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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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이기를 잘 했다

내가 오늘도 숨쉬는

사람이기를 잘했다

  내가 여기 오기를 잘했다

  내가 너를 다시

만나기를 참 잘했다

다 잘했다.



  80세가 되신 나태주 시인이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던 탄자니아 소녀를 만나러 21시간의 긴 여정을 시작하는 그 시점에서부터 이 시집은 시작한다. 내용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책을 펼친 후 나도 함께 그 여정을 떠난 듯 몰입할 수 있었다. 밤 늦은 인천 공항에서부터 낯선 탄자니아 마을까지. 

  그의 여정을 함께 하며 들었던 생각은, 참 한결같이 따뜻하고 한결같이 넉넉한 시선으로 자신이 처한 곳곳을 살펴본다는 것이다. 사소한 눈빛, 사소한 몸짓 하나도 자신의 언어로 다시 기록으로 남기는 노시인의 그 순수함과 열정과 꾸준함이 나 자신을 겸손하게 만든다.

  나태주 시인의 언어는 화려하지 않고 투박하고 소박하다. 그것은 그가 방문한 탄자니아와 닮았고 그곳 사람들과 닮았다. 그래서 더 그 여정과 그의 언어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시인의 호기심어린 질문이, 안타까운 마음이 곧 한 문장이 되고 시를 이룬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그래서 우리의 질문과 생각을 그대로 노래로 옮겨 놓는다.

  일정 내내 함께 한 동행분들을 관찰하고, 오래도록 후원한 한 소녀를 관찰하고, 흙먼지 날리는 탄자니아 마을의 검고 깊은 눈동자의 사람들을 살핀다. 그리고 그들 안에서 참 예쁜 마음과 눈빛을 길어내어 칭찬하고 격려하고 꼭 끌어안는다. 그의 시는 그런 느낌이다. 어렵지 않게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시집의 후반부는 <새벅잠 깨어>, <저녁기도>, <핑계> 등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일상의 상념과 관찰을 담은 시로 채워져 있다. 이 두툼한 시집은 어느 쪽을 들고 펼쳐도 삶을 돌아보고 그 앞에 겸손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종종 삶을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시인의 마음을 만날 수 있다. 마침 진지하게 읽다가 훗 하고 소리내어 웃게했던 시 한 편을 옮겨 본다.


<그런 숙제>


중학생 딸을 둔 어느 엄마의 말이다


자기 딸은 학교에 지각을 곧잘 하는데

딸아이 담임 선생님은

지각하는 학생들에게 벌칙으로

시 한 편씩을 외워오라고 숙제를 낸다고 한다

그런데 주로 나태주의 시를 외워오라고

숙제를 낸다고 한다


그런 숙제라면 더 많이 내주면 좋겠고

그 딸아이 더 여러 차례 지각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내가 아는 나태주 시인은 참 따뜻하면서도 위트가 넘치고 호기심 많은 아이같은 분이시다. 언젠가 공주에 있는 그의 '풀꽃 문학관'을 방문했을 때, 마침 마주쳤던 시인의 모습이 이 시와 닮았다. 그곳의 작은 방에 있던 정말 예스런 풍금을 직접 쳐 주시며 동요를 불러 주셨었는데 그 모습이 참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져 내내 미소 지었던 생각이 난다.

  모든 시인들은 한편으론 어린 아이와 같겠지만 나태주 시인은 정말 그러하다. 공주 시내를 자전거 타고 다니시는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의 따스한 시를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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