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 시점의 하체에서 정면 시점의 상체로 급격히 옮겨진 뒤틀림은 크게 기운 어깨를 지나서 반대편으로 꺾여서 쳐들린 머리에서 마감되는군요. 운명에 대해서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이삭의 자세는 라틴식의 ‘인간적인‘ 도상 유형이랍니다. 라틴식과 구분되는 비잔티움 도상에서는 이삭이 얌전하게 제단 위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 자세를 취하지요. - P29

한편 기베르티는 덧셈식 병렬 구성을 취한 브루넬레스키와 달리 화면 구성의 통일성을 우선 목표로 삼았어요. 그 때문에 조형성과 인물의 윤곽선이 희생되고 또 등장인물과 풍경이 뒤섞이는 바람에 부조의 줄거리를 쉽게 읽어 내기 어렵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요. 브루넬레스키가 조각의 장르에서 빼어난 솜씨를 발휘했다면,
기베르티는 조각에 회화적 특징을 부여하면서 배경과 모든 장면 사이의 일체감을 만들어 냈어요. 브루넬레스키의 부조가 우리에게 성서의 교훈 서사를 설명한다면, 기베르티의 부조는 우리에게 앞으로올 미술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바로 ‘공간과인물의 자연스러운 관계는 어떤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지요. - P32

브라만테의 템피에토는 머리를 동쪽에 두고 다리를 서쪽으로 길게 뻗은 중세 교회의 전통적인 건축 형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어요. 중앙 집중식 교회 건축은 사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우주론적 기하학을 끌어온 것이지요. 즉, 고대 철학이 교회를 원형 사원으로 바꾸어 놓은 셈이네요. - P73

건축가 브라만테는 템피에토와 더불어 새로운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건축가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브라만테가 제출한 산피에트로대성당의 설계안을 볼까요? 역시나 고대의 형식을 차용한 원형 건축이군요. 그리스도교의 중심인 로마에 지어질 가톨릭의 상징 교회를 중앙 집중식 원형 건축으로 올릴 생각을 하다니, 브라만테의 컴퍼스는 참 넉살도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브라만테의 대담한 설계안을 당선작으로 고른 인문주의 교황 율리오 2세의 시대적 안목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군요. - P76

대리석 조각은 일반적으로 덜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지요. 각진대리석 덩어리 가운데 불필요한 부분을 순차적으로 떼어 내면서태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방식인데, 조각가들은 대개 대리석을 앞뒤 좌우로 돌려가면서 입체적으로 깎아 나가지요. 그래야 안전하니까요. 그런데 미켈란젤로는 물속에 잠겨 있던 인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서대로 대리석을 앞면에서 시작해서 얇게 덜어 나갔다니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 P98

결하면, "순결이 사랑을 배워 아름다움에 이른다."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순결이 아름다움의 전제라면, 사랑은 순결의 경과이고, 아름다움은 사랑의 필연이라는 뜻으로 새겨도 좋겠네요. 이건 또 사랑의여신 비너스가 내세우는 사랑의 원리이기도 해요. 그래서 흔히 미술작품에서 비너스가 삼미신과 함께 등장하곤 하지요. - P116

했다면 르네상스는 인간의 재능과 노력의 가치에 눈을 돌렸답니다.
르네상스 철학자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인간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신과 같은 존재로 비상할 수도, 또는 동물과 같은 존재로 타락할 수도 있다."라는 말을 했어요. 이 발언은 인간의 자율적선택이 스스로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근대적인간상의 본보기를 제시하지요. <인간의 존엄에 관하여>에 실린 이구절은 지혜가 창조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새로운 인식의 선언문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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