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력 - 교과서 어휘의 90%, 한자를 잡아라!
이은경, 남궁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외국에서의 4년의 생활을 마감하고 2학년 말에 한국 학교로 큰 아이가 편입했을 때,
우리 아이는 한국말을 마치 4년 전, 처음 영어를 배우듯 그렇게 대했던 것 같다.
일상적인 대화는 거침없이 잘 했지만, 학교에서 교과서를 가지고 배우는 학습 용어들은
그야말로 우리 아이에게는 처음 접하는 외국어 마냥 알아듣기도 어렵고 뜻도 유추해 내기조차 버거웠던 일이었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그때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조금 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말 중 교과서 어휘의 90% 이상이 한자라는 것.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많은 어휘들도 70% 이상이 한자어라는 것.
요새 아이들처럼 어렸을 때 부터 한자어 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에 비하면
우리 아이는 정말이지 턱없이 이해도도 낮았고 어디서 부터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웠 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다행히도 아이는 그간 각고의 노력끝에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 없이 잘 적응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구멍이 나 있는 어휘력을 발견할 때마다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긴 하다.
많은 학습 용어가 한자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한자 사전을 사주고 어휘를 찾게 하고 익히게 하는 나름의 공부 방법을 권해주면서도
이게 정말 맞는 방법일까...
남들은 학습지다, 학원이다, 다니며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데
과연 아이가 사전 찾는 것, 어휘 공부 하는 것만으로 그 부족한 부분들이 만회가 될까...
그런 의구심도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내 의심과, 불안함을 해소해 주고 
그 동안 꾸준히 진행해 왔던 어휘와 단어의 뜻을 찾는 공부 방법에 힘을 실어 준 것이
바로 이 책인 듯 싶다.

초반부에는 한자어의 특징과 특성, 우리나라 말에서 한자어가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 등
조금 원론적인 부분들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고
중반부 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각 학교 교과와 한자의 관계, 그리고 각 과목에 맞는
한자어 학습법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실제 책 속에 나오는 한자 단어들을 보면 나 역시 대충 뜻을 유추할 따름이지
정확한 뜻을 알고 사용했던 것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어떻게 초중고 공부를 지나왔을까...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무척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한자를 배웠던 방식 - 예를 들자면 몇 바닥씩 똑같은 글자를 쓰며 뜻과 음을 외웠던-이
정말 구석기 시대 방식이므로 그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단호한 말이었다.
사실 아이들에게 하루에 몇 글자씩이라도 외우게 하고 싶어하면서도
이런 암기 위주, 주입식 한자 교육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많이 들었었다.
그럼에도 주위 엄마들이 한자 몇 급을 따게 하고
한자 학습지를 시키면서 아이들 한자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그런 회의나 의구심을 찬찬히 검증하고 돌아볼 여유 없이
나 역시 한자 급수를 따게 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던 터라
이 책에서 아주 명쾌하게 꼬집어 단언해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또한 예전에 우리 시대에 막연한 한자 교육의 기본이라고 여겨졌던 천자문 역시
그 뜻이 지금과 많이 다르게 쓰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대로 외우게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현재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그러니까 철저히 사용할 수 있게끔 익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우리나라 말에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의미가 함축되어 있고 요약되어 있는 형태의 단어가 많기에
아이들 학습에 있어서 그 한자어로 된 단어들, 어휘들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느냐에 따라
학습 이해도나 성취도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
그렇기에 실용적으로 문장 속에서, 어휘 속에서 쓰이는 한자의 개념을 익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한자가 정확히 쓰여진 사전으로 공부하게 했던
지금까지의 내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에 참 기뻤고..
아이가 사전 찾는 것 말고는 딱히 국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고도 국어 점수가 좋은 이유도 알게 되었다.

간혹 초등 저학년때 1급을 따내는 신동 같은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무척 드문 경우이고
대부분의 경우 한자도 역시 급하게 급수 따는것에 목표를 둔다면 
결국 투자한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그 결과는 허무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한자 역시 공부의 한 수단이고 방법이기에
철저히 우리 아이에게 맞는 스타일과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신선했다.
주변에서 평범하게 보이는 한자 공부는 그냥 예전 우리 식대로 공부해서 급수 따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우리 아이 특성에 맞게 접근하고,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재미있는 놀이로 접근하라는 것.
고리타분한 한자라 익히는 방법도 고리타분해야 어울릴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선입견과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 주었다.

마지막 5장에 <놀면서 한자와 친해지는 법>의 다양한 놀이 방법을 보면서
그동안 잘못 생각했던 내 생각이 트이는 것 같아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재미없고 어렵고 딱딱한 한자공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몇 가지의 예들을 보고 나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지워졌던 부담이 한층 걷히는 느낌이 든다.

한자 급수 따기에 조급해 하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똑같은 글자를 반복해 암기하게 하고 있다면,
혹은 아이가 한자 급수는 잘 따지만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면,
이 책이 한자 교육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집에서 아이의 학업을 봐주는데 있어서 방향을 잡는 데도 참고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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