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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
한창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창훈, 한영훈 작가에 대한 박상륭, 공선옥 작가의 소개글을 통해 처음으로 그를 알게 되었다.
아직 한번도 그의 작품을 만나보지 못한 나로서는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통해 작가를 먼저 알게 되었던 것이다.
바다내음 진한, 반듯한 외모의 막노동현 작가라는 것을.
하지만, 산문집을 읽으면서 나는 그에게서 마라도스의 향기보다는 인간애 강한 섬세한 작가로 다가왔다.
배타고, 물질하고, 공사판에 안해본 일 없는 그가 이렇게 어여쁜 여고생의 감성과 세상을 돌아보는 70세 노인의 관조적인 생각을 동시에 한다는 것에 놀랐다.
이 책은 추천의 글보다는 맨 처음에 있는 작가의 말이 더 잘 닮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 각자 다른 주민번호처럼 그들은 자신만의 율법과 국경과 보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걸어다니는 공화국들이여 만나 주어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흔적이자 이력입니다 ~"
한창훈은 이 책에서 그리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 속 작은 발자취를 남긴 이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하고 있었다.
그들과의 만남이 모두 즐겁고, 유쾌하고, 유익하지는 않았겠지만, 작가는 70세 노인의 눈과 마음으로 기억하고 받아들이고 잇었다.
처음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그가 만난 백석의 <여승>시에서 느낀 그 감동과 가르침으로 사람을 만나고, 그 추억을 회상하며 책에 담아내었다.
즉, 상황을 온전히 받아 들이고, 담담하게 전하는 모습이 노인과 같으 여유가 느껴졌다.
서이 아버지, 유용주 시인, 그의 아내 김서희 여사, <관촌수필>의 저자 이문구 선생님,
술과 충동의 세상을 사랑하는 낭인인 송기원 선생님, 서럽고 아쉽게 떠나간 박남준 시인,
이외 박영근 시인, 손계순이 본명인 손세실리아 시인 등등 인맥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그는 외삼촌, 이모, 방이 이모, 방이 이모부, 방헌 외숙, 할머니, 그리고 단하와의 어린 추억까지.
가족들과 주변 어르신들과의 만남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외할머니를 추억하는 부분이 나의 외할머니를 떠오르게 하였다.
그가 사람만을 추억한 것은 아니었다.
여수와 거문도의 추억, <오늘의 운세>, <가던 새 본다>의 배경이 된 대전 변두리 산골의 호수,
<홍합>의 배경인 연등천에서의 기억들, 풍어제를 지내던 추억, 나로도에서 기울인 술잔,
그리고, 바다.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산천을 그는 소녀의 감성으로 담아내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가 추억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는 없지만, 그가 그리는 풍경과 바다의 추억은 경험해 보고 싶다는 묘하게 끌어당김이 있었다.
아마, 대전 주공 아파트 공사장에서 작가를 만난 목수처럼, 섬 생활, 바다 생활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거문도, 여수를 방문케 한 것이 이런 당김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사람들의 만남을 이 책을 통해 조용히 작가와 공유하였고,
나의 추억과 만남을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아름다운 추억과 만남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좀 더 세상을 여유롭게 보아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