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여자 아이치고는 과학동화나 수학 동화, 추리 같은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책 <과학탐정 브라운>은 정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아이이긴 하지만 낯선 책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주려고 함께 읽는 척(ㅋㅋ) 옆에 누워 함께 책을 읽어내려갔는데 어느새 나를 제치고 책에 완전 푹 빠져 버리더니 자라고 자라고 노래를 해도 자는척 하다가 다시 불을 켜고 결국 다 읽어버렸다. "재밌니?" 물었더니 다른 말 없이 "엄마도 한번 읽어봐~"하며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몇 개를 집어준다. 마지못해 읽어내려가면서 어느덧 나도 주인공인 브라운을 따라 사건을 상상하고 단서를 찾으려 머리를 굴리게 된다. 어렸을 때, 초등 고학년쯤부터 중학교까지 셜록홈즈와 그 외의 추리소설에 꽂혀 아가사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시리즈를 하나씩 사 모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게 나고 그때 무서워 하면서도 이불 뒤집어 쓰고 끝까지 읽어내려갔던 기억도... 이 책은 인사이클로디피아라는 별명을 가진(즉,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브라운이 경찰서장인 아빠가 맡은 구역의 사건들을 자신이 가진 지식과 추리력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인데 초등학생들이 보기에 알맞게 사건들도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고 단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괜히 어렵고 꼬이게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스토리 위주로 되어 있어서 아이도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추리하며 읽을 수 있다고 할까. 가장 큰 장점은 각 에피소드별로 브라운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쓰인 과학적 원리나 관찰 등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각 학년별 과학 교과와 연계도 되고.. 과학이란 것이 물질의 현상과 관찰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책으로만 얻어질 수 없는 지식이 분명하고 그래서 이렇게 실생활에서의 소소한 관찰로 큰 단서들을 얻고 그것을 통해 어떤 사실들을 엮어 추리해 내는 과정이 과학적 사고를 키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 읽었던 무수한 추리소설들을 통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었나 가만히 되돌아 보면 사실 어떤 과학적 지식을 얻었다기 보다는 생각하는 힘, 관찰하는 힘 그 자체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 과학을 배우는 이유일지도.. 벌써 다음 편을 사달라고 조르길래 알아보았더니 2편도 나온지 얼마 안되는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지금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중인데 아이가 즐겁게 읽을 생각을 하니 내 마음도 무척 좋다. 이제 1학년인 둘째 아들 녀석이 이 나이때쯤 되면 또 즐겨 읽으려나 하는 괜한 기대도 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