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간 코끼리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5
하재경 지음 / 보림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고 들었던 첫 생각은 '코끼리가 숲에서 사나?'였다. 뜬금없지만 코끼리라는 동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저 너른 아프리카 초원에서 기린 같은 동물들과 유유자적하는 부류의 코끼리들을 많이 봐와서 그랬던 것 같다. 

바로 이어 들었던 생각은,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코끼리에 대한 인상들이었다. 서*랜드나 에*랜드같은 곳의 동물원에 가면 난 동물들이 신기하고 재미있기 보다는 모두 다 안쓰러운 존재들로 보일 뿐이다. 게다가 국내산들도 아니고 저 멀리 아프리카 어디, 아메리카 어디가 주 서식지인 대부분의 동물들은 결국 고향을 떠나 일종의 취업 이민을 온 동물들이 아닌가...좁은 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에 본능적인 삶에 대한 열정마저 잃어버린 듯한 녀석들을 보면 내심 불편하곤 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큰 다음부터는 동물원에 자주 가지 않는다. 

어느 날, 엄마와 떨어져 서커스단에 팔려 온 아기 코끼리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동물원보다 한층 더 나쁜 환경인 서커스 단에서, 무엇을 위해, 왜, 라는 질문에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고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재주를 부리는 코끼리로 사육되어 진다. 힘든 훈련과 공연들을 치루며 코끼리는 하루하루 늙어가고 결국 더 이상 서커스단에서 공연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리고 노년을 자신의 고향에서 푹 쉬며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만은...팍팍한 현실은 이 코끼리를 다시 동물원으로 보낸다. 그저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생을 마감하게 되고 만 코끼리. 

동물원으로 보내지기 전 날 밤, 코끼리는 자신을 자유로운 숲으로 인도해 주는 요정을 만나게 되고, 너른 들판, 맛있는 과일나무, 냄새 좋은 흙 땅들을 누리며 숲으로 가게 된다. 쏟아지는 비를 맞고 배고프면 향기로운 과일을 따 먹고, 누구 하나 강제로 공연을 시키지도 매를 들지도 않는 곳에서 코끼리는 그렇게 자유를 누린다. 요정은 그 동안의 노고를 보상해 주듯, 코끼리의 온 몸을 구석구석 잘 닦아 준다. 그렇게 코끼리는 숲으로 갔다... 

마지막 흙으로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고향으로, 자유로 돌아간 코끼리. 탈출을 꿈꾸지만 쳇바퀴 도는 일상을 벗어날 힘도, 용기도 없는 우리처럼, 코끼리도 그렇게 강제로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아갔다. 웃지 않는 그림 속 코끼리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아리다. 태어날 때는 숲에서, 자유 속에서 태어났지만 누군가에 의해 서커스단으로, 동물원으로 보내져 그 곳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녀석처럼...우리 인간도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서이다. 늘 고향과 자유를 꿈꾸지만,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 자연과 하나될 그 때에서야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 어쩌면 동물이고 인간이고 겪어야 하는 삶의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코끼리는 자유를 찾을 때도 요정에 의해 이끌려 갔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인간에게는 자유와 고향을 찾아갈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크고 단단해 보이기만 하는 울타리일지라도 얽매고 옭죄는 억압을 뚫고 나갈 용기와 힘. 그것이 있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