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택시
김창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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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문의 책들은 사람냄새가 나고 좋은 책들이 많다. 그런데 유독 이 바다로 가는 택시는 자비로 출판한 것 같은 책표지에 속지 구성도 조금 촌스러운 편이다. 일부러 저자의 신명나고 구수한 글에 맞추려고 그랬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지금 다시 보니 일부러 그런 것 같다!) 처음 자연과 인문의 책을 이 책으로 접하는 사람들은 약간의 선입견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내가 속물인지도 모른다. 요즘 대형출판사의 깔끔하고도 멋스런 표지에 많이 익숙해져 버려서 이렇게 순수한 책에 오히려 사비를 들여 만든 책 같다는 등 이런 이견을 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왕 만원이 넘는 책값인데 조금 더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면 훨씬 책 매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마음에 써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전의 순수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려운 집안 살림속에서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했던 과거들, 곤충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도 관련 공부를 하여 버젓한 연구원으로서의 직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갑자기 스스로 농사를 짓기도 하고 농산물 유통을 해보기도 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통영까지 흘러들어가 택시를 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그가 순수한 사람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위를 위해서 자신의 일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쉽게 끊어낼 수 없는데 말이다.
 
그런 그가 통영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넋두리 그리고 유독 아내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뭉클하다. 어떤 로드무비 못지 않으며 어느 장돌뱅이 소설 못지 않은 실제 삶이기에 더욱 놀랍기도 하고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고찰에 나도 빠져보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손님의 이야기에는 동병상련도 느껴보다가 어떤 그지같은 손님때문에 짜증이 밀려오기도 하고 술집퇴기를 만나 비록 말뿐이지만 유혹도 받아보고 그러다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야기도 늘어놓고.. 참 이 책을 읽는 동안 부모님의 고향이 생각났다. 신세대들도 이 책을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88만원 세대라 너무나도 힘들게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입사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우리처럼 흙을 밟아본 기억도 어린 시절 내내 맘껏 뛰고 놀아본 적이 없는 그네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오늘 기사를 읽다보니 남자들은 하루에 13번 야한 생각을 한다던가. 저자는 그런 생각들을 거의 감추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내용이 아닌가 싶다. 나는 아닌척, 늘 우아하고 가르치려는 글들 속에서 이 수필들은 참 신선하고 읽는 재미를 준다. 그리고 저자와 가족들에게 앞으로도 화이팅하시고 글 잘 쓰시라는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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