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동 들어가는 길목(북인사동마당)에 새로운 존재가 등장했다. 작품이름 '일획을 긋다'

거대한 붓으로 먹물을 푹 찍어 일필휘지할 기세다.

먹물이 흘러나오는 곳...진짜 먹물이 아니라 까만돌 오석으로 음각처리해서 검게 보인다.

붓 뒤편

작가 윤영석의 낙관도 새겨있다




24개의 바닥원형판석에 새겨진 동서남북,
경사지게 벤치형으로 만들어서 앉아쉴 수 있다.
외국인 두명이 너무나 편안하게 다리를 쭉 뻗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설치작품을 잘 못하면 그야말로 흉물인데 이 작품은 보면볼수록 정이 간다.

이 작품을 만드느라 수고한 사람들을 위해 머리돌에 새겨진 내용을 살짝 옮겨와 본다.
http://blog.naver.com/insadongp/10024684816
(인사동프로젝트블로그, 설치과정을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도시가 작품이다'라는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으며, 인사동
의 위상과 품격높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마치 인사동을 화선지 삼아
거대한 원형의 획을 긋고 주변의 기운을 한 곳으로 끌어모으고 있는 듯한 형상의 이 작품은 서울의
중심이며 종로의 중심인 인사동의 문화적, 지정학적 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소중한 전통문화예
술의 공간으로 보존, 계승되어야 할 인사동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의지와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2007년 12월 14일
작가:윤영석 주최:서울시 주관: 서울시 도시갤러리 추진단, 서울시 공공미술 위원회, 종로구청
프로젝트 진행: 민병직 -석재시공: 삼흥석조 허흥수, 허순호 -청동주물: 청동시대 이재환
-원형캐스팅: 조보형
작가 윤영석씨 인터뷰
"인사동 거리 격조있는 멋을 살리려했죠"
"색을 칠한 게 아니라 특수 처리를 해 검은 색을 띄도록 만든 청동 주조물이에요." 인사동 입구에 설치돼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조형물 '일획을 긋다'의 작가 윤영석(50)경원대 교수를 지난 14일 조형물 개막 현장에서 만났다.
이 조형물은 서울시가 거리를 미술관처럼 꾸미는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주해 북인사마당(북측 교통섬)에 높이 7m로 설치된 작품이다.
먹물을 흠뻑 머금은 검은색의 붓 모양을 크게 만든 조형물이어서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하다.
특히 그동안 난해한 설치 미술을 주로 해온 윤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사동을 상징해야 한다는 발주 조건에 맞춰 품격이 있고 전통적이면서 격조 있는 소재를 찾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인사동이 관광 명소가 돼 복잡해졌지만 과거에는 지필묵 가게가 많았다"며 "과거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고 해서 격조 있는 쪽으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작품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의 공력이 깃들어 있다.
청동 주조물임에도 붓 조형물이 검은색인 이유는 청동에 흑연 등을 넣고 열처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붓이 원형으로 지나간 자리를 바닥에 형상화한 검은 획은 검은 색깔의 오석(烏石)을 음각 처리하고 담수를 흘려 일필휘지의 생동감 있는 기운을 표현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부산시립미술관 등에도 작품이 소장돼있을 만큼 국내에서 이미 입지를 어느 정도 굳힌 중견 작가다. 윤 작가는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왔지만 1994년 독일 유학 이후에는 개념적인 설치, 비디오 작품을 주로 다뤘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전시회로도 올해 3월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3.5차원의 영역'전을 꼽았다.
당시 그의 전시회에는 당구 큐대를 잡은 커다란 손과 당구공을 소재로 한 설치 작품,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리 보이는 렌티큘러 작품 등이 전시됐다.
그는 9월에는 신정아 사건 때문에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005년 4월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기획전에 출품했던 그의 렌티큘러 작품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시절 기획예산처가 구입한 미술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는 "신씨와는 전시 때 처음 만났다"며 신정아 사건을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사건 당시 밝히기도 했다. 신정아 사건에 대해서는 "그 얘기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사동에 자신의 조형물이 설치되는데 대해 부담은 없었을까?
"왜 없겠어요. 예술인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자신의 작품이 평생 남아있을 생각에 부담이 컸죠."
그러나 캔 커피를 한 모금 물고 자신의 작품을 올려다 보는 그의 눈가에는 의도한 작품을 끝낸 작가의 만족감이 묻어있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