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시습이다 푸른빛 가득한 시리즈
강숙인 지음 / 여름산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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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씀으로써 스님은 가슴속에 감춰 두었던 미련을 말끔히털어 냈다. 또한 자신에게 그처럼 빼어난 재주를 주고서도 꿈을 펼칠 기회를 주지 않았던 하늘에 대한 원망도 떨쳐 버렸다. 사육신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못했지만 가끔 유혹에 흔들리고 번뇌로 통곡하며 울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길을 잃지 않고 선비가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걸어왔음을 확인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책을 써야 했던 이유는 충분했다. - P175

한 마리 원통한 새 궁중을 나와
외로운 몸 외짝 그림자 푸른 산을 헤매네.
밤마다 자려 해도 잠은 오지 않고
해마다 한을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네.
자유 소리도 끊긴 새벽 산엔 달빛만희고
봄 골짜기엔 피 토한 듯 떨어진 꽃만 붉구나.
하늘은 귀먹어서 슬픈 하소연 못 듣는데
어찌하여 수심 많은 내 귀만 홀로 듣나. - P87

<만복사저포기>를 쓸 때는 가난한 남원 총각 양생이 되어 이미죽은 남원 처녀와 사랑을 하였다. 결국 유명‘이 달라 처녀와 영원히 헤어진 뒤에도 양생이 끝까지 의리를 지켜 다시는 혼인하지 않고 산속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사는 마지막 문장을 쓰면서 나 또한내 꿈의 군주인 세종, 문종, 상왕에 대한 절의를 새삼 다졌다. - P130

〈취유부벽정기〉는 옛 조선과 고구려의 도읍지인 평양에 대한묘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장면을 쓰면서 관서 유람 때 둘러보았던 평양 곳곳이 선히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이야기의 주인공은젊고 잘생기고 글 잘하는 홍생이다. 그는 볼일이 있어 평양에 왔다가 달밤에 우연히 부벽정에 올라 아름다운 선녀를 만났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옛 나라의 흥망에 대한 시를 주고받았다. 홍생은선녀가 지은 빼어난 시를 읽으며 사모의 마음이 일었는데 선녀는 자신이 위반에게 나라를 빼앗긴 옛 조선 임금 기자의 딸이라고 했다.
나는 이 장면을 쓰면서 상황을 생각하였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긴 상황은 기자의 딸과 처지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기자의딸은 나라의 시조 단군의 은혜를 입어 선녀가 되었건만 가엾은 상왕의 외로운 혼은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을 것인가! - P132

〈용궁부연록〉은 송도에 사는 글 잘하는 선비 한생이 용궁에 초대되어 상량문을 써 주고 돌아온 이야기이다. 나는 어린 시절 세종 전하의 부름을 받았던 그날을 되새기며 이야기를 썼다.
그러니까 용왕의 부름은 세종 전하의 부르심이요, 용왕이 한생에게 상량문을 써 달라고 청한 일은 승지가 내 글재주를 시험하여전하께 바친 일을 빗댄 것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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