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의 씁쓸한 맛과 매혹적인 향이 가득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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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 아니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은 최월향.
부유한 역관 최홍의 딸로 태어났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몰락하고,
체무자에게 팔릴 신세였다가 가까스로 조선으로 부터 도망을 쳤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배운 러시아 어를 이용해
러시아에서 유럽 귀족들에게 사기로 숲을 파는 얼음여우 무리의 따냐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흑곰단의 이반 일리치를 만나게 되고, 얼음여우 무리에서 떠난다.
그렇게 이반과 러시아사람 두명, 청나라 사람 한명과 갈범 무리를 이뤄
다시 유럽귀족들에게 숲을 파는 일을 하여 돈을 모았다.
그렇게 같은 조선인으로 사랑하는 남자로 이반을 러시아에서 의지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2세의 대관식에 조선사신이 참석하면서
이 여인의 운명은 세번째 큰 변화를 갖게 된다.
조선으로, 고향으로의 귀환이었고,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시기 조선은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국모인 민비가 일본인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고종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에 몸을 피하신 시점이었다.
월향, 따냐는 고종황제의 가비를 준비하고 대접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렇게 역사와 운명의 폭풍속 한가운데 서있게 된 것이다.

굉장히 빠른 전개, 간결한 문체와 대화들.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이야기 전개가 마치 블랙가비와 같았다.
폭풍의 시대속, 풍전등화같은 조선의 역사적 시점과 맞물려,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과 선택이 꽤나 가슴아프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