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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도로헤도로 (총23권/완결)
Q-HAYASHIDA / 시공사/DCW / 2020년 1월
평점 :
-20261027 저자: 하야시다 큐.
어쩐지 지쳐버려서 만화책만 줄창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도로헤도로를 1권부터 23권까지 며칠 동안 다 보았다.
처음 이 만화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제 만화 연재는 일본에서 2000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2016년부터 알라딘 중고매장을 순회하면서 몇 권을 모으다가 새 시리즈가 나올 때를 매번 기다리다 보니, 결국 2018년 완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전자책은 2023년에 적립금 모아서 한 권씩 깨알같이 모았다. 그래서 종이책과 전자책을 다 갖춘 책. 박스 세트로도 나왔지만 거기까지는 참기로...
정체 불명의 도마뱀 머리 카이만은 과거의 기억 없이 홀 이라는 세계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친구인 니카이도와 함께 홀의 인간을 연습 용도로 괴롭히는 마법사들을 처치하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낼 실마리를 찾아간다.
홀과 마법문으로 이어지는 마법사의 세계에는 버섯 마법을 쓰는 엔과 그 동료인 엘리트 마법사들이 패밀리를 이루고, 눈에 십자 문신을 새긴 하급 마법사 조직이 엔 패밀리와 적대 관계를 형성한다. 마법사는 악마의 지배를 받고, 수련을 통해 악마 시험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세계관으로 18년 동안 작가는 흥미로운 세계를 그려냈다. 마법이든 육탄전이든 전투씬이 많고 신체가 훼손되었다, 복구되었다, 죽었다, 살았다 해서 19금이 붙긴 했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나간 뚝심 덕분에 나는 가끔 다른 세상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이번에는 전자책으로 정주행을 했다. 그러니까 멈추기 힘들었다.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도 나왔는데, 작년에 여행가서 묵은 숙소에 로그인을 해 놓은 계정이 있어서 밤새 에피소드 전체를 다 보았다. 죄송합니다...
매번 진득하니 오래 뭔가를 하는 것에 대해 이 만화를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18년 간 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지. 나는 일을 시작하고 햇수로는 19년이 다 되었는데 그 중 5년을 쉬어버렸고 그 사이 감이 다 떨어져서 방황하는 영혼이다. 내가 그렇게 10년 이상 뭘 제대로 해 본 게 있던가. 지금부터 무얼 그렇게 진득하니 할 수 있을까, 회한 같은 게 남는다. 만화를 그리는 일은 좋아서 하는 일이었겠지만 그리기 싫은 날들도 많았겠지. 이제 난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할 만한 것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만화는 제법 해피엔딩이다. 과거를 밝혀내고 괴물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고 살아남은 친구들은 곁에 좋은 친구들을 두고 계속 살아간다. 함께 만두를 만들어 먹는다. 그렇게 에피소드 같은 인생이 행복한 게 아닐까 싶다. 매번 일 생기고 싸우고 떠나고 그런 건 이야기만으로 충분하다. 도로헤도로는 진흙구정물을 말한다는데, 내가 있는 곳이 진창이 아닌 것,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마법은 없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와 안온한 삶은 마음만 먹으면 곁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