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작가와 기발한 상상력의 조화가 유쾌하게 다가오는 책

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닉 혼비.조너선 샤프란 포어.닐 게이먼.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이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공포물인줄 알았다.
표지에 나오는 인물이 너무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포적인 것이 있나? 아마 공포적이라고 한다면, 켈리 링크의 "괴물"정도 ^^
오히려 속 표지가 이책을 더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굉장히 독특했다.
사실 이런 독특한 단편모음집은 기억하는한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11명의 작가와 10명의 일러스트.
그 각각의 개성과 독특함이 이 책에 가득가득 넘쳐났다.
매 한 소설이 끝나면, 만나게 될 새로운 소설이 시작되고,
한명의 일러스트를 만나면 다시 다음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지루할 겨를이 없었고, 그렇다고 그저 가볍기만은 하지도 않았다.
유쾌하게 세상의 단편적인 모습을 굉장히 독특한 소재로 극대화 시켜 끌어냈고,
그 속에서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고 있었다.
겁나 소심한 사람, 한심하고 어리석은 사람들, 탐욕에 가득찬 사람, 컴플렉스 덩어리인 사람 등등.
이 책은 문학상은 탈수 없을 테지만, 인터넷 투표에서 꽤나 높은 득점을 올릴거 같은 그런 작품이었다.
특히 서문부터 심상치 않았다.

너무 지루한 이야기들이 발췌되었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았고,
너무 작은 나라이지만, 매우 큰 일을 이루어 냈고,
너무 소심한 아버지지만, 사랑이 무언지 알았고,
너무 두려움을 갖게 하는 괴물이었지만, 글쎄....
너무 멍청한 도둑들이 불쌍했고,
너무 슬픈 시무어의 마지막 소원이었고,
너무 멀리 떨어진 영국의 그림블과 페루의 우리였으며,
너무 위험한 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숫가락이 있었고,
너무 맛있는 태양새가 있었고,
너무 슬픈 전화소리였고,
너무 멀어진 마을이었다.

모두 극대화되어 표현되어 약간은 현실감은 없었으나, 모두 현실속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일부였다.
다양한 작가와 다양한 이야기가 앞에 내가 간략히 표현했듯 어느 한 공통된 느낌을 갖게 하였다.
마치 샐러드를 먹을 때, 각각의 채소와 고기 등 내용물의 독특한 맛을 잃지 않고 맛보게 되지만,
결국 난 샐러드를 먹은 것이 되는 것과 같은 기분처럼 말이다.

결국 내가 생각한 이 책은 느낌은 처음에 언급하엿듯이 속 표지에 있다.
사진을 올리고 싶었지만, 사진기 고장으로 못올리게 된 속 표지의 사진.
그 느낌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었다.
한번쯤 서점이나, 직접 책을 사서 속지를 확인해 보시길.....

상상속 세상은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피드>를 리뷰해주세요

피드 feed
M. T. 앤더슨 지음, 조현업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5월

내 전공이 생물학이다.
한창 열올리며, 공부하던 대학교 시절 한 교수님의 말이 이책을 접하면서 떠올랐다.
"뇌의 기작은 모두 전기자극, 시그널이다.
따라서 앞으로 문명과 기술이 발달한다면, 한개의 칩을 머리에 꼽아 백과사전을 통채로 입력시킬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학교 공부의 방식이 암기가 아닌 체험으로 바뀔것이다"
멋졌다. 상상만으로도 어려운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느라 애쓸 필요도 없고,
통역이 필요없이 자유롭게 전세계인들이 대화를 할수 있다고 상상했었다.
그런데, 책속의 세상은 아름답지 않았고, 오히려 참담했다.

피드라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각종 지식과 정보를 많은 두뇌 (난 사람이라 말하기 싫었다)
에 공급하고, 교육, 문화, 소비등의 모든 사회생활이 가능한 미래.
얇은 피부와 진물 상처에 사람들이 시달리고,
취향에 맞게 선택된 일부의 정보가 뇌속에 흘러든다.
섬뜩했다. 내가 상상하고, 교수님께 들었던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책속에는 바이올렛이라는 사회 부적응자가 등장한다.
가난해서 또는 부모들의 영향으로 사회으 보편적 요구와는 동떨어진 사람.
헤커의 공격으로 타이터스 일행과 같이 피드에 손상을 입지만, 사회 부적응의 이유로 피드 수리를 거부당한다.
이런 바이올렛에게 첫눈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타이터스.
하지만, 피드수리에 거부당하고 사회 부적응자로 등장하는 바이올렛을 피한다.
심지어 그녀의 소중한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만다.
하지만, 타이터스는 깨닫는다. 피드의 세계속 처참함을.
바로 이런점에서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상상속 세계는 편리함과 꽤나 진보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소설 피드속 세계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솔직히 이런 미래가 올지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바이올렛과 타이터스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 한
소설 피드속 세계처럼 참담하지만은 않을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동시에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발전해온 사회의 모습에 한번 뒤돌아보게 되었다.
현재 사회도 가까운 몇십년전과 비교해 본다면, 매우 편리해 졌고, 엄청난 양의 정보가 무제한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머리에 칩을 심지 않았을 뿐이지, TV와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제한된 그리고, 포장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속의 우리는 몇십년전 조상들과 비교해서 더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고 단적으로 말할수 있다.
자살률이나 범죄률만 보아도 더 행복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저 처음에는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할수 있다는 단순한 상상에게 기분좋았으나,
머리에 칩을 심는 미래는 현재보다 덜 행복한 사회가 될거라는 생각에 더이상 기다려지지 않았다.
편리함은 어쩌면 행복과는 반비례관계일지 모르겠다.

기담자체의 오싹함보다는 만족스러운 쾌감이 느껴지는 책.

<기담 수집가>를 리뷰해주세요

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기담.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되어있다.
왜 난 기담이라면, 왠지 무서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그런지, 이번 [기담 수집가]를 접하면서, 나는 좀더 자극적이고, 오싹한 느낌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읽다보면, 그다지 무섭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가장 무서운 이야기가 의뢰인 No1.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정도이다.
그나마도, 히사카라는 젊은 남성인지 여성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이야기에서 맥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전체적인 책의 구도는 매우 간단했으며 독특했다.
에비스 하지메라는 남자는 한 광고를 냈다.
"기담을 구합니다!
직접 겪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상당액의 보수를 드립니다.
다만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해당됩니다."
이 광고를 보고 어떤 사람은 "상당액의 보수"라는 단어에 또는 "심사를 통과할 경우"라는 조건에
끌려서 지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에비스와 같이 일하는 히사카가 이야기의 검수를 하고, 예약을 해서,
strawberry hill이라는 곳에서 이야기를 하도록 한다.
이렇게 이 기담집에는 7명의 의뢰인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간단한 구도라 언급하였듯이, 이책은 한 의뢰인이 strawberry hill이라는 곳에 오고,
에비스와 히사카 앞에서 자신이 겪은 기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에비스는 항상 만족스러워하고, 반면에 히사카는 문제점을 지적하여, 기담이 아닌 인위적 사건이라는 것을 밝힌다.
이런 구조라서, 사실 의뢰인 No3부분부터는 그다지 긴장감은 없었다.
왜냐면, 모두 인위적인 착각이나 사건에 불과할테니.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까지 읽었으나, 역시....

하지만, 이책은 묘한 부분도 있었다.
단순한 구도에서 느껴지는 만족감 아니면, 쾌감.
의뢰인이 말하는 기담보다는 이 기담이 어떻게 사실로 바뀌는지,
히사카가 어떤 풀이를 할지 묘하게 기대가 되면서, 밝혀지는 사실에 대해 만족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인간이 얼마나 단편적인 동물이고, 과대망상적인 동물이며,
이기적인 동물인지 새삼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의 생각과 시각에 가둬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기담이라는 이름속에 숨긴채
외면하고 두려워하며 사는 모습.
단순한 구도와 별로 오싹하지 않은 약간은 실망스런 기담에서 이런 예상외의 생각에 도달하게 될줄은 예측하지 못하였다.
책 자체보다는 작가의 의도가 꽤나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가비의 씁쓸한 맛과 매혹적인 향이 가득한 이야기

<노서아 가비>를 리뷰해주세요.

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 아니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은 최월향.
부유한 역관 최홍의 딸로 태어났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몰락하고,
체무자에게 팔릴 신세였다가 가까스로 조선으로 부터 도망을 쳤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배운 러시아 어를 이용해
러시아에서 유럽 귀족들에게 사기로 숲을 파는 얼음여우 무리의 따냐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흑곰단의 이반 일리치를 만나게 되고, 얼음여우 무리에서 떠난다.
그렇게 이반과 러시아사람 두명, 청나라 사람 한명과 갈범 무리를 이뤄
다시 유럽귀족들에게 숲을 파는 일을 하여 돈을 모았다.
그렇게 같은 조선인으로 사랑하는 남자로 이반을 러시아에서 의지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2세의 대관식에 조선사신이 참석하면서
이 여인의 운명은 세번째 큰 변화를 갖게 된다.
조선으로, 고향으로의 귀환이었고,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시기 조선은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국모인 민비가 일본인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고종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에 몸을 피하신 시점이었다.
월향, 따냐는 고종황제의 가비를 준비하고 대접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렇게 역사와 운명의 폭풍속 한가운데 서있게 된 것이다.

굉장히 빠른 전개, 간결한 문체와 대화들.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이야기 전개가 마치 블랙가비와 같았다.
폭풍의 시대속, 풍전등화같은 조선의 역사적 시점과 맞물려,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과 선택이 꽤나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커피향과 클래식의 향기가 가득한 공간

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일과는 꽤나 바빴는데도, 나른했고, 존재는 막막절벽이었다"
"삶은 괴롭고, 존재는 외롭다"
"사람의 내면에는 설명하기 힘든 어떤 비밀스럽고 난해하며, 고통스럽기까지한 영역이 있다"
책에 나오는 구절들이고, 일부는 수정도 들어간 소개이다.
모두 공감이 가고, 가슴속 울렁임을 만드는 그런 글귀들이었다.

작가 김갑수님은 고기 굽는 냄새와 막걸리 냄새가 폴폴날거 같은 마포에 4번째만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는 그 작업실에 '줄라이홀'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어두컴컴하면서도 폐쇄된 공간, 외부의 소리와 날씨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작가는 책에서 "멀쩡한 사람들에게 작업실을 권한다"라고 하고 있다.
모든 이들의 소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나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너무 갖고 싶었다.
밀려드는 막막함, 괴로움, 외로움 그리고, 일상생활의 나른함이 우리를 폐쇄된 나만의 공간, 동굴같은 작업실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작업실 공간과 그 안의 삶에 대해 부러움과 질투에 사로잡혔던 이유이다.

그 부러운 공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했다.
자신의 취향에 맞출수 있는 원두커피와 로스팅기기, 다양한 커피머신들.
3만장의 LP판과 4천장의 CD.
그리고, LP와 CD를 100%활용할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과 스티커들.
마지막으로 떠돌이 유령들.
만약 이곳에 책과 편안한 소파침대까지 겸비했 있다면, 나 역시 이 작은 37평 작업실을 쉽게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책속에는 작가 김갑수의 다양한 시각과 이야기들이 또한 담겨있었다.
하지만, 매 문장마다 모두 공감한 것도, 할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작업실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자유로운 생각과 몸짓이 작가의 모든 글 이상의 지배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클래식 음악에 대해 그리고, 원두커피에 대해 남다른 액착과 전문가적 깊이는 한수 아니 그 이상의 배움도 가져다 주었다.
커피와 클랙심 음반에 대해서는 전문서적인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커페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너무나 경외스러울 정도였으며, 작가가 내려준 비엔나 로얄 밸런싱 사이폰으로 끓인 커피를 맛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일으켰다.

너무나 연약하고 예민하며, 사랑이 가득한 작가의 성품과 닮아 있는 작업실과 글들.
무의식 또는 의식안의 두려움과 상처를 덜어내는 공간 작업실.
급박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나이에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으로부터의 이탈을 동경하고 갈망하고 있었다.
세상이라는 공간과 세상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을 갖는데 도전해 보고 싶다는 구체적인 새로운 꿈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