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내일 -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헤더 로저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삼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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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늘 궁금하였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질문중에 하나였다. 우리가 어느 정도의 쓰레기를 배출해 내는지 평소에 가늠해 볼 수 조차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내일은 또 시작된다. 사라진 내일이라는 제목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뒷표지의 마치 "스릴러처럼 읽힌다" 는 것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쓰레기의 발생, 그리고 언급하기 꺼려질 정도로 비위생적이었던 미국의 과거와 현재(우리나라나 여타의 나라들도 과히 많이 다르지 않을), 쓰레기의 역사, 쓰레기의 투기와 매립.. 스릴러가 따로 없는 막장의 이야기이다. 언론인이자 영화제작자답게 생생한 글솜씨와 영화적인 극적인 요소를 배경에 배치한 듯한 -쓰레기라는 거대한 영화의 감독이 되어 스펙타클한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시종 들었다.

 

그나저나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의 이 찜찜함은 어찌해야 할지.. 실체를 알고 나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어찌할거나...우리 세대는 어찌어찌 살아간다고 해도 우리 후대에는 어찌할거냐는 말이다. 저자는 철저히 미국의 관점만으로 이 책을 썼지만 마치 '수퍼사이즈 미'라는 미국적인 영화가 전 세계의 반향을 일으켰듯이 이 책 역시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의 독자에게도 충격과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다. 첨단 시설과 장비가 생기기 전이나 후나 매립이나 바다에의 투기는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쓰레기가 썩어 없어질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이 책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그 어마어마한 독성은 간신히 살짝 덮여 있을 뿐이지 언제 어느때에 터져 나올지 모른다. 물론 현대에 들어와 감시단도 만들어 지고 그 엄청난 규모의 매립지에서 나올 각종 오염물질들을 연구하고 있다고는 하나 워낙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가 매일 쏟아지는 현재로서는 참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란 나라는 전세계 인구의 4퍼센트만을 차지하나 쓰레기는 전세계의 30퍼센트를 배출해 낸다고 한다. 버지니아나 여러 주의 외곽에서는 매일 달려온 쓰레기 차들이 들어오고 압축기와 진공롤러와 굴착기와 불도저를 동원해서 알아서 매립한다고는 하나 지하 10층 규모의 미식축구장 백배 크기의 구덩이는 금방 채워질 것처럼 보인다. 그저 비닐에 감춰진 각종 오물들처럼 커다란 라이너에 감싸인 거대한 오물덩어리라고 보면 될 것이다. 게다가 50년뒤면 지금의 담당자들은 아무 책임도 없게 된다니 그것은 고스란히 사회의 몫으로 돌아간단다.

 

아파트의 음식쓰레기 수거만 해도 하루만 늦어져도 여름과 같은 계절엔 정말 참을 수 없는 악취와 벌레떼 때문에 기절초풍을 하게 된다. 모든것이 깨끗하고 일회성으로 치닫는 현대인과 도시인의 비애랄까. 더럽고 냄새나는 것을 못 참는 것이다. 불과 백오십년전만 해도 지구는 깨끗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리마다 악취나는 쓰레기와 분뇨로 넘쳤고 미국 뉴욕은 넘쳐나는 이주민들로 회반죽같은 건물이 높기만 하고 좁고 어둡고 물도 없고 악취나는 굴같은 곳이었다. 그 당시의 기사를 보면 계단을 헛 딛으면 쓰레기 더미에 발이 빠질 것이다 라고 하니 얼마나 더러웠을지 알만 하다. 1800년대 중반과 후반에 크게 번진 콜레라등 역병들로 수많은 도시 빈민들이나 부랑자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도시 정화는 오염된 지역에서의 사람들로 인해 중산층까지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는 중산층 지도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세월이 흘러 대량생산과 기계가 눈부시게 발달하고 엔지니어의 등장으로 신세계가 따로없었다. 급속도로 미국사회는 깨끗한 사회가 되어갔다. 이미 1950년대쯤에는 미국가정들에서 가전제품이 보편화되었고 깨끗하게 정리된 정원을 갖춘 주택들이 보급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깨끗한 외양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로 인해 누그러지고 나만 깨끗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될거다. 그러면 쓰레기는 과연 없어진 것일까. 그 당시의 쓰레기 처리는 더 저급했다. 각종 오염물질을 대기에 뿌리는 소각이나 대충 버리는 매립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쓰레기의 역사와 미국의 소비, 그리고 현대인의 대량소비와 일회성 포장등 이 책을 스릴러처럼 흥미진진하게 다 읽고 나니 이게 다 그냥 영화였으면 싶다. 그냥 악몽이었으면...그래도 쓰레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진짜 악몽이 따로 없다.

지금부터라도 쉽게 쉽게 버리고 바꾸는 현대인의 습관이며 바다에 투기하는 것이라도 조금씩 바뀌어야 할텐데..바다에 뿌려진 플라스틱 조각을 물고기나 바다생태계가 먹게 된다고 하니...이 재앙은 금새 닥칠 일인지도 모른다. 정치인이며 학생이며 주부며 이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텐데..이제는 각 나라와 정부가 협력해서 환경보호에 대해 고민하고 같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쓰레기사회학에 관한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은 기분이 들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재미있다고 하면 좀 그렇겠지만, 실제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특히 쓰레기에 대한 역사 부분은 아주 탁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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