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한번쯤 겪어 보았을 용돈에 관한 생활 동화로 고대영 작가가 글을 쓰고 김영진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길벗 어린이에서 출판되었다. 만화 캐릭터 같은 지원이와 병관이는 시리즈로도 유명한데 이 시리즈 그림들의 특징은 우리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로 아이들이 글을 읽으며 보기에 아주 생생하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동화의 내용 자체가 우리 일상 생활 그대로를 옮겨 놓은 듯 해서 저학년 아이들도, 그리고 부모들도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듯 하다. 엄마와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간 병관이. 가지고 싶은 블럭을 사고 싶지만, 엄마는 부탁을 들어주시지 않는다. 내년 생일 선물로 미리 사 달라고 조금은 무리한 떼도 써 보지만 엄마는 꿈쩍도 안하신다. 그럴때 보통의 아이들이 생각하듯이 ’용돈을 달라’는 요구를 하는 병관이. 아마도 용돈을 일정하게 받으면 그것을 모아 사고 싶은 것을 사고자 하는 계획을 가졌으리라. 삼학년때부터 용돈을 받기 시작했다는 누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병관이는 목표를 이루고자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갑자기 엄마의 집안 일을 돕기 시작한 것.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탁탁 털어 제대로 잘 너는 것부터 설겆이까지. 엄마는 알면서도 모른척 하지만 결국 모든 항목을 조목조목 적어 삼천원의 용돈을 요구하는 병관이에게 이때까지 엄마가 해 준 밥값이며, 재워준 값 등을 먼저 내라고 한다. 실망하는 병관이. 꿈에서조차 엄마가 해 준 모든 혜택에 대해 돈을 쳐서 내라고 하는 꿈을 꾸다 아침에 일어난다. 엄마는 시무룩한 병관이에게 결국 용돈을 준다. 앞으로 잘 모으고 엄마 심부름도 잘 하라고.... 어쩌면 그렇게 우리집 풍경과 똑같을까? 보면서도 신기함에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왔다. 누나가 있는 남동생. 용돈을 모으고 싶어 집안 일 이것저것을 하는 것. 결국 실망하여 그대로 잠이 들어 아침까지 시무룩해 있는 것.... J에게 읽어주면서도 J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재미있었다. J도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던지 몰입해서 듣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병관이의 엄마처럼 결단력있고 생각있게 아이의 요구를 모른척 하고 지혜롭게 거절할 줄 모르고 그저 아이의 그런 행동에 아무 생각없이 용돈을 주고 있다는 점? 아이에게...어떤 행위를 함으로 얻는 합리적인 보상 이전에 가족 사이에는 자신의 것을 희생하면서도 돕고 애쓰는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먼저 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꼭 돈을 받기 위해서 청소를 한다던지, (그렇다면 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일 때는 하지 않는 어린이가 되겠지) 어떤 목적을 위해 엄마 일을 도와 준다던지... 자기의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어떤 봉사를 하는 어린이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일을 했을 때 자연적으로 어떤 보상이 따라오는 것을 경험토록 해주는 그런 지혜로운 부모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고 나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 보는 것도 좋을 듯. -내가 병관이라면 어떻게 할까 - 가지고 싶은 블록이 있을 때 -내가 엄마라면 어떻게 할까 - 아이가 용돈을 요구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