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학교 이야기 - 가장 이상적인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정광필 지음 / 갤리온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냈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안학교에 대한 지식도 없으면서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차에
이우학교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계기가 있었다.
아는 분의 지인의 딸이 이우중학교를 나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아
자기만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이우학교 뿐만 아니라 대안학교들의 좀 더 깊숙한 교육철학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했고 미리 이야기 하지만
참으로 가슴벅찬 떨림과 감동, 아니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큰 아이가 4학년에 올라가는 지금 떠나지 않는 고민은
아이가 과연 ’즐겁게’ ’스스로’ 공부하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주입식 교육과 대입 목표가 전부였던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 역시
그 구체적인 방법과 대안이 무엇일까 사실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많은 학습서, 육아서적들을 읽어보았지만
가정에서 부모만 어떤 이상적인 목표를 갖는다고 그것이 해결되어질 것 같지 않은 
쉽지 않은 현실만 직시할 뿐이었다.

아이가 커가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
그곳이 정말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 그 길을 찾게 하고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곳인가 생각해 보았을때
솔직히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시험을 봐야 하고 성적을 매겨야 하고 자연스럽게 줄을 서게 되고
중학교부터, 아니 이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목표로 학원을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뭔지 모를 답답함이 많았지만
나 역시 그런 교육 제도에 길들여져 커온 세대로 잘못된 것만 알지 과연 어떻게 무엇을 고쳐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었다.

물론 이우학교나 기타 다른 대안학교가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우학교의 설립자인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도 우리 학교가 현재 교육의 완벽한 대안입니다라는 것이 아니다.
이상적인 교육 목표를 위한 대안학교로서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현재의 장단점들을
담담하고 객관적인 어조로 풀어내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 방향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부심은 있지만 언제든 더 나은 교육에의 발전을 위해
이우학교의 현실을 진단하는 책이라고 할까.

이 책에 실려있는 이우학교는 처음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함께 배우는 학교, 자기주도적 학습, 선생님과 아이들의 소통. 성적순으로 차별하지 않는 제도.
수많은 다양한 체험활동과 자치 동아리. 사교육 없이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게끔 하는 것.
교육과정과 교육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진보,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학교 참여, 졸업생들의 자발적 봉사 등등
이렇게 나열하면 정말 이상적이고 바람직하고 말그대로 대안학교처럼 느껴지지만
이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 주체 역시 ’사람’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어려움들과 시행착오들, 그것들을 어떻게 수정하고 보완해 왔는지
참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자기비판들이 담겨있다.

그런 선생님과 학부모, 설립자의 고민과 끊임없는 도전의식들이 목표하고 꿈꾸는 바는 정말 무엇일까.
아이들 스스로 ’나란 사람은 누구인가?’ 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고 무엇을 배워야 하나?’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 ’함께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을 하며 스스로 답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아이들은
자기주도적일 수 밖에 없게 된다.

방학숙제로 학기중 자기탐구과제와 연결된 프로젝트를 하고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겪는다.
우등반, 열등반으로 나눠 학습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아닌
잘하는 친구가 못하는 친구와 함께 그룹이 되어 서로 도와가며 학습을 하게 되고
중학교 2학년 선배가 1학년 선배를 방과후 가르치는 학교.
문제집과 선행학습으로 점철된 공부가 아니라
선생님들의 교과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교과를 토대로 수많은 질문과 발표와 답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수업시간.
해외봉사활동과 농촌 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아이들.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좌충우돌 부딪히고 좌절도 해보고 하지만
결국 친구들, 선배들, 선생님들, 학부모들과의 끊임없는 관심과 소통속에
자기주독적으로 그 모든 어려움들을 헤쳐나간다.
사춘기와 인생에의 물음에 직면해 가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학원과 시험에 바치는 현실에 비하면
좀 더 인생에 대해 자신에 대해 여유롭게 또는 치열하게 고민해 나가는 모습이
참 가슴벅차고 바람직하다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쯤되면 우리나라에서 살아나가려면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대학입시 문제에 대해 궁금해 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아이가 이곳에 다니면 너무 좋겠다 하는 마음 이면엔
어쩔 수 없이 대학은? 이라는 마지막 물음이 존재했으니까.
저자는 이우 중학교 고등학교의 6년 과정을 거친 아이들의 대학진학 현황을 밝히지 않는다.
그것이 학교의 철학이고 앞으로 법이 바뀔때까지 그 원칙은 변함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가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고 1,2학년까지는 여타 다른 학교처럼 1,2등급서부터 8,9등급까지 고루 분포해있던 양상이
고2, 고3이 되면서 급격히 8,9등급이 사라지며 아이들의 학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아이들의 저력은 기타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인데
꾸준히 자기주도적 생활을 했던 이우학교에서는 이런 양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우학교도 대입이라는 현실 앞에선 고민이 많다.
그래서 고 3이 되면 대입준비반이라는 것도 생기고 대입을 원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수 밖에 없고
학원을 다니고 일찍부터 공부만 했던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량은 적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아이들이 되어있는 학생들을 볼 때는
이우학교의 교육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 뜬 구름잡는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위의 내용뿐 아니라 학부모 자치 동아리들의 활동과
아이들 스스로 꾸려가는 학생회, 축제, 졸업작품 등등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선생님과 아이들의 끊임없는 소통과 노력, 치열한 고민과 
살아남으려는 주도적인 몸부림들이었다.
대입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내 삶과 타인을 위한 학습을 배워가는 아이들이 부러웠고
여러 남아 있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학교들은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를 이우학교에 보내려면 아직 수많은 고민들과 현실에 대한 갈등들이 있겠지만
충분히 고려해 볼수 있을 것 같다.
성적 좋은 사람, 좋은 대학 간 사람만이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그 다음엔 정말 내 아이가 원하는 길, 좋아하는 길, 아이를 살리고 우리가 사는 길을
아이와 함께 선생님과 함께 부모와 함께 고민할 수 있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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