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산악인 유정열의 한국 800 명산 탐방기
유정열 지음 / 관동산악연구회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전문산악인 유정열의 한국 800명산 탐방기는 정말 판본이 크고도 엄청난 두께를 자랑한다. 산악계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기만 해도 배부를만한 책. 젊었을 적 산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나중에 드려야겠다. 비록 지금은 일흔을 바라보셔서 동네산만 조금씩 다니시지만 친정에 가서 어디어디를 다녀오셨냐고 이 책을 함께 넘겨보면서 그 추억을 같이 더듬어보고 보듬어볼까 한다. 어린시절에 주말만 되면 우이산과 도봉산에 데리고 다니셨던 아버지와 인근의 조박사묘도 숱하게 다녔었다. 자녀를 위해 완만한 곳만 다니셨지만 그래도 어린 우리들에겐 신나는 산행이었다. 엄마께서 코펠에 끓여주시던 벌건 고추장을 푼 소고기로 국물을 낸 감자국은 정말 별미였는데...꼭 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랄까. 그 시절의 초등생이었던 우리 삼남매 사진을 보면 등산화도 없이 올랐지만 그 기상만은 높은 산 정상을 등정한 전문산악인 못지 않다. 하하하.

 

800명산 탐방기는 지역별로 인덱스가 되어 있다. 서울,경기,인천을 시작으로 강원, 충청,대전, 전라,광주, 경상,부산,대구,울산, 제주, 북한까지 우리나라의 산들은 거의 다 섭렵한 방대한 우리네 산에 대한 정보서이다. 산마다 산의 사진과 특산물이나 희귀식물 사진도 있고 무엇보다 유정열씨가 산을 오를 때마다 느꼈던 수필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마음은 벌써 산에 가 있는 것 같다. 아무데나 탁 펼쳐보아도 하아하고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다운 산의 사진과 함께 어떤 산인지 정상은 어떤 곳일지 그 정경이 그려지는 글에 사로잡히고 만다.

 

강원도의 산들이 마음에 와닿아 더 자세히 보았다. 돌도끼산, 만지산, 유지등산, 두류산, 두위봉, 두타산, 청옥산, 쉰움산, 마산, 마대산, 마방산, 마적산, 망경대산, 매봉산, 매화산, 면산, 가덕산, 명봉산, 천마산, 목우산, 미륵산, 민둥산, 지억산, 박지산, 단임산, 발산, 발교산, 병무산, 발왕산, 방태산, 구룡덕봉, 개인산, 백덕산, 사자산, 백석산, 잠두산, 백암산, 백운산, 백적산, 범암산, 벼락바위봉, 복계산, 복주산, 봉복산, 봉화산, 봉화산의 40m 폭포에서 언 폭포위를 오르는 산악인들의 모습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다. 저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나였으면..에이 나 같은 겁장이는 오르지도 못하겠지만.

 

강원도의 산중에서 비읍까지 읊은 것인데 다 읊지도 못했다. 우리나라가 산이 많은 나라라더니 정말 이렇게나 많은 산이 있는지 미처 몰랐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중에서 몇 개의 산에 오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할 것인데...아마도 유정열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네 산을 알지도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웠는지도 모른다. 그런 결과로 지금이라도 이 책이 나온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통편과 산행코스 그리고 근처에서 숙박할 곳과 음식점, 그리고 가볼만한 유적지나 여행지까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어서 친정에 가서 아버지와 이 책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아버지 출장가셔서 가신 산이 이 산이었나요? 거긴 어땠나요? 이 책의 설명하고 비슷한가요 하고 말이다. 어린 시절 출장을 많이 다니셨던 아버지와 또 주말에 산을 같이 다녔던 추억이 오늘 밤에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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