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동안 존재자로서 이기적으로 살다가 타인을 향한 선행을 하거나 또는 집단에 참여하고 기여하며존재자를 탈출하는 변화인 ‘초월‘을 겪는다. 초월은 자아와 자신의관계를 끊는 일이며, 벗어남이자 탈출이다. 이런 초월은 선행과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다. - P38

레비나스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금고 같은 세계’다.
다른 동물을 죽여서 먹거나, 돈을 벌어 물건을 사거나, 이 세계는무엇이든 자신에게 속하게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나의 존재에 모두 속하게 하려는 것을 ‘존재론‘이라고 한다. 존재론에 반박한레비나스는 나의 세계를 떠나 낯선 자에게로 가는 이 초월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 P43

인간은 자신이 지금 어떤 것인가에 대한 책임이 있다. 실존주의의 첫걸음은 자신이 지금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주인이 되도록하는 것, 그리하여 모든 인간이 자신의 실존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 - P49

굿즈는 사랑받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상징이 되기 위해세상에 왔다. 누군가가 구입하여 사랑을 주면 굿즈는 자신의 존재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내 자신의 굿즈다. 나는 내 스스로가 정의한 목적을 달성해서 나 자신에게 사랑받아야 할 존재다. 실존주의에서 인간은 스스로 존재의 목적을 찾아내서 달성해야 할 자유에 처해 있다. - P53

이것은 화폐라는 양적 가치 기준에 따른 평가이다. 지금은 화폐나 상품이 양적 가치 이외에도 질적 가치나 주관적 만족감 같은 효용가치 등 평가 기준이 다양화된 시대다. 질적 가치나 주관적 만족감을 취향이라고도 한다. - P71

인터넷, 광네트워크의 출현, SNS와 유튜브 같은 개인 미디어의등장은 덕후 문화처럼 하위문화로 분류되던 문화가 주류문화로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감상을 기반으로 창조하는 덕후 문화가 앞으로의 문화혁명을 이끌 수 있다고 보는 점은 ‘감정의 구조‘
를 공유하는 것이 덕질의 핵심 활동이기 때문이다. - P81

무의식의 서술이 예술이 되다
‘오토마티즘‘은 무의식의 세계를의식하지 않고 의도 없이 대할 때 거기서 솟구쳐 오르는 이미지의분류를 그대로 기록하는 방법이다. 덕후는 감동을 기술하거나 2차창작을 할 때 이런 무의식적 흐름의 기술인 오토마티즘을 즐겨 사용한다. 2차 감상자도 마치 감상자가 직접 감상하는 것처럼 실감나는 감상의 타임라인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에서는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것보다 상상과 현실이 연결되는 듯한 감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P89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기법으로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이 있다. 일명 ‘낯설게 하기‘ 기법이다. 과학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나는 물질, 존재하지 않아야 할 곳에 존재하는 생명 같은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 데페이즈망이다. - P91

초현실주의 예술은 무의식을 예술화했고, 사람들은 그 예술을보고 펼쳐진 자신의 상상력을 감상했다. 상상해본 일은 일어날 수있다. 일단 한번 ‘상상’했다면 머릿속에 틀(mold)이 새겨진 것이기때문에 언젠가 ‘액션‘을 붓기만 하면 된다. 상상은 가능성을 넓혀주는 계획이자 가설이다. 초현실주의 예술은 감상자에게 감춰진이야기를 상상하고 설레며 써 나가게 한다. - P94

덕통사고
푼크툼은 사진이 의도한 스투디움을 깨뜨리고 특별히 내게만 상처만큼 강렬한 영감과 평상심의 전복을 가져오는 것이다. 푼크툼이 일어난 지점을 분석해 보면 본인이 알지 못했던 내면을 알 수 있다. 특정 장면에서 강렬한 아픔을 느꼈을 때, 모두가 웃고 있는 단체 사진에서 유일하게 웃지 않는 아이의 표정 같은 우리 안의 숨은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 P101

일코 덕질도 통용이 되나요?
이렇게 언어의 용례에 따라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1951)은 ‘언어게임 (langugae-game)‘이라고 불렀다. 언어게임이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동작의 의미가 정해지는 게임(경기)처럼 언어도 상황에 따라 언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일종의 놀이라는 이론이다. - P106

우리는 크리틱(critic)의 시대에 살고 있다. TV를 볼 때도, 사람을볼 때도 재빠르게 평가하고 판단하여 결론을 내린다. 누군가 상대방을 보며 "저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야"라고 평가했을 때, 그는직장에서 성실하지만 집에서는 소파에 누워 꼼짝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요즘의 세상은 상대방의 전부를 알 수 없는데도 사람과 사건을 어떤 판단의 결과 폴더에 분류한다. 때문에 우리에겐 리좀적사고가 필요하다. 리좀적 사고는 고정 폴더를 갖지 않는 것이다. 사람도, 접속한 역할에 따라 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리좀적 가치관이 확산되면 덕후에 대한 인식도 점차 달라질 수 있으리라는기대를 가져 본다. - P113

때 개인적 의식 작용을 ‘노에시스(noesis)‘, 의식이 재구성한 내용을 ‘노에마(noema)‘라고 했다. 노에시스는 마치 카메라 앱의 필터와 같다.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필터를 씌워 대상을 현상한다. - P120

현상학적으로 ‘나’는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갖게 되는 내 의견들의 총합이다. 지향성, 세계관, 취향 같은 것들이 나를 구성한다. 내가 바라보는 방식이 나를 만든다. 과연 우리는 대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질문을 기억하자. 귀엽게 바라보면 귀여운 내 세상을갖게 된다. 어떤 세상을 가질지는 전적으로 내 결정에 달려 있다. - P125

3개의 세계와 현타
이렇게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진입하며 실재계에 버려진 소망을라캉은 ‘오브제 프띠 아(objet petti a)‘라고 했다. 줄여서 ‘오브제 아’라고 불리는 이것은 상징계에 편입되지 못한 욕구의 잔재다. 실재계의 오브제 아는 무의식 속에 결핍과 욕망으로 죽은 듯 지내다가상징계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에 갑자기 나타난다. - P130

인간의 감정을 철학적 중요 논제로 다루었던 철학자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7)는 자신을 행복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코나투스(conatus)‘라고 이름 짓고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고 지속하려는 성향이라고 했다. - P137

네임드와 인정투쟁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목적격 나‘에서 독립한 ‘주격 나’를 정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사회가 반사한 내 모습 대신 내가 만든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이끌어 가려는 본능인 ‘주격 나‘의 욕구가 커지면 타인의관점을 수용하는 ‘목적격 나‘와의 긴장을 일으킨다. - P147

사춘기의 반항도 사회화 단계에서 자녀라는 사회적 역할의 ‘목적격 나’에 대한 ‘주격 나‘의 인정투쟁이다. ‘주격 나‘에 대한 인정 욕구가 생겨나면서 자녀, 학생이라는 수동적 사회 역할에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친구들과의 사회나 다른 작은 그룹들에서 주체적인 ‘주격 나‘를 만들고 경험하고 키워 가면서 ‘목적격 나‘와 화해하고 결합하여 자아를 만들어 가게 된다. - P151

나훈아 노래에 등장할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고통이 결핍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결핍을 쾌락으로 채우려는 욕망을버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말은 우리가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욕망은 곧 삶에 대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갖고 싶은 것이 없냐고 물었을 때, "아무것도 사고 싶은게 없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위험 신호다. 욕망이 끝나는 곳에서삶도 끝나기 때문이다. 고통을 품은 쾌락(주이상스)을 달성하려는불가능한 욕망(잉여 주이상스)을 무한 반복하는 것이 삶이다. 삶은,
욕망하지만 다 갖지 못하는 고통인 주이상스와 잉여 주이상스가 이끌어 간다. - P158

욕망 삼각형
라캉의 욕망 이론에 영향을 미친 철학자 알렉상드르 코제브는욕망이 만족되기 위해서는 타인에 의한 인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타인의 인정을 통해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정판의경쟁이 치열할수록 탈락자들이 부러워할수록 획득했을 때의 만족감이 커진다. 그런데 타인의 부러움을 즐기는 데에는 부작용이 있다. 내 욕망보다 타인의 욕망을 좇게 되는 부작용이다. 내가 진심으로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들이 더 많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 P160

기본적으로 ‘숨음(hidden)‘이란 욕망의 모방, 욕망의 과시를 차단한다. ‘숨어 하는‘이라는 표현은 ‘굳이 보여 주고 싶지는 않은‘ 정도로 해석해도 좋다. 비공개플레이리스트, 혼자 있을 때 먹고 싶은음식, 공개 서재에 올리고 싶지 않은 책과 글, 혼자 있을 때만 입는옷처럼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지만 내가 그냥 좋아하는 것들은본질적인 나의 욕망을 나타낸다. 과시나 유행을 따르기 위함이 아닌, 내가 진짜로 원하는 나의 욕망이다. 물론 어디선가 모방되었을수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행복해지는 것‘으로 확고하게판단된 일들이다.
숨어서 하는 일, 혼자서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하고 싶은 진짜당신의 욕망은 무엇인가? 그리고 진짜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무엇인가? - P166

환상의 역할
의 환상을 의식으로 끌어오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에서 환상의 역할을 말해 준다. 비록 상업적 환상이라 할지라도 무의식의 얼어붙은 고통을 녹여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한가치가 있다. 예술가는 관객의 욕망을 채워 주고, 기쁨을 만들어 내고, 아픔을 달래줄 정교한 환상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 P174

응시의 힘 과몰입
노먼 브라이슨(Norman Bryson, 1949~ )은 영혼이 대상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현상을 ‘응시를 통한탈중심화‘라고 했다. 이 말은 응시를 통해 주체의 중심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시선은 영혼을 이동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응시는 내 영혼의 중심을 대상에게 옮겨 가는 일이다. - P179

이미지(image)와 상상력(imagination)이라는 두 단어의 알파벳을 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미지의 주인이 상상력이라는 것 또한 쉽게 알 수 있다. 상상력(imagination)은 이미지(image)에 국가, 민족,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의 ‘nation‘이 붙어서‘image+nation‘ 즉, 이미지가 태어난 곳이라는 뜻을 갖는다. - P187

유희하는 인간 ‘호모루덴스‘라는 말을 창조한 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상상력이란 이미지를 만드는 능력이라고 했다. 상상력은 이미지를 만들어 놀 수 있는 능력이다. 덕질은 이미지를 만들며 노는놀이다.
사르트르는 이미지(image)를 이미징(imaging)이라는 뜻으로 썼다.
이미징이란 내가 주어라는 뜻이기 때문에 내가 상상할 수 있는위가 내 가능성과 희망의 범위다.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지식은 증명된 것에 한해 한정적이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포용한다.
혹시 덕후가 세상을 구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누구보다 열심히 상상력을 갈고 닦으며 놀았던 이력 덕분일 것이다. - P191

미국의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2050년에는물건의 소유보다 경험의 공유가 더 중요해지는 소셜 공유사회가온다고 했다. 소셜 공유사회의 특징은 수평적인 대중 협업, 보편적접속, 비배재성이라고 했다. 이런 소셜 공유사회의 특징은 짤과 밈의 빠른 확산이 이루어지는 덕후 사회의 특징을 빼다 박았다. 수평적인 대중 협업은 짤을 만들 때 저작권 없이 다 같이 참여하여 만드는 점과 연결해 볼 수 있고, 보편적 접속은 재미있는 경험을 빨리소문 내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여 밈을 즐기며 같이 노는 점과 비슷하다. - P231

블리스는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느낌,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희열감이다. 블리스를 따른다면,
인생은 미로를 헤매며 숱한 도전과 시련을 헤쳐 나가는 ‘영웅의 여정‘이 될 것이다." 캠벨의 말의 핵심은 결국 이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가슴이 뛰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내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 낼 수있다는 것.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것이 신화의 본질이다.
시련과 실패는 신화의 기본 옵션이다. 내게 온 시련을 버텨 내는 것은 나 자신의 신화를 쓰는 일이다. 그것이 내 이야기 ‘원형 (myarchtype)‘이자 ‘진짜 신화‘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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