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 선물 난 책읽기가 좋아
김리리 지음, 김이랑 그림 / 비룡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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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쥐똥을 참 많이도 보았다. 그게 그냥 쥐똥이구나...싶게 굳이 징그럽거나 더럽다고 느끼지 않을만큼 많았던 것 같다. 하찮은 것. 쥐란 동물 자체가 더럽고 하찮은 것인데 거기서 나온 배설물인 쥐똥은 얼마나 더 하찮을까...그렇게 하찮은 존재인데...   

 

반에서 친구도 없고 외톨이인 승호는 축구도 잘하고 게임도 잘 하는 우진이를 좋아한다. 유일하게 자기 생일날 와준 친구이기도 하고, 어쨌든 자기 집엘 자주 놀러와주니 말이다. 그런 우진이가 어느 날 자기 생일이라며 승호를 초대한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아무리 생각해봐도 우진이가 좋아할 만한 생일선물은 게임기 칩 밖에 없지만, 엄마가 승호에게 선물을 사라고 주신 돈은 고작 이천원...문방구에 가 한참을 골라봐도 우진이가 좋아할만한 선물을 살 수 없자, 승호는 우진이가 좋아할만한 것을 상품으로 주는 뽑기에 도전한다.  

 

2000원을 모두 100원으로 바꾼 아이가, 동전 하나 하나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초조하고 두근두근한 마음을 얼마나 잘 묘사했는지...꽝이 하나씩 나올때마다 실망하고, 온갖 드는 생각을 표현하며 어느새 나도 승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본다. 유일하게 자기를 초대해 준 친구의 생일. 가장 좋은 것을 선물해 주고 싶지만 지금 그럴 형편이 안되어 안타까운 마음...그래서 뽑기가 하나라도 걸려 제발 좋은 선물을 해주고자 하는 간절한 바램들...  

 

하지만 뽑기에 좋은 선물이 걸릴리가 없다. 그게 뽑기 기계의 역할이니까..그걸 알 리 없는 승호는 결국 구슬 세 개만 손에 쥔채 우진이네 집으로 향한다. 친구를 위한 간절한 마음, 진심...이런 것이 그냥 땅에 떨어져 아무 가치없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구슬을 통해, 쥐똥 선물을 받게 되고, 그 쥐똥 선물을 <기쁨의 씨앗>으로 여기고 함께 화분에 심는 우진이와 승호...  

 

서로의 소원을 빌며 <기쁨의 씨앗>이 싹트기만을 기다리며 두 아이는 서로 친해진다. 진심으로. 승호가 자기를 그렇게 생각해 준다는 것을 알아챈 우진이는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승호와 가까와 진다. 아무리 기다려도 싹이 트지 않자 슬슬 미안해 지는 승호. 하지만 함께 심으며 빌었던 소원들이 이루어진 것을 알게되자...그것이 둘 사이에 가장 큰 선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니...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우진이는 매일 싸우는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도록 기도했고, 승호는 우진이와 친해지도록 기도했는데...신기하게도 <기쁨의 씨앗>은 아직 싹을 틔우지 않고 있음에도, 두 아이들의 간절한 바램은 이루어졌다.   

 

<기쁨의 씨앗> 기쁨으로 뿌리는 씨앗이란 소리도 될 터이고, 씨앗이 주는 기쁨이란 의미도 될 터이다. 중요한건 그것이 씨앗을 터뜨려 무엇을 만드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씨앗 자체이다. 기쁨을 간직한 씨앗. 기쁨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며 기다리게 하는 씨앗. 결과로서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로 인해서 벌써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씨앗.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며 함께 기다릴 때, 두 아이는 그 씨앗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서로 친해지고, 간절히 원하는 바를 이룬다. 기쁨의 씨앗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진실한 기쁨을 선사한다. 어떤 좋은 선물, 어떤 좋은 결과보다 더 기쁜 과정은 씨앗이다. 그 안에서 우정이 싹트고, 사랑이 싹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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