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택시 타는 아이 -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2
한혜영 지음 / 함께자람(교학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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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는게 우리 인생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 나랑 코드가 잘 통하는 사람, 나를 무조건 좋아해 주는 사람,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
물론 살면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많다.
돈을 떼어 먹었다던지, 내 험담을 해서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했던 사람, 직장생활 중에 이유없이 나를 시기질투했던 사람, 혹은 온갖 상처를 주고 떠난 옛 애인이라던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특히나 '사람'에 대한 기억력이 아주 떨어지는 나같은 경우는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것 같은데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얼굴과 이름을 연결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는 아주 약과다.
얼굴을 보고도 누구시더라..하는 경우는 최악이다. 상대방은 반갑게 인사하는데 나는 멀뚱한 그 때, 나도 상대도 잠깐이나마 무안한 순간을 경험한다. 

이런 최악의 경우만 아니라면, 정확한 신상정보는 기억하지 못해도 그 사람과 있었던 다양한 사건과 겪었던 그 시간의 무게만큼 추억의 향기라는게 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정확한 사건사고는 기억하지 못해도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인상, 그에게서 받았던 다양한 영향과 감동은 어떤 느낌을 품은채 고스란히 전해진단 말이다.
특히, 내가 참 어려웠거나 힘들었던 시기에 만나 말로든, 물질적으로든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선 더욱 그렇다. 힘들 때 겪었던 일들은 그 어려움의 경중만큼 그 사람과의 추억에 더해져 오래도록 남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승리라는 7살 난 어린 아이다.
돈을 떼먹고 도망간 친구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설상가상 승리 엄마까지 교통사고로 죽게되자 택시를 운전하게 된 승리 아빠는 어린 승리를 밤늦게까지 집에 두고 다닐 수가 없어서, 택시 옆 자리에 승리를 태우고 날마다 일을 한다.
어린 승리는 택시 앞 자리에 앉아 내리고 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어른들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일곱살 아이의 시선으로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는다.   

사실 승리는 여러모로 아빠의 택시를 타는 일이 쉽지 않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즐거워했겠지만, 시간에 맞추어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포기하고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택시 안에 갇혀 지내야 한다. 늦은 밤까지 돌아다니다 아침에 일어나려면 힘도 들고, 엄마 없는 생활이라 끼니도 식당에서 해결해야 한다. 아직 어리광 피울 나이인 7살 아이에겐 녹녹치 않은 생활이다. 
그렇기에 좁은 택시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은 승리에게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인생의 다양한 교훈과 경험들을 선사한다. 어려운 시절 만나는 모든 것은 다 위로다!

엄마를 닮은 달래 아줌마의 친절함에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받고,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다는 젊은 음악가 아저씨에게선 희망의 노래를 선물받는다. 높은 빌딩에 올라가 유리창을 닦는다는 아저씨에게선 인생을 보는 눈을 어렴풋이 배우고 천문학자 할아버지에게선 마음의 별을 보는 법 등을... 
승리는 어른들이 아빠와 나누는 대화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아이의 시각으로 질문하고 소통하며 조금씩 성장해 간다.
돈을 떼먹고 도망간 친구 동만을 만난 아빠의 태도를 보면서, 승리도 역시 미워했던 친구 용수를 이해하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가장 힘들 때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누며 힘이 되어주는 그런 인생의 법칙들을... 

승리가 성장하여 성년이 되었을 때. 그리고 가정을 꾸려 사회인이 되었을 때,
승리의 마음속엔 그때 아빠의 택시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은 기억에서 지워질 지라도, 그들과 나눈 대화에서 느꼈던 뭔지 모를 희망과 교훈들은 어떤 느낌과 감동으로 그대로 남아있지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택시에 탄 승리같은 인생을 산다. 오며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잠시잠깐 관계들을 맺고 살아가는데, 그 속에서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는가가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를 매겨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택시라는 공간은 어쩌면 어려운 환경을 대표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단어에 더 가까운 사람들일테다. 승리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내 인생에도 또 다른 사람의 어떤 인생에서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겠지. 또한, 나 역시 택시에 타고 내렸던 많은 사람들처럼 누군가에게 그런 '희망의 손님'이 되야지 싶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나의 인생에 손님처럼 타고 내렸던, '희망의 손님' 몇몇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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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1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눔으로 많은 이를 만나고 도움을 받는다면 좋을텐데
너무 빨리 커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네요. ㅠ

택시에서 크는 아이, 맘이 아파요, 소설이라 할지라도.

2011-03-18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8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