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를 아주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 독서가이자 장서가이자 도서관장인 저자의 서재를 떠나보내며라는 제목의 책은 제목부터가 의외의 면을 선사했다. 장서가인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다보니 그도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나.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어보니 그는 이미 1930년대생으로 굉장히 나이를 먹고 있었고 아마 생을 정리하기 전에 책도 정리하려고 했을 것이다. 5만여권의 책을 들고 다닐 수는 없다. 프랑스에서 책을 두고 나올 때에도 아주 속상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캐나다에 이주하면서 더 적은 수의 책만 가지고 다닌다. 이 책은 역시 그런 내용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그가 읽었던 책을 추억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책의 소중함 어린시절 독서의 추억이 큰 힘을 발휘한다.


단테의 신곡, 카프카, 돈키호테, 길가메시 서사시, 오딧세이, 오델로, 각종 희곡들, 쥘 베른의 책들, 로버트 스티븐슨의 책 지킬박사와 하이드, 아리스토텔레스의 향연 등 언급되는 책들과 책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런저런 어린 시절의 독서를 떠올리면서 흘러가는대로 몸을 맡겨 두는 것이 상책이다. 페트라르카는 자신이 서재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서재가 자신을 소유했다고 한다. 아마 망구엘의 생각도 이와 비슷했기에 언급했을 것 같다. 자신이 소유했던 책들 중에서 아주 희귀한 가치가 있는 책들은 별로 없다고는 했지만 무슨 초판본 등 엄청난 책들도 실로 많이 있었다. 그런 책들만 찾는 장서가는 아니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유행하고 있는 최신책들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철학책, 문학만 읽은 것이 아니라 모험소설, 추리소설도 꽤 많이 읽고 소유했다고 한다.


그는 책은 빌려주지도 말고 빌리지도 말자 라는 구절을 서재에 걸었다고 한다. 아마 이 문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빌리려 했다가 포기했을 것이다. 어떤 책을 갖고 싶어하는 지인이 있으면 차라리 책을 사서 주었다고 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책을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부터가 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 같아서인데 나 역시 책을 사주면 사주었지 내가 간직하고자 했던 책장에서의 책을 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가 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에게 느꼈던 존경심, 우러름을 이 거장에게도 보내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책도 많이 나오지만 그가 언급하고 꺼내는 이야기들은 에코의 책들처럼 무언가 특별하고 중세나 오랜 시절의 향기가 묻어난다.


'모든 서재는 일종의 자서전이다' 라는 그의 말에 찬사를 보내며 어쩌면 그가 쓴 마지막 서재에 관한 책일지도 모를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의 수호자, 우리 시대의 몽테뉴, 도서관의 돈 후안이라는 그의 별명이 이 책을 읽으면 당연하게 여겨진다. 작은 글씨의 주석에서 나오는 내용들도 전설, 신화처럼 흥미진진하다. 여행지에 책 한 권만 가져가야 한다면 올해에는 이 책을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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