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긴 여행 0100 갤러리 3
앨런 세이 지음, 엄혜숙 옮김 / 마루벌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들은 모두 고향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으로 내가 태어난 곳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머물며 갖은 추억을 쌓고 산 곳도 고향이라 부르며 그리워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저자의 할아버지는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이지만, 미국으로 떠난 여행길에서 정착하여 살게 된, 아마도 이민 1세대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 오래도록 친구로 지내던 여자를 아내로 맞아 미국에서 아이도 낳고 오래도록 살게 된 할아버지.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그립고 친구들이 그리워 다시 돌아온 일본. 반대로 할아버지의 딸은 자신이 태어난 미국이 그리워한다. 그녀에게 고향은 미국이니까. 그리고 저자인 '할아버지의 손자'가 태어났고 할아버지는 이제 나이가 드셨다. 나이가 들수록 또 다시 오래도록 살았던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풍경이 그리우신 할아버지. 하지만 그때 아쉽게도 전쟁이 터져 미국으로 갈 길은 소원해진다. 전쟁은 끝났지만 할아버지는 다시 미국을 가보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만다. 

그 손자인 '나'는 할아버지가 그리워하던 미국으로 가서 살게 된다. 저자도 다시 할아버지가 갔던 그 길들을 가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던 할아버지의 심정을 다시 느낀다. 미국에 있으면 고향 일본을 그리워 하고,,,일본에 있으면 고향 미국을 그리워 하는... 

고향이란건 물리적인 어떤 장소라기 보다는, 자신의 기억과 추억, 지인들과의 관계와 내 마음 속에 남겨진 인상들로 규정지어지는 것 같다. 어디에 있던지 최선을 다해 살았다면, 그곳을 떠난 후에 그 곳이 고향이 되는 것처럼...그 곳은 평생을, 혹은 어떤 시간들을 그리움과 동경으로 채워준다. 그래서 좀 더 풍성한 감성으로 인생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필요에 의해, 편의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에서 따뜻한 추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고향이 한 군데쯤은 있어야 사람답게 살 맛이 나는거 아닐까...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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