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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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뒷산에 대한 사진이 대부분인 책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큰 발견을 한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읽다 보면 "하하하" 웃을 수 있는 책이었다. 우리네 뒷산에 대한 품평과 아름다움과 그 소박함을 느낄 수 있는 글도 좋았고 뒷산의 약수터에서 만나게 되는 인간사 재미있는 일들이 작가의 글솜씨에 어우러져 낄낄대다가 그 웃음속에서 진지한 인간의 마음을 확인하고 또 예의와 배려를 느낄 수 있는 글이어서 그랬다. 그야말로 뒷산은 보물창고인 것이다. 책표지에 쓰여있듯이.. 
 
저자의 뒷산은 그저 작은 동산만한 뒷산은 아닌갑다. 꽤 큰 산인가 보다. 비록 물길을 내서 만든 약수터이긴 하지만 약수터가 지천에 세 개나 되고 약수터마다 이름까지 붙어있다. 뒷산에서 마주보게 되는 여러가지 풍경들을 살포시 사진에 담아서 작게나마 보여주기도 하고 눈이 쌓여 축 늘어진 그늘막이나 붙어 있는 전단지 하나에도 의미가 부여되고 있어서 읽는 맛이 났다. 그 중 뒷산과 동네의 경계에 있는 전봇대에서 마주하게 되는 전봇대용 쪽지 하나.

글자 자체가 크고 굵지만 소박하고 정갈하게 열심히 쓴 손글씨와 함께 희한한 내용하나. [사람들은 내일을 참 좋아 한다 그런데 요 내일이 또깨비야 코흘리개를 늠늠한 청년으로 만들어 놓는가하면 그렇게도 아름답던 아가씨를 쪼글 조끌 볼품없는 늙은이로 만들어 놓다니...오늘의 처녀가 내일 가면 할머니가 된다 할머니 되기전에 부지런히 일하고 먹고 마시고 즐기세요 곡(술)차 한잔에 노래 한 곡 하실 여성 친구(독신녀) 02)853-oooo 자유인 정 아무개] 처음엔 뜨금 하며 읽는다 맞아 맞아 아가씨들 소싯적에 인기 있고 예쁘다 하면 뭘해 금방 쪼글 쪼글 무릎이며 허리 어깨 다 아픈 늙은이가 될게야 하면서 읽다가 끝부분을 읽을 때쯤엔 이 글을 써서 전봇대에 붙인 이름모를 이에게 수상한 눈길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의 저자도 이 사람에 대한 추리가 거의 셜록 홈즈급이다. 나도 덧붙여 열심히 추리를 해보았다.

이렇게 엉뚱한 면으로 빠질 수도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주 유쾌하다. 약수터에서 벌어지는 대화배틀.. 너무 웃겨서 개그콘서트에 개그소재로 보내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을 정도다. 왜 나이가 들면 자기의 얘기만 하고 서로의 대화가 겉돌까. 며칠 약수터에서 안 보인 할아버지께 어디 다녀오셨냐고 묻는 중년의 아저씨와 끝까지 다녀 온 곳을 말하지 않는 할아버지. 아 글쎄 같이 가기로 한 군대 같이 간 녀석이 지각을 해서 말이야, 거기 칼국수가 너무 맛있었어 하면서도 "좋은데 다녀오셨구나 어디 다녀오셨는데요?", "아 칼국수가 맛있으셨구나 그 칼국수 어디서 드신 건데요?" 에 끝까지 어딜 다녀왔다는 얘기만 쏙 빼놓은 채 이야기를 하는 할아버지. 요런 식으로 스무 문장쯤 되다가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군대 같이 간 녀석이 지각을 해서 말이야.. 하며 끝없이 펼쳐지는 대화배틀에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 정말 질기고 질긴 대화였다. 그뿐이 아니라 작가는 또 다른 약수터에서의 정말 재미있는 대화들을 잘도 듣고 찾아서 적어놓았다. 딸아이에게 읽어주자 딸도 배꼽을 잡고 웃는다. 이 책을 읽으면 유쾌해진다. 마음이 뒷산 약수터에 있는 것 마냥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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