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 준비됐나요? - 이것저것 궁금하지만 물을까 말까 망설여지는
카렌 그라벨.제니퍼 그라벨 지음, 박상민 그림, 최미경 옮김, 최안나 감수 / 책그릇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4학년 딸아이의 친구 엄마들을 만난 자리에서 ’생리’에 대한 것이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조금 성숙한 아이들 중에는 벌써 생리를 시작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과 가슴도 발달하여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 등. 우리 때보다 한층 빨라진 초경과 성장을 걱정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어느새 그만큼 커버린 딸들에 대한 뿌듯함도 있는 것 같았다. 


그 중에서 생리를 시작한 한 여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 그 아이는 어느 날인가 학교에 생리대를 가지고 와서 친한 여자 아이들에게 꺼내보이며 자신이 생리를 시작했다는 것을 당당히 알리고 조금 자랑스러워 하더란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가 생리를 시작한 것을 알고 선물도 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축하로 파티도 열어 주었단다. 그 아이의 경우를 보며 깨달은 바가 아주 컸다. 


우리때만해도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이나 하다못해 생리 이야기도 어디서 제대로 들어 본적도 없고 그저 떠도는 이상한 소문에만 의지하여 거의 두려움과 놀람으로 초경을 맞이하는 그 시절이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보다는 생리나 여자로서의 발달이 부끄럽게 느껴지게 했다고 할까.
 

여자로서의 그런 당황스럽고 불쾌한 경험들은 어른이 되어서까지 쉽게 떨쳐지지 않는 것 같다. 여성으로서 겪는 생리와 그것에 얽힌 생활의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자연 현상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하고 움츠러들고 부끄러워 하면서 지내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고나 할까. 그것은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여성성에 대한 경시로도 이어질 때가 있다. 


어쨌든 최근 들었던 여러 이야기들로 나 역시 큰 딸의 초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무렵 내 눈에 띈 책이다. 우리 아이에게 한두번인가는 이야기를 해 줬던 기억은 있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를 것 같아  나 역시 어떻게 체계적으로 이야기 해 주어야 할지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엄마 역시 경험해 본 생리이지만 체계적으로 재미있게 거부감 들지 않게 알려주기란 사실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선 엄마와 같이 읽어도 좋을 만한, 또는 아이가 혼자 천천히 읽어도 좋을 만하게 자세하게 그리고 부담없이 생리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생리를 시작하기 위한 몸의 준비, 마음의 준비, 그리고 실제적인 준비들 - 하다못해 생리대를 어디서 사야하는지조차-을 아주 상세하고, 그리고 친구에게 알려주듯 친근하게 써내려간다. 


중간 중간 귀여운 소녀 캐릭터들이 나와 여자 아이들이 소장하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꺼내 보아도 될 듯하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엄마에게 물어보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아주 자세하게 세세한 것까지 잘 챙겨 실어 놓았기 때문에 초경을 시작한 아이에게 뿐만 아니라 이제 준비하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여자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인 듯 싶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의 딸들.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몸으로 변화 되어 가는 그 자연의 섭리적 변화를 감사하고 기쁘게 받아들이며  그것으로 인해 여성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치기를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