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날의 일곱 시간
수잔네 프로이스커 지음, 홍이정 옮김 / 샘터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생존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여성이 말못할 심한 일들을 겪었고 살아남았다. 그 이전과 이후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4월 그날의 일곱 시간의 일을 겪은 후로. 성폭행범이자 살인범이었던 자신의 환자였던 범죄자에게 속아서 사무실에 갇혀서 그 오랜시간동안 수없이 굴욕적인 일들 생명을 위협받는 일들을 겪어냈다. 당연히 그녀는 분노했다. 왜 아무도 미리 몰랐을까. 미리 대응을 못했을까. 바로 옆에 사람들이 있음에도 물론 그래서 바로 납치전담반이 오고 협상에 들어갔지만 그녀에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납치범이자 강간범은 결국 그녀와 함께 나가서 무사했다. 그래도 죽을 수도 있었던 그녀였기에 이후의 삶은 감사한 마음도 있었으리라. 분노와 감사 그리고 무기력...그런 복잡한 심경, 트라우마에 시달려 마트에도 못가고 운전도 못하는 주차장이란 곳은 아예 가지도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숨죽이고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작은 일에도 한번 트라우마가 생기면 쉽게 일처리를 바로바로 하지 못한다. 바로 내가 그렇다. 층간소음 트라우마로 이후에 비슷한 소음을 겪으면 귀를 저절로 기울이게 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수도 있는 트라우마이지만 공황증세도 그 자신만이 느끼는 것이기에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다. 그런 고통도 있구나 하고 인정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하물며 그런데 그녀는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웠을까. 그녀가 앞집에서 바라본 맞은편 집의 아무 표정없이 청소만 하고 살아가는 것 같은 호페부인을 보며 느끼는 것들은 남달랐으리라. 아흐터만 박사의 무심한 치료도 상처가 됐으리라. 하지만 행복을 주는 올리브기름 한병 덕분에 그녀는 드디어 운전을 했고 혼자서 마트에 갔다. 그리고 올리브 기름을 샀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에겐 "너는 정말 강한 여자야." 라는 소리도 위로가 되지 못하나 보다. 그녀의 엄마는 그런 소리를 했고 그녀는 예전에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라며 그런 소리를 하지 말라고 혼자서 생각한다. 차라리 엄마의 그 맛있는 감자 팬케이크를 구워달라고...이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때론 어설픈 위로보다는 직접적인 그 사람을 위한 작은 행동이 더 나을때가 있다. 그녀의 담담한 고백과 그 이후의 일상을 읽으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뵈제 옹켈츠의 노래를 들으며 계속 달려가야만 한다는 그녀의 말이 맴돈다.

 

영원한 건 없는 거야.

슬픔도, 고통도 언젠가는 지나가는거야.

흘러가는 시간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내 말을 들어봐. 더이상의 고통은 없을 거야.

새 아침이 밝아오고, 새날이 오고, 새해가 올 테니까.

고통이 널 속이더라도 이제 더는 아프지 않을 거야.

영원한 건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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