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책은 손에서 놓지 않을 만큼 책을 좋아하기에 우리 아이들도 나처럼 책을 좋아하고 책에서 세상을 배우고 책과 친구했으면 하는 바램이 너무나 컸다. 그런데 초등학생이 된 두 아이들은 내 바램만큼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론 평균보다는 더 많이 읽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지만 엄마인 내가 바라는 만큼, 또는 내 어린 시절을 비추어 보았을 때만큼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때는 정말 읽을 책이 별로 없었고 다양하지 않았지만 요즘 서점엔 아이들의 책이 넘쳐나고 또 넘쳐난다. 난 가끔 그 속에 서 있으면 너무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이렇게 책이 넘쳐나는데 아이들은 너무나 좋겠다 싶은 마음도 들고. 여전히 난 아이들 책을 손에 들고 즐거워 하기도 하지만 그런 나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그다지 흥분하지 않는다. 너무 당연한 일이라 그럴까? 어쨌거나 정한이의 엄마 아빠의 정한이와 함께 하는 책갈피 공부법을 보다보니 조금 그 이유를 알기도 하겠다. 워낙에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는 기본적인 성향도 있겠지만 아주 외떨어진 시골에 살면서도 1시간 거리의 대도시 서점을 드나들던 엄마의 열성.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아버지라는 본성을 기꺼이 벗어던지고 아이들과 스스럼 없는 대화를 하려 노력하는 아빠의 배려. 책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책 자체에 대해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그 열정이 정한이를 그렇게 더 책에 몰입하게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책을 놀이 삼아 장난감 삼아 접하게 해 주고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 하고... 아이와 함께 하는 독서, 그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아이와 함께 책 읽는것이 제 일순위로 놓여지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바쁜 일상사에 밀려 분명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은 줄어들고 말 것이다. 정한이 엄마 아빠가 훌륭한 이유는 어떤 순간에도 그 우선 순위를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렵다는건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다들 공감할거다. 물론 정한이의 동생 현욱이는 정한이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은 정한이의 특별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그렇게까지 호기심이 많고 책을 좋아하게 되는건 엄마 아빠의 최대한의 노력 그 이상이니까. 그럼에도 그런 아이의 호기심과 책사랑을 유별나다, 지나치다 제한하지 않고 최대한 지원해 주고 기다려 주었던 부모의 지원과 관심과 정한이의 천재성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에게 있지 않고 나에게 있음을 이 책을 보면서 또 한번 절감했다. 아이들의 의견과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책들을 들이밀 때가 많았고 엄마 욕심에 다독을 강요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질문과 호기심이 때론 귀찮아 대충 넘기려고 했던 때도 있었고 어떤 일에든 내 분을 못이겨 결국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로 몰아넣을 때가 많았다는것. 내가 좋아하는 책을 아이들도 즐기게 하려면 엄마로서의 자세가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또 한번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 준 책. 정한이가 가진 그 많은 지식과 귀한 호기심이 사회에서 크게 쓰임받고 훌륭하게 발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책에서도 잠깐 나오지만 때론 보통 아이들과 다름으로 인해 어려움도 겪겠지만 정한이가 가진 지식은 학원이나 다른 사교육에 의해 쌓여진게 아니라 본인의 즐거움과 호기심과 열정으로 쌓여진 것이기에 어떤 지식인의 그것보다 큰 힘이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