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발밑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한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지음 / 동녘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짱이 수컷은 조상 대대로 암컷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노래를 불러왔다. 암컷 배우자는 수컷이 노래를 불러야만 관심을 보일뿐, 다른 행동에는 일절 반응이 없다. 그래서 수컷은 눈만 뜨면 풀숲 그늘에서 어딘가에 있을 암컷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른다.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암컷의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수컷은총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죽는다. 유전자 남기기에 실패하는 것이다. 그러니 절박한 베짱이 수컷은 암컷이 자신을 찾아올 때까지노래를 부를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그런 베짱이를 보고 사람들은 베짱이가 태평하게 노래나 부르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며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그럼 개미는 어떠한가. 밖에 나와 일하는 개미는 일개미다. 개미 - P243

베짱이나 일개미나 삶의 패턴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종착역은 같다. 베짱이는 자신의 소중한 유전자를 남겨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개미는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한 가문을 번창시키기 위해 동생들을 돌보며 뼈 빠지게 일한다. 어떤 곤충이든 모두 살아남기 위해, 대를 잇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미련할 정도로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해낸다.
곤충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무엇보다 곤충은 욕심이 없다. 진정한 무소유자이다. 자신이 먹을 양만먹고 남의 음식을 절대 탐내지 않는다. 밥이 없어 굶어 죽으면 죽었지 남의 음식을 훔치지도 않는다. 법 없이 사는 동물이라서 그런지, 곤충계에는 경찰이 없다. 먹고 남은 음식을 저장하지도 포장해가지도 않지만, 남는 음식을 나눠주는 자선사업가도 아니다. 피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쿨한 동물이다. - P244

먹어왔기 때문이다. 식물을 먹는 곤충, 다른 곤충을 포식하는 곤충, 버섯만 먹는 곤충, 썩은 나무만 먹는 곤충, 사체만 골라먹는 곤충, 똥 만찬을 즐기는 곤충 등 종마다 먹잇감이 정해져 있어서 절대로 남의 식탁을 넘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어른 호랑나비는 꿀만먹고, 솔나방 애벌레인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장수하늘소 애벌레는 썩은 나무 조직만 먹고, 흑진주거저리는 버섯만 먹는다. 뇌 용량이 작기 때문인지 요령을 부릴 줄 모르고, 사기를 칠 줄도 모르고 그저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산다. 그런 의미에서 곤충은 젠틀맨이다. - P245

하루살이와의 공존은 힘든 걸까? 생명은 다 존재 의미가 있다.
그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인간의 기준일 뿐이다. 하루살이는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으니 뇌 용량이 큰 사람들이 통 크게 양보하면 될 일이다. 그들의 터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건물을 지으면 되고, 하천을 오염시키지 않으면 된다. 하루살이가 이 땅에서사라져 먼 훗날 전설 속의 곤충이 되기 전에 생각을 바꾸고 손을써야 한다.
** - P2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