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신 택리지 : 전라도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2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를 읽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었다. 특히 내 부모님이 자란 곳 전라도에 대한 책은 놀라웠다. 실제 얼마나 꼼꼼하게 발로 다니며 문헌들과 여러가지 역사까지 꿰 뚫었는지... 신정일님의 글은 전라도 출신의 조상들을 둔 나에게 감동마저 가져왔다. 내 친할아버지의 부인은 여순반란사건때 민간인으로서 임신한 몸으로 어린 딸과 함께 학살을 당하셨다. 우리 아버지의 친어머니는 아니셨지만 너무나도 안타까운 죽음에 지금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정말 일어났던 일이었을까.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는 가족사에서도 묻히는가 보다. 내가 나중에 커서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자서전을 읽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신정일씨는 이 부분을 저술하면서 같이 마음 아파하고 통탄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은연중에 받았다. 그때 너무나 큰 희생을 치러서 인지 여수와 순천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서 함구하고 조용히 있는 것 같다고 언젠가는 제주 4.3 사건이나 광주 사건처럼 여수와 순천민들도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고 그럴 날이 곧 올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내 어머니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구례는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곳일텐데 구례마저 사진과 함께 글도 있다. 너무나 반가웠다. 어느 책을 보아도 찾기 어려운 지명들과 그 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정말 신정일님은 택리지를 쓴 이중환처럼 이십년 가까이 발로 걸으며 작성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맙고 반가운 일이었다. 남원, 곡성, 구례, 그리고 섬진강, 순창고추장으로 유명해진 순창.
 
보성, 벌교, 고흥...나로호 발사로 알려진 곳이지만 내게는 어머니의 또 다른 고향으로 반가운 곳이다. 전라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신 택리지는 역사의 산 증인인 광주을 거쳐 산과 물이 기이하다는 순천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현대 서울인에게는 1호 기적의 도서관으로 알려진 곳이겠지만 순천에는 옛 것이 잘 보존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낙안읍성이 유명하다. 하회마을처럼 낙안읍성도 좀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램이 든다. 그리고 신정일님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를 간 곳인 강진군의 다산초당으로 발길이 머문다. 정말 이 책을 한 권 들고 전라도 일주를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말이다.
 
이 책에서는 역사속의 유명한 인물 외에도 조상의 족보에 나올 법한 숨어 있는 인물들도 많이 나온다. 구치관 어른도 그 분들 중 한 분인데 세조때 능성부원군으로 영의정에까지 오른 분이시다. 바로 내 조상이시다. 이 분 이야기가 책에 나와서 깜짝 놀랐다. 조상중에 영의정이 계시다고는 들었지만 이 책에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라 너무 신기하고 내 혈통이 이랬구나 하는 희열이 잠시 몰려왔다. 화순을 소개하며 "한편 이곳에서 태어난 또 한 사람이 있는데, 세조 때 좌익공신으로 뽑혔고 능성부원군에 봉해졌으며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던 구치관이다. 성품이 바르고 엄하며 욕심이 없고 신중하여 평생 재산 늘리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에 관한 글이 서거정이 지은 <필원잡기>에 다음과 같이 실려있다." 바로 그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신숙주와 구치관 정승을 세조가 놀린 일로 신정승, 구정승(성이 구씨, 신씨라 가능했던 말장난) 불렀을때 대답을 잘못하면 계속 벌주를 먹였다는 익살스런 이야기이다. 나야 이 부분이 더욱 눈에 들어왔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역시 숨어 있는 인물들을 알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여행의 자료로도 훌륭한 것은, 아름다운 풍광과 아름다운 우리네 것을 찍은 사진도 시원시원 훌륭하고 글도 시원시원 훌륭하고 편집까지 깔끔해서 눈이 시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신정일의 신택리지는 전라도 뿐 아니라 경상도와 다른 지역까지 열권이 나온다니 골라보는 재미도 있고 원하는 부분만을 읽어도 될 것이고 다 읽어도 좋을 것 같은 대장정의 시리즈이다. 앞으로 이런 뚝심있는 분들이 많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고등학교에선 국사과목까지 없어진다니 정말 걱정되는 일이다. 우리것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노력은 우리 세대까지가 마지막일까...정말 답답하다. 하지만 우리 후배들도 이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이 계속 이어진다면 명맥은 유지할 것 같아 이 같은 책의 가치는 정말 값을 매기기 힘들 것 같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기는 힘들 것이고 유지라도 되도록 우리가 응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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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0-08-1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