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뒹굴며 읽는 책 2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상경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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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쥐고 뭐든 말만 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요술 조약돌. 그런 기특한 재주를 부리는 마법의 요술 조약돌이 나에게도 있다면!!!   

 

우리는 살면서 자주 그런 마법같은 일들이 벌어지길 고대한다. 때론 퍽퍽한 세상에서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하기도 할테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방에 해결될 마법 같은 로또 당첨을 꿈꾸기도 하고...잘 안 풀리는 사회 생활 속에서 뭔가 한 방 내맘대로 터져 주었음 하는 상상속의 바램들. '요술 조약돌'이란 것을 처음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들이다.  

 

실베스터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아직 어린 아이로 대변되기에, 세상사 찌들어 '요술조약돌'같은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우리와는 근본부터 다르지만...어찌되었든 실베스터의 손에 들어간 '요술 조약돌'은 독자의 기대와는 좀 더 다른 상황들을 일으킨다.  

 

요술 조약돌을 들고 맞닥뜨린 사자. 당황한 실베스터는 순간적으로 돌이 되길 바라고, 그 바램대로 돌이 되어버린 실베스터. 당장 사자로부터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정말이지 돌이 되어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바로 옆에 떨어진 요술 조약돌과 같이 오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돌이 되어 버렸다. 계절이 몇 번씩 바뀌었지만... 

 

만약 실베스터가 손에 요술 조약돌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사자에게 잡혀 먹힐 수 있는 위험은 더 커지지만, 그만큼 살기 위해 더 애썼을지 모르겠다. 죽을 힘을 다해 그 자리를 벗어나보려 한다던지, 지혜를 내어 그 위기를 모면한다던지...때로 우리는 우리 손에 쥐어진 '행운'과 '운'을 믿고는 안일해 지는 우를 범한다. 결국 그 믿음은 우릴 저버리고, 순간의 무지와 최선을 다하지 않음에 대한 보응을 받게 된다.  

 

실베스터는 다시 당나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요술 조약돌은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지만, 적어도 그걸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돌이 되어버린 실베스터는 할 수 없는 일. 결국 그 일은 실베스터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부모님에 의해 이루어진다. 부모님은 사라져 버린 실베스터를 그리워하다가 실베스터가 변한 돌 옆으로 소풍을 나오게 되고 극적으로 실베스터는 다시 당나귀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그 어떤 행운도, 그 어떤 마법같은 요술도, 지혜를 주거나 사랑을 줄 순 없다. 그건 그저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 뿐이다. 그래서 실베스터를 다시 찾은 엄마 아빠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그 요술 조약돌을 다시 어떤 곳에 사용할 생각을 하기 보다는, 집 안 금고 속에 꼭꼭 숨겨둔다.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더 부자가 되고 싶다던지, 혹은 더 좋은 일들을 겪게 해 달라는 소원 따위는 접어둔채... 

 

단순한 동화같지만 , 우리에게 순간에 찾아오는 '마법같은 행운'에 속지 말라는 교훈같은 걸 주는듯 하다.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그 안에서 살아갈 방법들을 찾을 때, 마법같은 행운이 주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 좀 더 삶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손에 쥐어진, 혹은 쥐어지길 바라는 '마법같은 행운'이 있는가...그건 어쩌면 행운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고, 나 혼자만이 사용했을 때는 더 나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그저 도구일 뿐이다.   

 

실베스터가 부모의 도움으로 결국 다시 당나귀로 돌아온 것처럼, 행운이란 것도 누군가에 의해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상황 속에서 정의내려지는 것이다. 좀 더 삶다운 삶을 사는 것. 그건 우연한 행운도, 마법같은 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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