을 수 있는 손톱깍이를, 재욱은 강력한 레이저포인터를, 재훈은 열쇠목걸이를. 각각의 소포 안엔 미색 쪽지가 한장씩 들었었다. 각각 Save 1, Save 2, Save 3라고 적혀 있었다.
그들이 소포를 받은 장소는 역시 모두 다르다.
재인은 일하고 있는 대전의 한 연구소에서, 재욱은 파견근무로 떠난 아랍 사막의 플랜트 공사장에서, 재훈은 엄마의 일방적인 강요 의해 떠난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서.

그들에게 왜 그런 특별한 능력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그 능력으로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 본인들도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정세랑의 소설집을 세 번째 읽는다.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피플>, 그리고 이번 책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게 된 보건교사 안은영의 특별한 능력이 보여지고, <피프티 피플>에서는 자그마치 50여명의 등장인물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재인, 재욱, 재훈>에서는 세 명의 인물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소설의 발간 순서가 위의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서 읽은 두 권의 소설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역시 재미있구나.

다르게 표현할 수 없어 그대로 표현해 보자면 정세랑의 소설은 재미있다. 가독성이 끝내준다. 이렇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볍다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 재미있음이다. 그래서 더 이 작가가 좋아진다.

분량이 짧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작가의 말까지 모두. 소설만큼이나 작가의 말도 흥미로웠다.

더 이상의 소설 이야기는 이 책을 읽을 다음 독자를 위해 그만해야겠다.
재미있는 소설, 즐겁게 읽을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권한다.

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내게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면 난 뭘 하고 싶을까'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면, 물론 절대 그런 일따위 내 인생에서 일어날리 만무하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상상해 본다면,
누구를 구하는 일에 그 능력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이 소설에선 아마도 누군가를 꼭 구해야 한다고 그 능력들을 준 듯 하지만).


- 울음을 그칠 기미가 없는 엄마를 내려주고 대전으로 돌아가며 재인은 생각했다. 이십 대 내내 가장 힘들게 배운 것은 불안을 숨기는 법이었다고 말이다. 불안을 들키면 사람들이 도망간다. 불안하다고 해서 사방팔방 자기 불안을 던져서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없다. 가방 안에서도 쏟아지지 않는 텀블러처럼 꽉 다물어야 한다. 삼십 대 초입의 재인은 자주 마음속의 잠금장치들을 확인했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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