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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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이 책을 읽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오기도 했고,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해 두기도 했고.
번번이 읽어지지가 않았다.

나랑 인연이 없는 책인가 싶기까지.
그러다 우연히, 이웃 블로거에서 이 책(을 포함한 4부작)2017년 읽은 베스트 책 중 하나로 꼽아놓은 걸 보고 또다시 읽도 싶어졌다.

이번엔 직접 구입.
함께 구입한 여러 권의 책을 다 읽고, 마지막으로 다시 책장을 넘겼다.
하루, 이틀 진도가 영 안 나가더니 어느 순간 폭풍 질주가 시작되었다. 결국 지난 새벽 거의 뜬 눈으로 지새며 1권을 다 읽고야 말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나폴리 4부작 전권을 구입하면 굿즈를 주는 게 있었으나,
과감히 유혹을 물리치고 1권만 구입한 건 잘한 듯. 2권도 있었으면 바로 이어서 읽고 싶었을 것 같다.

계획은 한 달에 한 권씩 4권을 읽는 것.

사족이 길었다.

나폴리 4부작 중 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와 레누의 유년시절과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두 친구의 우정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편.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을 먼저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렇게 이야기할 친구가 있나' 하고.

누가 봐도 못된 릴라와 그런 릴라 곁에서 바라보는 레누의 이야기는 어린 여자친구들이 겪는 부러움과, 질투, 사랑과 우정을 적절하게 담고 있다. 물론, 그 당시 시대의 이야기와, 릴라와 레누 주변의 친구들,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소설은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다.

소설은 레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나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더 이상 하지 못하는 릴라와 공부도 잘하고 인정도 받지만 스스로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관계가 질투에 사로잡히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엉망진창이 되기보다는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쌓아간다.
내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p40

그들이 지나온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힘겨운 일상이 소설 여기저기에 드러나 있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내내 그녀들의 우울과, 상실보다 그것을 하나씩 잘 건너가는 눈부신 그녀들이 돋보였다.

릴라의 결혼식 피로연이 끝나가고 있다.
그다음 이어질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느닷없이 릴라가 물었다.
"내가 잘못하는 걸까?"
"뭘?"
"결혼하는 것 말이야."
"아직도 증인 문제를 생각하는 거야?"
"아니, 올리비에로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어. 왜 나를 집에 들여보내지 않은 걸까?"
"그거야 선생님은 성질이 고약한 노인네니까."
욕조에서 반짝이는 물을 바라보면서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넌 공부를 계속하도록 해."
"2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해. 그러면 끝이지."
"아니, 절대로 멈추지 마. 필요한 돈은 내가 줄게. 넌 항상 공부해야 해."
나는 조그맣게 웃어 보인 후 릴라에게 말했다.
"고마워. 하지만 언젠가는 학교 공부를 마칠 수밖에 없어."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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