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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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이 책을 읽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오기도 했고,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해 두기도 했고.
번번이 읽어지지가 않았다.

나랑 인연이 없는 책인가 싶기까지.
그러다 우연히, 이웃 블로거에서 이 책(을 포함한 4부작)2017년 읽은 베스트 책 중 하나로 꼽아놓은 걸 보고 또다시 읽도 싶어졌다.

이번엔 직접 구입.
함께 구입한 여러 권의 책을 다 읽고, 마지막으로 다시 책장을 넘겼다.
하루, 이틀 진도가 영 안 나가더니 어느 순간 폭풍 질주가 시작되었다. 결국 지난 새벽 거의 뜬 눈으로 지새며 1권을 다 읽고야 말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나폴리 4부작 전권을 구입하면 굿즈를 주는 게 있었으나,
과감히 유혹을 물리치고 1권만 구입한 건 잘한 듯. 2권도 있었으면 바로 이어서 읽고 싶었을 것 같다.

계획은 한 달에 한 권씩 4권을 읽는 것.

사족이 길었다.

나폴리 4부작 중 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와 레누의 유년시절과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두 친구의 우정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편.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을 먼저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렇게 이야기할 친구가 있나' 하고.

누가 봐도 못된 릴라와 그런 릴라 곁에서 바라보는 레누의 이야기는 어린 여자친구들이 겪는 부러움과, 질투, 사랑과 우정을 적절하게 담고 있다. 물론, 그 당시 시대의 이야기와, 릴라와 레누 주변의 친구들,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소설은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다.

소설은 레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나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더 이상 하지 못하는 릴라와 공부도 잘하고 인정도 받지만 스스로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관계가 질투에 사로잡히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엉망진창이 되기보다는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쌓아간다.
내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p40

그들이 지나온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힘겨운 일상이 소설 여기저기에 드러나 있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내내 그녀들의 우울과, 상실보다 그것을 하나씩 잘 건너가는 눈부신 그녀들이 돋보였다.

릴라의 결혼식 피로연이 끝나가고 있다.
그다음 이어질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느닷없이 릴라가 물었다.
"내가 잘못하는 걸까?"
"뭘?"
"결혼하는 것 말이야."
"아직도 증인 문제를 생각하는 거야?"
"아니, 올리비에로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어. 왜 나를 집에 들여보내지 않은 걸까?"
"그거야 선생님은 성질이 고약한 노인네니까."
욕조에서 반짝이는 물을 바라보면서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넌 공부를 계속하도록 해."
"2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해. 그러면 끝이지."
"아니, 절대로 멈추지 마. 필요한 돈은 내가 줄게. 넌 항상 공부해야 해."
나는 조그맣게 웃어 보인 후 릴라에게 말했다.
"고마워. 하지만 언젠가는 학교 공부를 마칠 수밖에 없어."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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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1~5 (완결) 세트 - 전5권
아오노 슌주 글.그림,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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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중년이 된다고?
갑자기 '중년'이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 건지.
나는 이제야 서른 아홉, 곧 태어날 아이도 있는데.... 나 아직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올해 나는 서른 아홉이 되었다.
이제 올 한해가 지나면 마흔이 된다는 거지.
스물 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때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십대를 조금 더 치열하게 살지 못했다는 후회와, 다가 올 삼십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하는 두려움때문에.

삼십대가 되고 바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훌쩍 9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의 삼십대는 어땠지, 하고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아마 올 연말즈음, 마흔을 앞두고 어쩌면 또 심한 열병을 앓을지도 모르겠다.
다가 올 사십 대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혹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 때문에.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는 다짐은 올 한해 나에게 어떤 시간들을 만들어 줄까.

 

마흔살 시즈오.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그가 되고 싶었던 건 "만화가!!"
일흔이 넘은 아버지와 고등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시즈오는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고 회사에 사표는 낸다.

총 다섯 권의 만화 속에는, 시즈오를 중심으로 그의 아버지와 딸, 오랜 친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청년, 출판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얽혀 있다.

십 대의 여고생에게도, 이십대의 젊은이에게도, 30대의 직장인에게도, 40대의 중년에게도
현실을 잘 살아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좌절하고, 쓰러지는 이들은 그래도 서로 보듬으면서 응원하고 다독인다.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마흔의 중년 남자에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젊은 친구들이 많은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흔이 넘은 아버지에게 매일 온갖 구박을 받아가며 그래도 만화를 그리는 시즈오.

어떻게 보면,
'참 속편하게도 산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거고, 어떻게 보면 '아 부럽다~' 할 수도 있을 모습이다.

“생각을 안 하는 건가요? 장래에 대해서.”
   “당연하지. 무서워서 생각할 수가 없어.”  / 2권 p80

- 중년의 절반은 실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쉽게 굴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실패의 역사가 다릅니다.
중년도 열심히 노력합니다.  / 2권 p106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제목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적어도 내가 만난 만화 속 캐릭터 들은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만화의 제목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실패할 때마다, 좌절할 때 마다, 죽고 싶어 질때마다,
'나 아직이야.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라고 생각 할 수 있게 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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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 한 마디를 해도 통하는 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1
김영철.타일러 라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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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외국인 교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
물론, 외국인 교환학생이나 유학생도 늘고 있고.
수강신청 도움 받으러, 수업 개설에 관련된 사항을 안내 받으려고 찾아오는 교수나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움츠러드는 게 사실.

아주 조금 들린다고 해도 입이 잘 안 떨어지거나, 버벅버벅.
괜히 눈 피하고, 머뭇거리고 ㅜㅜ
그러고 나면 어쩐지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하고, 진짜 영어공부 해야지! 하고 결심하기도 하지만......

워낙 영어는 영~ 관심도 소질도 없었다.
그나마 수능 영어는 외우고, 어느정도 끼워맞출 수 있었지만 회화는 뭐...
영어를 진작 좀 해야겠단 생각을 왜 못했을까.

우연한 기회에 받게 된 <<진짜 미국식 영어>>.
생각보다 책이 두꺼워서 음... 이걸 다 볼 수 있을까 부터 걱정이 들었다.
물론 책을 펴는 순간,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목차를 보고, 먼저 보고 싶은 부분부터, 알고 싶은 문장부터 찾아볼 수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책 읽듯 따라 읽어도 좋을만큼 다가가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모 영어 학습 인터넷강의를 들을 때, 강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 새해 목표는 1. 영어 공부하기 2. 다이어트 3. 금연…  다음 해에는 순서만 바뀌어서 다시 이 세가지, 그 다음 해에는 또 순서만 바꿔서 다시 이 세가지."
큭큭,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듯 한데,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뭐 담배를 피지 않아서 금연할 필요는 없고 다이어트가 꼭 필요하진 않지만 영어공부는 매 년 새해 계획이랍시고 세우고 있는데 그게 몇 년째인지......

다시 새해에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 볼까? 하는, 쓸데없는 다짐을 다이어리 한 쪽에 적어 놓는다.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진짜 미국식 영어(이하 진미영)’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몇 가지 표현을 먼저 읽게 되었다. 평상시 라디오를 잘 듣지 않아서 김영철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몰랐고 타일러씨와 함께 하는 '진미영'도 몰랐다.

‘비정상회담’을 통해 타일러씨를 알고 있었고 ‘정말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만나게 되니 그냥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 이거 재미있겠는데…’ 라는 기대는 며칠 뒤 제 손에 이 책이 들어온 후 한 장씩 읽다보니 이틀만에 다 읽고(아직 팟캐스트는 첫 회만 들어보았;;), 우와, 좋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들이 재미있고 실제 미국식 회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듯한 내용들.

학교에 있는 미국인 교수 중 한 분은, 업무에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짧게 메일로 질문 보내고, 답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항상 내용을 쓰시고 마지막에 ‘Best, oo(자기 이름)’을 써서 끝을 맺는다.  그 메일을 여러 번 받았었는데 별 생각 없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말았었는데, 진미영 36번을 읽으면서 ‘난 왜 이런 걸 진지하게 생각 한번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되었다.

그 밖에도 실제로 업무 중에 쓸 수 있는 유쾌한 표현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마치 이야기 책을 읽듯이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다시 천천히 한 문장씩 읽으면서 익혀봐야지~ 하는 다짐 중이다. 그리고 나면 팟캐스트도 쭉~ 들어보고. 그렇게 하다 보면 한 마디 또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새해 계획으로 또 영어공부를 다짐하시는 모든 분들, 우리 지치지 말고 힘 냅시다.
동안 잘 해왔잖아요? ^^;;
진미영 1번 표현을 빌려봅니다. 
Keep it 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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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 살며 놀며 배우며 즐긴 조금 긴 여행
김지현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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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시간이 오롯이 주어진다면 난 뭘 할까?
뭘 하고 싶지?

이 책, <<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를 읽으면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집안일 걱정 안 해도 되고, 돈 걱정까지 안 해도 된다면......
딱 한 달! 그런 시간이 내게도 주어진다면(상상만으로도 지금 내 입꼬리는 하늘에 닿을 듯 ;;) 말이지, 나는...... 딱 일주일 혼자 여행하고, 남은 3주는 아이와 함께 놀고 싶다.

여행 서적들을 읽고 리뷰하면서 늘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아니 두려워해,라고 적었다.
여전히 그렇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다.
특히 아이와 둘이? 혹은 태어날 아이까지 셋이 떠나는 여행? 아직은 생각만 해도 으~ 무섭다.

그러니까, 이렇게 대리만족! ... 그러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아, 나도 가고 싶다'라는 충동!

나이 마흔을 앞둔 엄마가 초등학생 아이 둘(여행 당시 초 6, 초1)을 데리고 런던과 파리에서 보낸 한 달!
여기서 방점을 찍을 건, 나이 마흔을 앞둔 엄마일까. 초등학생 아이 둘일까, 런던과 파리일까.
뭐가 제일 대단하게 느껴졌는지 생각해보니, '엄마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떠났다는 것' 그 자체였다.
그게 런던이든, 파리든, 일본이든, 미국이든 다 비슷했을 것 같다. 그냥 놀랍고 대단하다 생각했을 것 같다.

내게도 소소한 꿈은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기차 여행 같은 것. 여섯 살이 된 아이는 아직 기차를 한 번도 타보지 못했는데 시간이 되면 기차를 타고 둘이 휙~ 놀러 갔다 오고 싶은 소소한 꿈.
마음만 먹으면 당장 이번 주 주말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건만, 일상에 치인다는 핑계로 미루고만 있다.
그러니, 책을 읽으며 마냥 부러울 수밖에.

「아이들은 분명 여행을 다녀온 후 많이 달라졌다.
여행을 통해 느끼고 표현하고 필요한 것은 스스로 찾아보게 되었으며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
......
매일매일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해라 강요하고 잔소리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조금 더 구체적인 꿈을 찾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은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에서 큰 것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도전의 시간이자 힐링의 시간이었고,
재정비의 시간이었다.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고 요리하는 일을 꾸준하게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니 마음껏 시간을 내서 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또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었다.
무언가 생가의 전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고민에 가득 차 점점 지켜갈 시기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런 내게도
정말 커다란 힐링이 되었다. - '조금 긴 여행을 통해 얻은 것들' 중에서 」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류(여행에세이)의 책을 읽으면 저자에 대해 먼저 궁금해진다.
'뭐 하는 사람이지? 아마 여유가 있으니까 이렇게 여행도 다니겠지.'같은 내 나름의 편협한 잣대를 여과 없이 들이밀게 되는 것.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저자가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지부터 보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나서는 어땠을까.
저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엄마와 아이들만 남았다.
결국, 여행이라는 게 주는 선물은 앞뒤 배경 같은 거 다 빼고 온전히 '나'가 남는 과정이 아닐까.
물론, 적어도 당장 오늘 먹을 걸 걱정하면서 사는 사람에게는 이마저도 사치일 테지만, 읽기도 전에 경험하기도 전에 정해진 틀 안에서만 보게 되는 건 꼭 고치고 싶은 습관.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조금 배운다.

나도, 너도 그냥 같아. 저지르고 봐봐!

떠나기 전엔, 이런저런 고민들로 가득할 테지만 무작정 우선~ 떠나고 나면 좋지 않을까.
그냥 저지르고 나면 말이다.
멀리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고, 낯선 환경에 서 있는 자신만 봐도 뭔가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 그러니 아마 아이들은 그 에너지를 마음에 품고 와 일상생활에서도 여과 없이 행복감을 느낄 것만 같다. 그게 바로 이 가족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겠지 싶다.

이 책은 여행 실용서에 가깝다.
어찌 보면, "자! 떠나라"라고 동기부여를 하고 난 뒤, 이제 맘을 먹었으면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따라 해봐라. 그럼 별것 아니다. 이렇게 알려주는 여행 선배의 주옥같은 조언이랄까.

비행기 티켓 싸게 구입하기, 숙소 정하기, 여행 비용 마련하기, 짐 싸기 같은 떠나긴 전 준비부터
런던과 파리에 도착해서 살아가기(가볼 곳, 교통, 쇼핑 등등)에 대한 팁이 가득 담겨 있다.
런던이고 파리고 어디 있는 나라인지, 거기 뭐가 있는지, 가면 뭘 봐야는 지 정말 초보인 사람도 충분히 따라다닐 수 있을 만큼 쉽게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다.

아이와 함께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아마, 갈까 말까 갈팡질팡 중이었다면 아마 확! 비행기 티켓부터 끊어버릴지도.

부러워만 하다가 망하는 거 아냐?
나도 확! 어디든 질러버릴까?
이 책 덕분에 잠시나마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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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바
박사랑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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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딸아이는 스크류바를 애정 한다.
"엄마! 오늘 후식은 스크류바야. 꼭, 알았지?" 이건 아이가 밥 먹기 전 꼭 건네는 말.
나 역시, 오래전부터 빠알갛고, 달콤한, 모양까지 이쁜 그 아이스크림을 애정하고 있었다.
그런, 소설이 나타났다.

빠알갛고 투명한. 붉다는 표현보다 빨갛다고 자꾸 이야기하고 싶은. 소설.
『스크류바』

 처음엔 요즘 나오는 소설책들과 달리 표지가 너무 밋밋한 거 아냐,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보니,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보니, 스크류바에 딱 어울리는 표지이지 싶다.
단언컨대, 이 소설 읽고 나면 분명히 스크류바를 먹고 싶어질 것이다. 먹게 될 것이다(아, 이거 너무 아이스크림 홍보 같은가 ;;)

소설로 돌아와서,
소설집에는 2012년 등단작인 <이야기속으로>,<어제의 콘스탄체>와 함께 표제작인 <스크류바>를 포함해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예전엔 단편집을 펴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차례대로 정독을 했다.
하나라도 놓칠까 긴장하고 집중하면서(아마 소설을 공부하던 습관 때문이었던 듯).
그러다 언제부턴가 소설을 소설로 대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느슨하게, 마음을 풀어놓고 대하기 시작했다.
때론 제목이 제일 마음에 드는 소설을 먼저 읽었고, 때론 맨 마지막의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고, 때론 마음대로 휘릭 펼치다 눈에 띄는 소설을 먼저 읽기도 했다.
작품집에 실린 열 편의 소설 <#권태_이상> , <높이에의 강요>, <스크류바>, <바람의 책>, <이야기 속으로>, <어제의 콘스탄체>, <사자의 침대>, <울음터>, <하우스>, <히어로 열전> 중, 표제작 <스크류바>부터 읽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첫 문장이 있는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스크류바>,<하우스>,<어제의 콘스탄체> 세 편의 소설이 가장 끌렸고, 마음에 들었다.

여러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을 읽다 보면 작가의 개인적인 습관 같은 걸 눈치채게 되기도 하고(자주 쓰는 단어라든가, 접속사라든가 하는), 작가의 성향(반복되는 주제나 분위기)을 알게 되기도 한다. 가끔은 소설마다 큰 편차를 보이거나 분위기가 너무 달라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이 소설집 속에 실려 있는 열 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이 작가, 굉장히 성실할 것 같아'였다. 한 편 한 편 굉장히 정석대로 써 내려갔을 것 같은 느낌.
소설 작법을 오래도록 열심히 공부했을 것 같은 느낌.

<스크류바>
아이와 버스를 타고 가다가 깜박 졸던 사이, 눈을 떠보니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이가 보이지 않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버스에서 내려 실종신고를 하고, 아이가 내렸을만한 버스정류장을 되짚어가면서 나는 오래전 기억들과, 어릴 적의 경험들, 지금의 자신까지 차근히 서술해 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혼 6년 만에 생긴 아이였다. 교복을 입은 아이가 스크류바 먹으며 무심히 열쇠를 건네주던 허름한 여관에서 덜컥 들어선 아이.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러 가면서 하필 간절하게 떠오른 스크류바.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 감추고 살았던 욕망이 한순간에 툭, 튀어나오는 순간 걷잡을 수 없어진 감정. 아이를 찾아 미친년처럼 거리를 헤매면서도 편의점 아이스크림 냉장고 안에서 스크류바를 집어 든 한 여자의 잃어버렸던(잃어버려야 했었던) 어떤 욕망에 대한 이야기.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실종아동찾기센터의 전화 이후 확, 터져버린 '나'의 감정을 따라가는 마지막 결말 부분이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듯.

 
  「무작정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열었다. 손은 잠시 망설이듯 허공에 떠 있었다. 더는 망설이면 안돼, 나는 스크류바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쪼그라들었던 심장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계속 뛰었다. 얼마쯤 뛰다 뒤를 보았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숨을 고르면서 골목길로 들어갔다. 도로에서 조금 떨어졌을 분인데도 큰길보다는 훨씬 조용했다. 골목길 구석에 앉아 스크류바를 뜯었다. 빨간 스크류바에 가루같이 흰 얼음이 붙어 있었다. 혀끝으로 그 얼음을 핥았다.
(중략)
어디선가 또다시 매미가 맹렬한 기세로 울어댔다. 이제 귀를 막을 힘조차 없었다. 매미 소리와 함께 흩어진 기억들이 내 주위를 감쌌다. 그녀의 전화와 남편의 전화, 배 속에서 찢겨진 아이와 버스에서 놓쳐버린 아이. 한낮의 지독한 햇볕과 스타벅스에서의 물 한잔. 모든 게 뒤엉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때, 녹은 스크류바가 발끝으로 톡, 떨어졌다. 분홍색 동그라미가 발끝에서 터지자 그리로 무언가 스멀스멀 모이는 기분이 들었다. 톡, 톡 퍼져나가는 분홍색 동그라미, 달콤하고 끈적한 그 흔적. 나는 발끝으로 감각을 집중했다. 마치 전기가 오른 것처럼 발끝이 찌릿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점차 다리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온 정신을 모아 그 감각만을 따라갔다. 무릎을 지나 사타구니에 그 찌릿함이 전달되자 몸에 있는 모든 혈관에 빠른 속도로 피가 돌기 시작했다.
(중략)
녹아가는 스크류바를 한입 베어 먹었다. 베어문 것보다 손으로 흘러내리는 게 더 많았다. 톡, 톡 바닥에 분홍색 동그라미가 박혔다. 나는 스크류바가 잔뜩 묻은 손을 들여다보았다. 잠시 뒤 그 손으로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 나를 휩싸고 돌았다. 그것은 아주 차가웠지만 안으로 갈수록 점점 뜨거워졌다. 목으로 치밀어오는 기운에 목을 뒤로 꺾었다. 참지 않고 숨을 뱉었다. 차가운 손이 점점 더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알 수 없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소리를 끝으로 세상은 온통 고요 속에 잠겼다. 톡, 톡  분홍색 동그라마가 내 안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p79-80


전생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은 <어제의 콘스탄체>.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남자가 자신을 콘스탄체라고 불러세운다. 그는 자신이 전생에 모차르트라고 말하는 남자. 여자는 잃어버린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따라 우연히 전생을 보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을 프리드리히 니체, 버지니아 울프, 갈리레오 갈릴레이, 이사도라 던컨,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 믿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몇 년째 방에 틀어박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글을 쓰고, 구조조정을 당하고 희망 없는 이들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어제'의 세계에 갇혀 있다.

  「우리는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콘스탄체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짐작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우리를 만난 당신의 어제는 어땠습니까? p149

<오늘도 집에는 엄마가 없었다>로 시작해 <오늘은 엄마가 집에 있을 거야>로 끝나는 소설 <하우스>.
<하우스>는 소위 말하는 도박장이다.
엄마는 여섯 살 아이를 재워두고 주택가 지하에 있는 <하우스>에 드나들고 있다.
나는 학교가 마치면 여섯 살 동생을 데리고 엄마를 찾아 하우스를 기웃거린다. 아빠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제발 엄마가 집에 왔으면 하는 바람.
나 역시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여자 아이지만 동생 걱정에, 엄마 걱정에, 엄마 아빠가 싸울까 봐 불안해하며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집으로 돌아온다.
어떤 날엔 아빠에 의해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 끌려들어 오는 엄마. 그런 날이면 동생을 끌어안고 두려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왜 그렇게 마음이 먹먹해지고 아팠는지 모르겠다.
그 아이가 마치 직접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다가가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마지막 문장 <오늘은 엄마가 집에 있을 거야>는 아이의 간절한 바람.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을 바람.

언급하지 않은 소설들도 저마다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홉 살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스물아홉에 등단했다는 작가.  등단 이후 6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첫 소설집.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 기억들은 언제나 나를 쓰게 했다."라고. 그리고 이렇게도 말했다. "내 소설은 모두 내 사랑의 흔적이다."라고.
아마도 앞으로 작가가 쓰게 될 많은 이야기들은 작가의 기억임과 동시에 우리들의 기억이지 않을까. 작가가 가지고 다닐 사랑의 흔적을 또 언제가 좋은 글을 통해 만나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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