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 는 2005년도에 '천자의 나라' 로 이미 출간되었던 책이었다. 마케팅 등이 없는 책들은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묻혀지기 쉬운 법. 그만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이 아까운 책을 보리출판사에서 재출간해 주었단다. 개인적으로 보리 출판사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아동책으로 정말 유명한 뚝심있는 출판사)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처음에 조금만 읽고 딴 일을 하려고 했는데 쉽게 빠져들어 가더니 이내 상, 하 권을 이틀에 걸쳐서 다 읽게 되었다. 어머 김용심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다른 책들도 곧 나온다는데 이제 김용심 작가의 책은 한번쯤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우선 이런 작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뭐랄까 최인호 작가의 '상도'를 읽었을 때처럼 정말 스토리가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상도가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모를 정도로 재미와 사실성을 주었는데 이 작품도 그러했다. 북송 시대의 사료들을 철저히 살펴보고 취할 것은 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소설이란 것을 중반을 지나가자 다시 보이게 되는 여성작가의 소설이었다.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일단 무공의 이야기가 나오는 무협소설같은 느낌을 주지만 여성 특유의 세밀하고 부드러운 감성으로 무협소설의 느낌에서 이내 벗어나 감성적이면서 세련된 작품으로 거듭난다. 때로는 그 부드러움이 조금 지나쳐 보일 때도 있다. 왜냐하면 실제 남자들이 그러한 대화를 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뚝뚝한 남자들이 그렇게 친절이 넘쳐나는 사사로운 대화를 할 것 같지 않지만 기존의 무협소설에서도 그랬던 것을 기억해 보면 남성 작가들도 그러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처럼 김용심 작가만의 문체에 빠져들다 보니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과 인간으로서 인간을 아끼고 백성을 아끼는 전조의 마음이 내 마음처럼 느껴졌다. 북송의 가장 번성기를 누리게 했던 제 4대 황제인 인종을 직접 인피면구를 쓰고 암행을 하는, 마치 현재의 인기 드라마 '동이' 에서의 숙종처럼 순진하고 때로는 장난기 넘치는 인물로 그려놓고 자신을 호위하던 전조와 우정을 다져가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재미있고 뭉클하다. 때때로 말실수로 자신이 황제임을 들킬 뻔한 상황에서도 은근슬쩍 넘어가는 장면들이 유머를 자아내기도 한다. 전조가 백성을 진실로 사랑하고 아끼며 인종에게 자신의 아팠던 노예와도 같았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이 세상이 진정으로 천자의 세상이 되기를 바라고 강자의 세상도 법의 세상도 아닌 그렇다고 약자의 세상이나 정리의 세상도 아닌 모두가 다 똑같은 '하늘의 자식(천자)' 으로 하늘이 내려주는 공기, 빛등을 받으며 평화로이 행복하게 사는 그런 세상이 도래하길 바란다는 전조가 꿈꾸는 세상의 이야기를 할 때에 나도 모르게 잊혀졌던 순수한 꿈을 보는 듯 했다. 인종의 시대에는 명판관인 포청천이 있었다. 포 증인 포청천.. 그의 전조는 인종의 호위군사이기도 하다. 당시 북송은 요와 서하와 대결구도를 벌이고 있었는데 바로 그 서하와 마주보고 있던 섬서성의 북리 군왕부의 군왕인 북리운천이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 아들 북리현(소왕야)를 대신할 새 후계자를 찾게 되면서 예전에 자신이 버렸던 평민여인의 아들을 수소문하게 되는데 세 명의 아들이 저마다 진짜 아들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입증하게 될 사람 둘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전조가 포 증의 명령을 받고 북리 군왕부로 가게 되는데 그 길을 인피면구를 쓰고 이정선생이라는 자로 변장한 인종이 따라나서면서 벌어지게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로도 손색이 없고 아이들이 느끼는 좋은 점들이 많을 책이다. 중학교 이상이면 충분히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