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꽃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소재가 무섭고 추리소설같지만 읽을수록 맛깔나는 소설이다. 장 퇼레의 소설들은 읽자마자 아 장 퇼레의 소설 아닌가? 할 정도로 재기발랄하다. 죽음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죽음의 사신 앙쿠. 앙쿠에게 모든 것을 바친 천둥꽃. 엘렌 제가도. 부자는 아니지만 귀족의 딸로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듬뿍받던 천둥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금발의 소녀 엘렌. 어려서부터 앙쿠의 전설에 죽음이란 것에 빠진 못난 아이. 대체 부족함이 없이 잘 자라던 아이가 왜 그럴까? 실존여인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지금으로 따지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인 아이인데 어찌 그렇게 엄마부터 시작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독살로 죽여버리는지 무서운 소설같지만 읽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마치 소동극처럼 부조리극처럼 왁자지껄한 연극을 보는 것 같다가도 에로틱한 무언가가 있고 본능적인 무언가가 있고 발가벗고 있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은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바로 장 퇼레의 글솜씨이다.

 

끼익..끼익..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점점 가까와진다. 금세 다가와 그냥 지나쳐갈 짐수레 소리가 아닌 소리. 바로 앙쿠의 수레가? 플루이네크의 딸인 엘렌 제가도 즉 천둥꽃은 하녀로 요리사로 기꺼이 살아간다. 앙쿠의 수레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것은 바로 나 즉 천둥꽃인 것이다. 이제 앙쿠와 혼연일체가 되어버린 그녀. 점점 더 박차를 가해가지만 점점 하녀나 요리사로 일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사람들이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쫓겨나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또 쫓겨나기도 하고...그녀가 갔던 수녀원에서는 요리사가 이미 있어서 제발 요리를 하나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청을 거절당하자 다음날 대소동이 벌어진다. 어느 수녀는 가슴이 어느 수녀는 엉덩이쪽이...수녀복이 뚫려버린 것이다. 읽으면서도 어이없는 대화와 소동극에 웃음이 피어나는 소설. 장 퇼레는 도대체.. 이것이 그의 소설을 자꾸 읽게 되는 매력이 아닐까. 몽테스팡 수난기에서도 어이없으면서도 숨을 죽이며 읽을 수 밖에 없는 소설이었는데 이 소설도 그렇다니. 이젠 작가의 이름을 모르고 읽어도 알 것 같다. 한바탕 생각없이 혹은 생각있게 읽게 되는 소설이다. 이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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