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만날 준비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술철학의 제안들
손화철 지음, 나수은 그림 / 책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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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철학을 나누는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의심을 하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이때 의심은친구가 거짓말을 하는지 참말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아는 바의 확실성에 대한 의심이다. - P18

그러면 철학적 태도, 즉 의심하는 태도가 일반화된 오늘날, 철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답은 여전히 동일하다.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에 관해 물음을 던지는 것,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철학은 이제 과학과 문학, 사회학 등 개별 분과 학문에서 독립해 좁은 의미의 철학만을 철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좁은 의미의 철학에서 대표적인 물음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 "이란 무엇인가?", "좋음의 기준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이고 - P19

그래서 경이에서 비롯된 철학은 항상 당대에 가장 중요한 대상을 철학적 사유의 주제로 삼는다. - P20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불과 12초 동안 36m를 비행한 후, 66년 만인 1969년 인간이 처음으로 달을 밟았다. 뤼미에르 형제가 3분짜리영화 〈기차의 도착>을 처음 상영한 것이 1895년이었는데, 오늘날 2시간 30분짜리 영화가 무선 인터넷을 통해 내 컴퓨터나 휴대전화로들어온다. 생각할수록 놀라운 기술적 변화는 "기술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철학자들을 이끌었다. - P21

기술철학은 철학으로 신화를 극복한 후에 또다시 신화가 생겨나는 현상을 직시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철학적 시도를 보여 준다.
"기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수많은 다른 물음들로 이어져 기술철학의 여러 논의를 이룬다. 공학과 과학은 구별될 수 있는가? 기술과 예술의 차이는 무엇인가? 과거의 기술과 현대 기술은 어떻게 다른가? 그 차이는 유의미한가? 기술 발전은 계속될 것인가? 그 발전은바람직한가? 기술 발전의 목표는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기술은 인간적인가? 기술은 정치적인가? 기술은 자율적인가? - P22

과학기술은꼭 발전해야 하는가

철학은 당연한 것에 대한 의심, 혹은 경이의 태도에서 비롯되었고, 기술철학은 인간삶의 중요한 일부가 된 기술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앞에서 우리는 기술의 정의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철학적 사유의 대상을 정의하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가장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기술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유가 기술의 엄청난 발전과 영향력에 있다면, 기술철학의 물음은 기술의 유용성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철학이 제기하는 도전은 기술 발전이 꼭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도전이 아니다. 기술철학은 기술발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안일한 태도에 .
의문을 제기한다. 또 기술 발전이 필요한 이유와 그 과정에 참여하는이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조건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비과학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운명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운명이 되었는지, 혹은그런 생각이 왜 틀렸는지에 대한 근거다. - P40

그러나 철학하는 공학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된다. 다른 시각에서 공학 활동을 조망함으로써 공학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철학자가 공학을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학자가 철학적사고방식을 배우면 공학자에게 얹혀 있는 세상은 바뀌게 된다. 따라서 모든 철학자가 공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모든 공학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모든 왕이 철학자가 되어야 하듯이. - P49

기술은 모든 것을부품으로 만든다.
마르틴 하이데거 - P54

기술은 자율적이다
자크 엘륄
기술이 자율적이라는 주장은 기술철학자 랭던 위너가 말한 것처럼 기술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술사회에서 손상되어 버린 인간의 자율성에 관한 이야기다. - P57

현대 기술에 대한 고전적 기술철학자들의 우려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따라서 이들의 비관주의를 기술에 대한 거부나 감상적인 낭만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는 이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 속에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물음은 남아 있다. 어떻게 오늘날의 기술 사회를 개선할 것인가? - P59

철학자와 공학자가 만나야 한다 -칼 미첨- - P61

기술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앤드루 핀버그- - P63

구글의 미래학자이자 공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 은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추월하는 특이점이 곧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이점은 인간이 가진모든 감성과 지성 능력이 완벽하게 기술로 모사되는 것을 지나 인간보다 더 우월한 기술이 등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 순간이 오면 기술발전이 더는 인간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 P69

포스트휴머니즘은 기술의 발전을 계속될운명 같은 것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술철학 이론들과 일정한 차별성을갖는다. 기술에 대한 통제나 관리보다는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인간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포스트휴머니즘은 기술철학의 문제가 인간에 관한물음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 P75

이처럼 원자력 기술의 철학적인 함의는 단순히 그 기술을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시간, 인간의 책임, 나아가 인간의 인간 됨 같은 중요한 개념들의 변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철학에서는 원자력 기술을 현대의대표적인 기술로 본다. - P98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에는 득과 실이 둘 다 있어서 이런 위험의 감수는 불가피하다. 어느 정도의 위기를 기준으로 삼아서 포기할 것과 추진할 것을 결정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 P115

대안은 ‘성찰적 근대화‘다. 그는 과거 서양 철학의 전통 속에 근대화가 강조한 합리성이 결과적으로 위험 사회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성찰적 근대화는 차가운 합리성의 추구가 초래하는 부작용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사유의 방식이다. 특히 위험의 숫자적 계산에만 익숙한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과학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좀 더 많이 참여할 것을 강조한다. - P116

눈앞에 닥친 경쟁이나 성취 욕구보다 인간의 참된 행복,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가 기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묻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론은 어떻게 내려져도 좋다. 소크라테스의 지혜는 결론이 아닌 과정에서,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겸손한열정 그 자체로 드러난다. 아마 그러한 겸손한 열정이 벡이 말한 성찰적 근대화의 특징일 것이다. - P117

지식과 정보가 우리에게 이런저런 방식으로 제공된다고해서 그 지식과 정보 자체의 객관성과 타당성, 체계성 여부가 바뀌는것은 아니다. 의사소통과 정보 습득이 더 빠르고 광범위해져서 그에대해 반추하고 숙고할 여유가 줄었다는 엄밀한 현실과, 하이퍼링크와하이퍼리드가 정보의 정확한 전달을 일정 부분 방해하고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 P128

학자를 비롯해 기술 개발 주체들은 자기 기술이 목적에 맞게 잘 사용될 것이라 믿고 맹목적으로 옹호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기술이 존재하는 세상이 그렇지 않은 세상보다 더 낫다는 것을 분명히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확한 예측을 하라는 게 아니라 숙고를 요청하는 것이다. 좋은 세상에 대한 개발자의 생각과 여러 가지 의견들이 함께 경합하면서 서로를 향해 제기되는 반론을 딛고 정당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해당 기술의 개발이좋은 사회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 확신이 여러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면, 기술 발전에 대한 막연한두려움도 사라질 것이고 공학자들의 자부심과 보람도 커질 것이다. - P138

장애인을 배려한 설계나 환경 친화적 기술의 설계, 혹은 경제적 약자를 고려한 설계 등은 설계 철학이 반영된 좋은 사례들이다. 모든사람을 위한 디자인 universal design’이라는 설계 철학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설계 철학에 따르면 좋은 기술은 세상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를 골고루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 P144

과학기술이 발전해 갈수록 공학자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다음과같은 물음들이 꼬리를 문다. 4차 산업혁명의 기치 아래 추구되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방향성은 바람직한가? 치열한 무한 경쟁 속에서어나는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기술발전을 열렬히 추구하면서도 포스트휴먼 시대를 막연히 두려워하는것은 적절한가? - P148

그러나 적정기술과 같은 대안 공학의 시도는 단순히 저개발국가들을 돕는 차원에서뿐 아니라, 기존의 기술 활동과 공학 교육, 그리고급격한 기술 발전을 다시 한번 반성하며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P154

특히 인간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강인공지능‘이 나타날 상황을 가정하고 이어지는 논의는 비현실적이다. 우선 그런 일이 실현될 수 있을지의 여부도 불확실하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직 인공지능의 사용 범위와 개발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할 것인지 논의할 시간은 충분하다. 따라서 기계와 인간의 대립을 말하기 전에 그러한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 P167

우리를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무리 많다 해도 비판적 사유와비판적 태도는 여전히 필요하다. 현대 기술이 가져온 변화의 의미를물어야 하고, 그것이 우리의 인간 됨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반성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 나아가 그 진보의 정당성을 납득할만한 논변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기술이 과거에 우리가 바라던 일을가능하게 했지만 행복의 조건도 바꾼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숙고는 단지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기술을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거대한 흐름에 비판 없이 매몰되었을 때 얼마나 비참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지 지금까지의인류 역사가 잘 보여 주고 있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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