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존경하는 사람의 서재이야기를 읽어보면 쉬운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책도 읽어봐야 한다고 했다. 어려운 책에 도전해서 그 앎을 지식으로 가져오는 즐거움은 사실 읽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희열이다. 이 책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도 그런 책중의 하나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고 솔론이니 페리클레스니 줄리어스 시저니 하는 역사속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여러 책들이나 혹은 만화책을 통해서라도 접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과 사례에 푹 빠져서 읽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어려움을 겪기도 할 것이다. 일단 책이 두껍고 어휘가 두드러지게 많아서 일 것이다. 그래도 현재 알고 있는 영어단어나 상식들의 어원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고는 너무나 신기해하고 즐거워 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데모크라시의 어원들은 모두 아테네와 고대 세계라는 1장을 통해서 읽다보면 무릎을 칠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다. 

 

1장을 즐겁게 읽었다면 2장에서는 마케도니아가 아테네를 정복했던 기원전 323년부터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1776년까지 이렇다 할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테네나 미국의 민주주의가 난데없이 불쑥 튀어나왔겠는가. 이 책에서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 같은 암흑의 시기에도 태동하고 있었던 민주주의 역사를 지켜볼 수 있다. 중세의 의회를 거쳐 3장에서는 중세 도시와 도시 공화국에 대해서 상세하게 읽을 수 있다. 부르주아 시민의 기초가 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보았던 피렌체나 로마의 포폴로광장같은 아는 단어들이 나오니 더욱 반가웠는데 상인 길드가 득세했던 시기에 도시를 장악한 귀족들의 폭력 정치에 대항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13세기 북부 이탈리아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생긴 운동으로 포폴로는 '민중'이라는 뜻이란다. 피렌체에서는 우피치 미술관 관람을 통해서 피렌체의 역사를 대충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피렌체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권력다툼을 다루고 있는데 포폴로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나중에 등장하는 근현대의 코뮌 체제가 이미 이때에 등장했었다니 놀랄일이다.

 

4장에서는 1499년 오늘날의 스위스 그라우뷘덴주는 신성로마제국에서 독립해 스스로 자유국가임을 선언했던 아테네 이후 최초의 민주주의 형태를 선보인 곳이 바로 하이 알프스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5장에서는 드디어 영국혁명이, 6장에서는 아메리카의 민주주의가 7장에서는 정말 유명한 프랑스혁명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비단 이 책은 민주주의의 역사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19세기의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인도이야기와 민주주의와 탈식민화의 이야기를 다루며 현대로 오면서 유럽 공산주의의 몰락과 냉전과 1989년 이후의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하루에 조금씩 읽는 지적인 독서는 나만의 만족감을 주었다. 다른 분들의 서재에도 이런 책이 한권쯤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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