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져도 꺾이진 마라 - 두 세계에 속한 삶
핑푸 & 메이메이 폭스 지음, 김화곤 옮김 / 사공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휘어져도 꺽이진 마라,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휘어질 지언정 꺽여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진 마라는 뜻이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제목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핑푸라는 중국 상하이에서 자란 한 여인의 애끓는 회고록이다. 어쩌면 이토록 험한 일들을 겪으며 모진 고통을 참으며 살아왔을까 싶은.. 현재 서울이라는 편안한 곳에서 읽기엔 너무나 불편하고 말도 되지 않는 소설같은 회고록이었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로 다행히 그녀는 인생의 이십대 이후부터는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에서 수학자이자 과학자로서 나중엔 IT계의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1960년대 중국 상하이에서 오빠 언니와 여동생과 육남매가 요리를 잘하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방적공장을 운영하는 영향력있는 아버지 사이에서 책을 좋아하는 어린 여덟살의 소녀로 자란 핑푸는 역사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고 만다. 당시 중국은 마오쩌둥 주석이 주도하는 문화대혁명이 대대적으로 일어났고 공산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3600만명이 고초를 겪었고 300만명이 죽거나 불구가 된 사건이었다. 평화롭게 잘살던 핑푸네도 상인출신의 잘 배운 가정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배척을 당했고 결국 아버지가 끌려가게 되었다. 통제가 안되고 즉흥적인 십대아이들이 마오주석을 따라 홍위병이 되어서 이런 통제를 앞장서서 하고 다녔고 결국 핑푸는 상하이엄마는 길러주신 어머니이고 실제 엄마는 상하이 엄마의 여동생인 난징에서 사는 엄마라는 사실이 알려져 마오 주석이 행하는 모든 중국인들은 태어난 곳으로 가야한다는 정책에 휘말려 홍위병들에 붙잡혀 기차를 타고 난징에 가서 기숙사같은 수용소에 들어가게 되는데.. 난징에서 교수를 하고 있던 친아빠와 친엄마는 어디론가 끌려가고 그들의 네살난 여동생 '홍' 그러니까 핑푸의 친여동생만 남겨두고(생전 처음 본) 끌려간 것이다.

 

졸지에 8살난 어린아이가 동생까지 거느리고 살아가야 했으면 온갖 홍위병들의 장난과 박해를 당해야 했다. 열살의 나이에 결국 소년들에게 붙잡혀 성폭행과 자상까지 입어 몇주간 치료를 받았으며 다행히도 여성으로서의 기능은 다치지 않았는지 나중에 미국에서 자신을 잘 봐주던 교수와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너무나 가슴아팠다. 지금 내 둘째가 열살인데 그녀는 그 어린 나이에 엄청난 고통을 겪은 것이다. 똑똑한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기구한 그녀의 인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5살의 나이에 중국 당국과 마찰을 빚어 강제추방을 당했는데 미국 뉴멕시코대학교에 등록하게 되었다.

 

80달러로 비행기 환승을 해야하는데 그새 미국에서 85달러로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때 낯선 미국인이 그 사실을 듣고 5달러를 흔쾌히 내준 경험도 있었고 그때 '미심쩍을땐 언제나 너그러운 편이 낫다' 는 교훈을 나도 마음속에 깊이 새기게 되었다. 행운은 거기까지. 뉴멕시코대학까지 갈 길이 막막해서 울고 있던 그녀에게 나타난 중국남자로 보이는 사람의 차에 탔다가 베트남 난민들이 수용된 어떤 거리에 갇힌 끔직한 일을 또 겪었다가 다행히도 며칠만에 경찰에 구출된 일도 있었다. 핑푸라는 이 여인처럼 온갖 일을 겪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인생을 꾸려갈 수 있는것일까. 그럼에도 그녀는 미국이라는 곳에서 공부를 정말로 열심히 하였고 타고난 머리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기술자가 되었으며 결국 '지오매직'이라는 첨단기업의 창업자겸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2005년 '올해의 기업가'로도 선정된 그녀의 일생은 아직 환갑이 안 된 나이로 나보다 십년쯤 더 나이먹은 사람의 회고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태어나 당연하게 학교에 다니고 평탄하게 잘 살았지만 공부가 지겨웠던 나 혹은 우리들에게 그녀의 삶은 항상 가진것을 감사하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라는 교훈을 절로 주고 있다. 휘어져도 꺾이진 마라. 앞으로의 인생에 어떤 일들이 닥칠지 모르겠지만 휘어져도 꺾이지는 않는 인생을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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