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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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때 즉 이십대부터 박완서님의 소설들을 읽어와서 인지 그분의 글을 읽으면 친정엄마나 고향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푸근하고 좋은 느낌이다. 이번 책은 자신의 생각을 적은 에세이나 칼럼같은 글을 모은 책이다. 제목은 '빈방'. 마치 소설같은 제목이다. 1996년부터 1998년 말까지 천주교 서울주보에 그 주일의 말씀을 묵상하고 쓴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같은 하나님을 믿는 것으로 천주교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 2006년 박완서님이 이 책 개정판을 내면서 쓰신 글에 보면 묵상집이라고 표현하시니 묵상집이 맞겠다. 어려서부터 모태신앙으로 자라 오히려 하나님을 믿고 따르며 살기에 의심이 많고 온전히 드리는 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지금도 자녀문제로 힘든 가운데 있어서 그저 어떨땐 그분에 대한 원망이 앞선다. 박완서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듯 해서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된 것이다. 읽은 지금은 그저 마음이 평온하다.

 

첫글은 고령이심에도 그 지성이 놀랍고 날이 서 있고 깨끗하고 고고한 그분의 성격이 드러난다. 아기에게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아라 하는 것은 악담이 될 수도 있다는것 게다가 성인에게도 예수님처럼 산 사람은 거의 없다는것 우리는 맞고 당하기전에 먼저 선제공격이나 방어를 하고 양보보다는 쟁취를 가르치고 산다. 그럼에도 예수님같은 성인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은 오케스트라의 무명연주가로서 평생을 바친 이도 있고 일생 흙을 판 농부일수도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을 봤다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가 아직 망하지 않고 유지가 되고 정의가 아직은 살아있기에 믿을 수 밖에 없다는 솔직한 글에 그저 무장해제되지 않을 수 없었다.

 

습니다 십니까 체라서 술술 읽히지만 그럼에도 글을 관통하는 내용들은 하나같이 공감을 일으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예수님의 사랑과 십자가사랑을 아는 사람들로서 통하는 것이 있다. 그럼에도 원망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분앞에 엎드리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분의 희생이 없이는 우리는 살수가 없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엄마인 에미로서 소설가로서 그리고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박완서님이 용서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의혹에 휩싸이면서도 본인의 고집을 부리면서도 결국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들이 늘 깔려있다. 부끄럽고 화끈한 상황 나만이 내 속만이 아는 그런 상황속에서도 글로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박완서님의 '빈방'은 오늘날 중년 이상의 기독교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배울점이 너무나 많다. 역시 박완서님의 글솜씨이다 라는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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