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다르다 - 형제자매, 재능과 개성을 살리고 갈등 없이 키우는 법
김영훈 지음 / 한빛라이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니와 나는 세 살 터울이다.
이제는 세 살 터울이라는 게 별 의미 없이 친구처럼 지내지만 그래도 '언니'는 '언니'구나 느낄 때가 여전히 많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둘째라서 특별히 힘들었거나 혹은 반대로 좀 더 특혜를 받았거나 했던 기억은 없지만 어쩌면 언니 입장에서는 첫째라서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혜라면 특혜였을 일들 하면 떠오르는 게, 어릴 때 우리 집은 형편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딸들에게 자유롭게 학원을 보내 줄 상황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언니는 자라면서 그 흔한 피아노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받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3년 늦게 태어나서 그래도 그 3년 사이에 좀 나아졌던 건지, 피아노 학원도 다녀봤고, 소규모 과외도 받아봤고, 속셈 학원도, 주산학원도 다녀봤다. 아, 이렇게 적고 보니 늦게 태어나 받은 특혜 맞는 거 같다.

소아청소년 전문의 김영훈 박사의 둘째는 다르다』를 읽으면서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봤다. 내가 둘째라서, 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지금 나는 둘째에게 좀 더 마음을 쏟나 생각해보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여전히 첫째 윤에게 마음을 더 쏟는다. 핑계는 있다. 둘째 민이는 이제 겨우 4개월 아기라 먹여주고 재워주고, 편하게만 해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엄마 입장에서의 생각.
첫째 윤은 오롯이 혼자 받던 사랑을 동생과 나누게 돼서 힘들어하니, 당연히 좀 더 마음을 쏟아야지 하는 역시 엄마 입장에서의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은연중에 둘째는 자연스럽게 커가면서 첫째보다 더 이쁨 받을 거야, 더 특혜 받을 거야, 그 사이 큰 아이는 상처받을 수도 있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첫째의 기질과, 둘째로 태어난 아이들의 기질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둘을 어떻게 다르게 대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직 둘째는 낳지는 않았지만, 둘째를 계획하고 있는 부부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조건에서 둘째를 낳아 양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건넨다.

성공한 사람 중엔 왜 둘째가 많을까?
질투-둘째 아이는 늘 사랑받고 싶다
경쟁-둘째는 다른 형제보다 더 잘하고 싶다
자기 주도성-둘째는 혼자서도 잘한다
형제자매, 어떻게 달리 키워야 할까

위의 다섯 가지 주제가 책 속에 담겨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첫째에게 양보를 강조한다. 환경이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첫째는 배려심이 깊은 편이다. 또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첫째는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고 노력하려는 경향이 있어 책임감이나 계획성이 높은 편이다. p28」

「둘째는 자신의 삶을 첫째에 비추어보는 경향이 강하며 좀 더 자유롭고 낙천적이다. 첫째와 비교를 당하기 일쑤이므로 경쟁심이 강하고 일탈을 일삼기도 한다. (중략) 둘째는 책임을 회피하고 덜 혼난다. 둘째는 덜 혼나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반항적이고, 규칙을 어기는 일도 많다. 둘재는 장난스럽고, 창조적이며, 충동적이고, 사회성이 강하고, 외향적이고, 느긋하며, 태평한 기질을 갖는다. 또한 둘재는 창의적으로 자유로운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크고, 협동심이 강하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더 잘 이해한다. p29」

둘째인 나의 경우를 대입해 보니,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책 속의 내용을 읽다 보니 분명 기질적인 것도 중요하겠지만 환경적인 부분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도, 둘째는 다르니 이렇게 키우세요. 하고 이야기하는 거겠지.
부모가 첫째와 둘째, 혹은 셋째를 각각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따라, 그 집 안의 양육 분위기에 따라 아이들은 충분히 기질과 다르게 클 수도 있다는 이야기.

첫째는 원래 그래, 둘째는 뭐 어쩔 수 없지. 같은 뻔한 이야기 말고, 부모 스스로 위안하는 거 말고, 이제 좀 똑똑하게, 현명하게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의 부담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역시 부모가 되는 일은,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낀다.

둘째를 갖기 전에 부모들이 먼저 알면 좋을 이야기들, 워킹맘이 두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아빠의 양육 참여도. 어찌 보면 다 알듯한 이야기이면서도 글도 다시 읽으니 아, 이건 신랑에게도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는 부모가 하는 일이니까. 대부분의 육아서가 엄마를 위주로 되어 있어서 '엄마'가 느껴야 하는 책임감이 더 크게 부각되는 듯도 한데, 둘째가 태어난 이후 내가 가장 절실히 느끼는 건, 바로 부모의 적절한 육아 동참이다. 특히 맞벌이일 경우 두 사람의 연봉이나 근무시간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고, 심리적으로 함께 육아를 한다는, 그 인식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다 아는 내용인 듯하면서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한 부분은,
<형제자매를 행복하게 키우는 양육 가이드>를 읽으면서다.

● 꾸짖을 때 첫째와 동생을 비교하지 마라
칭찬할 때도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
아이 자신의 발전을 칭찬하고 격려하라
첫째가 참여의식을 느끼도록 해주어라
형, 동생을 강조해서 서열에 맞는 자기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마라

문제는 늘, '~다워야지'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데서 비롯되는 듯하다.
첫째다워야 하는 거, 둘째 다운 거 이런 생각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듯도 한데 실생활에서는 참 이것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얼마 전 신랑이 큰 아이에게"엄마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했어~"라고 말했다.
별것 아닌 엄마의 주문을 아이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이 튀어나왔다.
"윤아, 누구 말 잘 듣는다고 떡 생기는  거 아냐. 너 생각대로 그게 맞으면 그대로 살면 돼."
그 말을 해놓고 나서야 생각했다. 그래, 나는 아이가 누구의 말대로, 누구의 생각대로 강요받으며 자라길 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생각을 올바로 갖는 아이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두 아이가 커가면서 분명 싸울 것이고, 나는 그 중간에서 애태우는 순간들이 일어날 테지만, 두 아이의 싸움을 중재하는 역할보다 마음이 상했을 두 아이를 온전히 보듬어 주는 역할을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책 속에도 그런 내용이 있어서 읽으면서 반가웠는데, 이 내용은 <터울이 적은 아이들의 자립심 키우기>라는 글에 적혀 있는 일부분이다.
부모가 재판관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싸움도 나름의 뿌리 깊은 이유가 있다. 그런데 당장의 싸움만 가지고 잘잘못을 가리면 분명 누군가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모는 너희들이 싸우면 속상하고 멈췄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잘 알 것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부모가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있다고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p190」

나의 경우에는 큰 아이와 둘째 아이 터울이 조금 크다 보니 해당 내용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터울이 큰 형제자매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한 양육 가이드>

첫째라서 좋은 점을 많이 알려주어라
억지로 동생에게 잘 해줄 것을 강요하지 마라
둘째가 첫째 아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게 하라
둘째라고 과잉보호하지 않는다
첫째하고만 보내는 시간을 가져라
첫째가 에너지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활동을 마련해주어라

생각해보면, 언제부턴가 나는 '언니'가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친구이면서 자매이면서 내겐 몇 년 더 세상을 살아낸 선배이기도 한 사람임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끈끈한 애정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동지로 느껴진다.

크면 다 잘 놀아, 크면 알아서들 친해진다, 이런 말을 어른들에게 간혹 듣기도 하는데 그것도 아마 그 집 안의 분위기, 엄마 아빠의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사이가 좋은 부모 밑에서 사이좋은 형제자매가 나올 확률이 높을 것이고(물론 사이가 나쁜 부모 밑에서는 형제자매끼리 더 똘똘 뭉치기도 한다), 서로 함께 한다는 의지가 되는 관계를 돈독히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양육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늘 결론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로 끝나서 책임감을 한껏 갖게 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나를 생각하게 되고, 나의 자리, 나의 역할,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다는 건 큰 소득이다. 그 경험들로 나는 다시 나의 아이들을 키워나갈 테니 말이다.

둘째 이상의 자녀를 가진 부모, 둘째를 계획 중인 부모들이 읽으면 소소하게 얻을 수 있는 도움의 이야기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하고 싶은 책 속의 이야기는,

'비교하지 마라'
'아이들 각자의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해줘라'
'아이들 각자에게 부모를 독점할 시간을 선사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