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 인간과 예술, 시대와 호흡한 음악 이야기
서영처 지음 / 이랑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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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참 좋았다. 좋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살다 보니 여건이 안되어 잘 못 듣게 된다. 한때 조용한 곳에서 클래식을 들으면 정말 행복했는데...보통 클래식에 관한 에세이를 읽다보면 클래식에 대한 뒷이야기나 상식등을 버무린 그런 글들을 읽게 되는데 이 책도 물론 읽다보면 정말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것은 다른 책들과 같지만 뭐랄까 그래도 느낌이 많이 다른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 중에서 신선하달까.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또 국문학 박사학위를 딴 이력답게 그녀의 글쓰기는 음악적인 것도 또 문학적인 부분도 같이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겉멋이 없는 글이 읽는 재미와 함께 자꾸 이렇게 혼자 읽는 시간을 행복하게 만든다.

 

1장 사랑에서는 비제의 <아를의 여인>이란 곡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아를의 여인과의 관련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페라에 문외한이어서 그런 것인데 알퐁스 도데의 아를의 여인은 읽었으므로 얼마나 새로웠는지. 또한 비제의 <카르멘>도 사랑이 비수가 되어 자살도 살인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지독한 사랑인지...또한 지옥같은 사랑인지. 또 다른 소설인 톨스토이의 중편 <크로이처 소나타> 역시 베토벤의 그 크로이처 소나타와 관련있는 소설이 맞았다.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의 삶을 색다르게 보았던 바로 그 영화에서 크로이처 소나타의 격정적인 연주들이 떠오른다. 톨스토이는 이 곡을 마치 연인들이 얽히는 그런 장면을 연상케 했나보다. 이 소설에서 한 남자가 자신은 바람을 피우면서 자신의 아내가 아이들을 여럿 낳고 성실하게 살다가 피아노 연주에 빠져 어느 바이올리스트와 바로 이 곡을 합동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그 무아지경에 빠진 남녀를 마치 연인 사이로 혼자 오해하고 상상하다가 다음번에 아내와 그 연주자가 함께 앉아 있는 것만 보고도 오해를 하고 그만 아내를 찌르고 마는 비극을 쓰고 있다. 크로이처 소나타만 들어 보아도 어딘지 이런 비극이 떠오른다.

 

2장 눈물에서는 비운의 첼리스트였던 자클린 뒤 프레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원래 오펜바흐의 첼로곡 <자클린의 눈물> 은 자클린 뒤 프레의 앨범 <자클린의 눈물>과는 다른 것인데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 하고 있다고 한다. 자클린의 앨범에는 포레의 '엘레지', 멘델스존의 '무언가',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등의 어둡고 무거운 곡들이 많다고 한다. 언어 이상의 언어인 눈물의 의미를 조선시대 사대부였던 심노숭이 31살에 동갑내기 아내를 잃고 쓴 '눈물이란 무엇인가' 를 소개하면서 조선시대에도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있구나 새삼 같은 인간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왠지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감정이란게 우리와 많이 다를 것 같았는데 다행이었다. 15장까지 읽어나가면서 와 참 좋다 좋아..몇번을 되뇌이었다.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은 문학작품과 클래식을 소개해주고 누구를 감화시키고 가르치려 드는 글이 아닌 잔잔히 표현되는 에세이같은 글이고 무엇보다 나와 죽이 잘 맞는 책이어서 앞으로 책장에서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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