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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복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1월
평점 :
-20261031 저자: 버트런드 러셀.
브로콜리너마저-행복
https://youtu.be/ko2P-fogyrA
두 번째 심리상담에 다녀왔다. 첫 번은 뭐라도 시작했다는 데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과제를 떠 안고 온 느낌이고 다녀와서도 잡생각이 자꾸만 든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지금의 곤란에 놓였다고 혼나는 느낌이 들어서 자기 반성도 하다가, 너무 싫은 걸 어떡해! 하고 자꾸 질질 짜게 된다.
러셀은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을 세운 사람이라고 들어만 봤다. 그런 사람이 이야기하는 행복론이란 어떤 걸까 궁금했다. 행복의 정복, 제목이 라임이 맞아서 마음에 들었다. 기복의 극복, 축복의 왕복, 제복의 착복, 시리즈를 마구 만들고 싶어지는 제목이다.
이 책은 이론서도 전문 지식에 대한 책도 아니고, 누구나 보라고 쓴 책이다. 오십 대 후반의 저자가 내가 겪어보니 이렇게 살아야 행복해, 하고 꼰대질을 하는 건데 조금 고급의 꼰대질이랄까, 친구는 소학 같은 거라고 했던가. 읽는 이의 행복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위와 주장을 담아 놨다. 읽기에 어렵지 않았고 글을 잘 써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읽기에 어렵지 않을 뿐, 여기서 이렇게 살아라, 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쉽지 않은 걸요, 하는 것이다. 오늘 상담에서도 이것도 저것도 다 못해요 안 돼요 이런다고 피드백을 받았었다. 남 이야기 잘 들어보고 그대로 따라가 봐야지, 그런 마음을 먹는 게 어려운 건 사실 게으르고 노력 안 하는 게 맞는지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에 대해 다룬 챕터가 있다. 그러면서 부모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이야기한다. 아이를 소유물처럼 다루지 말고 존중하라는 것, 당연한 일인데도 잘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너무 텔레비전에만 빠져 있는 작은어린이에게 보드게임-카르카손-을 하자고 했다. 여럿이 하면 더 재미있겠지만 둘이 해도 아이는 신나했다. 그냥 텔레비전 보지 말라고 소리만 질러대기보다 다른 놀이를 함께 하고 대안을 마련해주는 게 존중에 가깝지 싶었다.
일터에 가지 않는 날은 사실 별일 없다. 그냥 다같이 엄마가 만들어 준 생연어초밥을 저녁으로 먹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며 노는 평온한 날이다. 나는 그와중에 시간 들여 십리길 가서 줄줄 짜다가 왔지만 그건 뭐 오늘 같이 별일 없는 날 아닌 긴장되고 힘든 평일의 날들을 대비하는 일이니까, 그것도 노력이라면 노력이라고, 너무 스스로 아무것도 안 한다고 몰아부치지 말아야겠다.
+밑줄 긋기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 (17, 포기하면 편해)
-현명한 사람은 고민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때에만 고민하고, 고민을 해도 효과가 없을 때에는 다른 생각을 하며, 밤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79-80, 현명해지고 싶다.)
-나의 행동은 내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며, 결국 내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또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아무리 큰 슬픔도 이겨낼 수 있다. 마치 인생의 행복을 끝장나게 할 것처럼 보이던 심각한 고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사그라져, 나중에는 그 고민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조차 거의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자신의 자아는 세상에서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81, 내가 굉장히 자기중심적이었구만 싶었다.)
-어떤 불행이 닥쳐오면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을 직시하고 나서는, 그 불행이 그렇게까지 끔찍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적절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제시해보라. 그럴 만한 이유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나 자신에게 우주적 중요성을 가지는 가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얼마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꾸준히 응시하면서 진정한 확신을 가지고 “좋아, 그까짓 것 별 문제 아닐 거야”라고 말해보라. 그러고 나면 걱정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84-85, 시도해 볼 일)
-피로는 대체로 자극에 집착하는 데서 생긴다. 여가 시간을 잠자는 데 투자하는 사람은 피로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따분한 근무 시간을 보내고 난 사람은 자유 시간에는 즐겁게 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쉽게 접할 수 있고 겉보기에 너무나 매혹적으로 보이는 쾌락의 대부분은 신경을 혹사시킨다는 점이다. 자극에 대한 욕구가 한계를 넘는다면 그것은 왜곡된 성격이나 본능적인 불만족의 징후다. (87, 1930년에 나온 책이 뭔가 현대 미디어 중독 이야기랑 닿아 있는게 신기하고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질투는 민주주의의 기초다. (91, 참신한 주장이었다.)
-고상한 도덕관도 다른 여성에 대한 적의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고상한 도덕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기회를 가진 여성들은 질투의 대상이 되고, 이런 죄를 처벌하는 것은 덕행으로 간주된다. 이와 같은 특별한 형태의 덕행은 즐거움을 안겨주므로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92, 부러워서 그런 거라니)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
사실 질투는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일종의 나쁜 버릇이다. 질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사물 사이의 관계를 통해 보려는 데서 생긴다. (97)
-개연성의 법칙에 입각한다면,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냉대는 그 양에 있어서 엇비슷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주장처럼, 특정한 상황에 처한 어떤 사람이 혼자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해코지를 당한다면, 그 사람 자신이 그런 일을 자초할 만한 원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자신이 실제로는 입지도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가상하고 있거나, 아니면 무의식중에 남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나는 행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21, 억까 부정 중인 선생님…)
-첫째, 당신의 동기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반드시 이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둘째, 당신의 장점을 과대평가하지 마라. 셋째,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당신 자신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지 마라. 넷째,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해코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당신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고 상상하지 마라. (128, 피해망상 예방법)
-기계 생산의 궁극적인 목표는-아직 우리가 완전히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기는 하지만-재미없는 일들은 모두 기계가 대신하고 인간은 다양성, 창조성과 관련된 일들만 담당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164-165, 이제 인간은 점점 아무것도 안 하는 체제를 만드는 중인 것 같다.)
-어떤 것에 대한 취미와 욕망은 모두 전체적인 인생의 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취미와 욕망을 통해서 행복을 얻으려면, 그 취미와 욕망은 건강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회적 명예를 해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지 않고도 마음껏 빠져들 수 있는 열정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열정도 있다. (181)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가지 욕망만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람은 대개 심리적으로 깊은 문제를 가지고 있고,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하는 사람이다. (183)
-결국 이 여성은 엄청난 양의 자질구레한 일들에 치이게 되고, 얼마 가지 않아 모든 매력을 잃고 지성의 4분의 3을 잃게 된다. 그렇게 살면서도 매력과 지성을 잃지 않는 여자가 있다면, 퍽이나 운이 좋은 여자다.(204, 러셀 선생은 결혼과 육아에 뛰어든 여성이 겪는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 여성이 겪어야 하는 부당한 대접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가족들 옆에서 충실하게 의무를 수행한 대가로 가족의 사랑을 잃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여성이 가족을 소홀히 여기고 쾌활하고 매력적인 생활을 유지했다면 아마 가족들은 이 여성을 사랑했을 것이다.(205)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일부분일 뿐인데, 그것을 인생의 전부로 여긴다면 만족을 얻기 어렵고, 또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는 욕심 많은 부모가 되기 쉽다.
그러므로 어머니가 되었다고 해서 다른 여러 가지 관심과 직업을 포기해서는 안되며, 그것이 어머니에게도 이롭고 자녀에게도 이롭다.(222)
-자부심이 없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고, 자기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결코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234, 나 의자부심)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전문적 활동과 관련이 없는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해도, 깨어 있는 동안 줄곧 그것만 생각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239)
-물질세계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결한 오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기 쉬운데, 부모가 가진 이런 생각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252)
-행복한 사람의 인격은 분열되어 있지 않으며, 세상에 대항하여 맞서고 있지도 않다. (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