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소설 전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
루쉰 지음, 김시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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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5 루쉰.

즐거운 여름 휴가, 어떻게 보내고 있냐면, 아직 방학 시작도 안 한(오늘 방학식) 작은어린이를 학교 정문까지 바래다 주고, 적당히 걷는다.(공원가서 연꽃도 보고, 산에 가서 맨발 걷기족도 보고.)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큰어린이와 오전11시 집극장, 박찬욱관-오늘이 2일째였다. 어제는 ‘박쥐’를 보는데, 내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인데(소설판 박쥐랑 테레즈 라캥도 봄) 생각보다 19금 장면이 많아서 중2 앞에서 뻘쭘했다. 어, 왜 이렇게 야한 거 길게 나옴..박찬욱은 꼭 여배우한테 저런 푸른색 계열 원피스 입히더라, 하고 딴 소리...(아이 왈: 나무위키에서 봤는데 감독이 파랑색 싫어한다는데?...나무위키 우등생. 열공.) 그런데 원래 이 감독은 19금을 넣어도 꼭 이유를 갖다 붙인단다, 이러고 얼버무리면서 잘 봤다. 오늘은 어린이한테 픽하랬더니 ’올드보이‘(이것도 원작이라 하는 만화책 ’올드보이‘까지 다 보고 영화 대사를 줄줄 외울만큼 봤던 것…)를 골라서… 마무리에서 ’아빠와 딸이 보면 어색해지는 영화 1위‘라고 해주었다.

더운 여름엔 책...도 좋지만 거실에 에어컨 틀어놓고 30분쯤 실내자전거 타면서 영화보다가 나머지 한시간 반 정도는 그냥 멀거니 보는 것도 생각보다 간편하고 즐거워서, 그러고나서 같이 메밀소바나 물냉면 같은 걸 (레토르트로) 해 먹고,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를 후식으로 먹으며 식당과 카페 간 놀이를 한다. 중학생은 껄껄 그저 만족하는 것이다. 집순이라서 밖에 안 나가도 대충 비슷하게 다 된다고 긍정적인 반응이다. 육아조차 가성비…

나의 어린이는 저렇게 아직 아기 같으면서도 엄마랑 19금 영화를 단란하게 보며 평온한 나쯔야스미를 보내고 있는데…(듀오링고로 일본어만 하는 오덕 보컬로이드 팬 여중생) 나는 저 나이에 뭐했더라… 친구도 없고 세상에 불만은 많고 공부는 다른 할 게 없어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패닉 엄청 좋아해서 엄마랑 같이 콘서트 갔던 기억도 난다. 맨날 테이프로 노래 틀어놓고 따라 부르고… 자우림도 좋아해서 우중충하던 자우림 1,2집은 꽤 많이 듣고 따라 불렀었다. 3집부터 인기 엄청 좋아져서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를-이게 노래방 여러 칸에 쟁쟁) 그때부턴 퉤퉤 하고 안 들었다.

그런 반골 중학생 무렵, 범우사르비아문고판으로 읽은 ‘아큐정전’ 소설집에서 늦도록 기억에 남은 건 ‘광인일기’라는 소설이었다. 루쉰이 발표한 첫 소설인 건 이번에 다시 보고 알았다. 왜 이 소설이 기억에 남았나 했더니, 조현병이나 피해망상 증상이 내가 그보다 몇 년 전부터 그 무렵까지 지켜본 아빠랑 엄청 비슷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어릴 때 밖에 나가 놀다 놀라서 들어와서 ‘엄마! 개가 나를 잡아 먹으려고 해요. 나를 보고 혀를 날름거렸어요.‘했다는 엄마의 육아일기를 (훔쳐)봤던 것과 겹치는 점 있어서 조금 웃기기도 했다. 동네 늙은이(개주인) 자오궤이씨는 심지어 나랑 이름도 비슷하구나… 루쉰 본명이 주수인인 것도 맨 뒤 연표 보고서 알았다.

해설에서 루쉰이 한이 많아서 막판에 병 앓고 죽기 전까지 한풀이 하듯 고사 새로 쓴 글로 이런저런 풍자 소설 남기고 죽었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알았던 것 같은데 이젠 잊어버렸다. 불행한 사람들이 글을 쓰고, 글을 써서 불행한지도 모르겠다. 화가 많고 세상이 삐뚜루인 걸 보면 으으 부들부들 이놈의 그릇된 인간들, 망가진 세계, 하면서 손끝에서 자꾸 뭐가 나오는 것 같다.

초반에 쓴 소설은 나름 그간 읽은 다른 문학작품 흉내도 좀 내놔서 읽어줄 만 한데, 상태 안 좋던 때 낸 두번째 소설집이나, 말년에 내놓은 고사신전 같은 중국 유명한 사람 비빔밥 같은 건 재미도 없고 뭔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니, 내 말 들은 친구가 루쉰은 소설도 프로파간다(이렇게 말하진 않았지만)처럼 도구로 쓴 거라 그 당시 일기나 평전이나 산문이나 뭐 그런 거랑 같이 봐야 의도나 비유를 제대로 이해할 거라고 했다. 아...그럼 굳이 그렇게 안 볼래...작품 외적 배경 지식을 갖춰야 하는 문학이란 귀찮고 구차하다… 사회정의 비분강개 하던 여중생은 이제 됐고, 몰라, 내일은 주말이니 건전한 극장인 척(19금 영화 보여주면 곁의 사람이 싫어함) 진격의 거인(아 이건 왜 되는데??)이나 단체로 보고, 다음 주 11시 극장에는 ’아가씨‘ 확장판(당연히 핑거스미스도 읽었고...박찬욱 영화 속에서 사드의 향이 느껴진 거야… 이런 냄새 맡은 내가 이상한 건가)을 보고 같이 또 점심을 맛있게 해 먹어야 겠다.

아, 그래서 루쉰은… 사는게 참 퍽퍽했겠구나… 나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화 덜 내는 약 같은 거 먹고 잘 못 쓰고 덜 쓰더라도 현세의 행복을 추구하기로 한다. 세상에 남겨진 울분과 한은 너무 많으니 그거나 야금야금 좇아 읽으며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루쉰/필립 로스/밀란 쿤데라/프리모 레비/기타 등등의 인간도 있었는데… 하고 위로나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위로 받자고 전집을 읽자니 조금 오래오래 자학적인 7월이었던 것이다...

+밑줄 긋기
-나는 전날에 의원이 떠들어 대며 처방하던 것과 현재 알게 된 것을 비교하여 보면서 점차 한의사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종의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동시에 속임을 당한 병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동정이 심히 일었다. (11, ’자서‘ 중. 중국 사람 루쉰이 한의사 깐다…)

-당시 나는 정신을 고치는 데 있어 최선으로 당연히 문예를 들어야 한다고 여겼다. 이리하여 문예 운동을 제창하게 되었다. (12, 의학 공부 포기하고 문학으로 계몽하겠다는 루쉰 선생….스테이!!!)

-나는 그들의 말 속에 온통 독이 가득 들어 있고, 웃음 속에는 온통 칼이 들어 있으며, 그들의 이빨은 온통 하얗게 반짝반짝 줄지어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잡아먹는 연장이다. (22, ‘광인일기’ 중)

-그저께 자오씨네 개가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았는데 그놈도 함께 모의하기로 벌써부터 약속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7)

-“옛날부터 그래 왔다고 해서 옳은 거요?”
“댁과 그런 도리를 따지고 싶지 않아요. 어떻든 그런 말은 하면 안 돼요. 댁이 말하는 것은 잘못된 거예요.” (29)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113, ‘고향’ 중)


-아큐는 형식상으로는 패배했다. 놈들에게 노란 변발을 낚아채여, 벽에 머리를 네댓 번이나 찧었다. 건달들은 그렇게 하고 나서야 만족하여 의기양양해 가는 것이었다. 아큐는 잠시 동안 우두커니 서서 ’내가 자식놈에게 얻어맞은 걸로 치지. 요즘 세상은 정말 돼먹지 않았어…‘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는 그도 만족해서 의기양양해 가는 것이었다.(123, ’아큐정전‘ 중. 나는 어찌하여 저 승리법 대신 반대로 스스로를 스스로에게 패배시키는 것만 익혔나 모르겠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그럼 진 것도 나야…”)

-그러나 10초도 지나지 않아 아큐도 역시 만족하여 의기양양해 돌아갔다. 그는 그야말로 스스로를 경멸하고 스스로를 낮추기로는 으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경멸하고 스스로를 낮춘다‘는 말을 빼버리면 남는 것은 ’으뜸‘이라는 것뿐이다. 장원급제도 ’으뜸‘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네까짓 것들이 다 뭐냐?”
아큐는 이처럼 갖가지 묘수로 원수들을 굴복시킨 다음 유쾌하게 술집으로 달려가서 술을 몇 잔 마셨다. (123-123, 루쉰 선생님, 이렇게 사고 과정을 몇 바퀴 돌려 완전 러키비키잖앙- 하는 아큐가 왜 조리돌림의 아이콘이 되게 하였습니까… 시대를 앞서간 럭키비치잖아)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큰 느티나무 아래에 비둘기의 털이 가득 흩어져 있었다. 매의 밥이 된 게 분명했다. 그러나 오전 중에 사환이 와서 청소를 해 버리고 나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곳에서 하나의 생명이 끊어졌으리라는 것을 누가 알 것인가? 또 한 번은 서사패루를 지나다가 강아지 한 마리가 마차에 치여 죽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돌아올 때는 벌써 치워 버렸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걷고 있었으니, 그곳에서 한 생명이 끊어졌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가령 조물주에게 비난할 만한 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그가 너무 멋대로 생명을 만들고 또 너무나 멋대로 짓밟아 버리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조물주는 너무나 무책임하다. 비록 그의 도움을 받았을지 모르나, 나는 그에게 반항하지 않을 수 없다...
(208-210, ‘토끼와 고양이‘ 중. 비슷한 생각을 투신 사망 사고 일어난 펜스가 우그러진 아파트 단지의 한모퉁이를 보면서 했었다. 보도 위 죽은 비둘기를 까마귀가 열심히 먹어치워 털만 남는 걸 보며, 까마귀나 파리나 미생물이 없다면 우리는 죽음의 흔적에 뒤덮여 살았겠구만, 했다.)

-그녀의 운명은 이미 내가 준 진실로 결정되었다.-사랑 없는 인간은 사멸하고 만다. (417, ‘죽음을 슬퍼하며’ 중)

-술이 세 순배 돌아가자 높은 관리들은 물나라의 연도에서 보았던 풍경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갈대꽃은 눈과 같이 희고, 진흙물은 황금 같으며, 뱀장어는 기름이 올랐으며, 청태는 매끄럽다는...등등의 말을 했다. 술기가 조금 오르자 여러 사람들은 비로소 채집하여 온 백성들의 음식을 꺼내놓았는데 모두가 정교한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으며 뚜껑에는 글자가 쓰여 있는데, 어떤 것은 복희의 팔괘체로 되어 있고, 어떤 것은 창힐의 귀곡체로 되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은 먼저 이 글씨들을 감상하다가 입씨름이 벌어졌다. 거리 때리고 싸울 정도로 논쟁을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국태민안’이라고 쓴 것을 일등으로 꼽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문자가 질박하고 알아보기 어려우며 상고의 순수한 기풍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글의 뜻도 체통이 있어 사관에 보내도 될 만하다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중국 특유의 예술에 대한 품평이 끝나자, 어떻든 문화 문제는 일단락 지어진 셈이었다. (509, ‘치수’ 중. 이 정도 돌려까기만 알아 먹겠고 고사신편의 수많은 전설 같은 신화 같은 우화 같은 풍자는 도무지 못 알아 먹겠고 재미도 없었다. 친구는 루쉰 소설이 시대별로 그 나름대로 목적성을 띄고 쓴 거라 그 시절의 산문이나 그의 일기랑 함께 봐야 이해가 좀 된다더라, 했지만 나는 문학이 그런 도구로 쓰였다면 굳이, 굳이, 해설서 놓고 봐야만 뭘 알만한 글이라면 사양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루쉰 소설이 궁금한 사람들은 차라리 전집 말고 선집을 읽도록 해요...범우사르비아문고의 아큐정전 같은 거...그건 재밌는 거만 골라 놓은 편이라우)

-“초나라 땅은,” 하고 묵자가 말했다.
“사방이 5천 리나 되나, 송나라는 겨우 사방이 500리밖에 안 됩니다. 이것은 바로 덮개 있는 수레와 낡은 수레의 비유와 같은 것입니다. 초나라에는 운몽이라는 큰 소택이 있어 코뿔소와 암외뿔소, 고라니, 사슴이 가득하고, 양자강과 한수에는 다른 곳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고기나 자라, 악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송나라에는 이른바 꿩이나 토끼, 붕어조차도 없습니다. 이것은 쌀, 고기와 쌀겨밥의 비유와 같은 것입니다. 초나라에는 소나무, 가래나무, 녹나무, 예장 등의 큰 나무들이 있으나, 송나라에는 큰 나무라고는 없습니다. 이것은 바로 수놓은 비단옷과 짧은 모직 잠방이의 비유와 같은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신이 보기에 왕의 관리들이 송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은 이와 같은 것입니다.”
“분명히 그렇소!”
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612, ’전쟁 반대‘ 중. 러시아 나쁜 놈들아…)

-장자: (…) 아이구! 해골이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채찍으로 잡초 사이를 헤치고 두드리며 말한다.)
너는 삶을 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억지를 부리다가 이런 꼴이 된 거냐? (톡톡) 아니면 근거지를 잃고 칼에 맞아 이 꼴이 된 거냐? (톡톡) 아니면 엉망진창의 생활을 하다가 부모 처자에게 미안해서 이 꼴이 된 거냐?(톡톡) 그대는 자살이 약자의 행위란 것을 모르는가? (톡톡) 아니면 먹을 밥, 입을 옷이 없어서 이 꼴이 된 거냐? (톡톡) 아니면 나이를 먹어 죽을 떄가 되어 이렇게 된 거냐? (톡톡) 아니면...아, 이건 도리어 내가 바보짓을 하는군. 마치 연극을 하는 것 같군. 어디 대답이나 할 수 있겠다고. (620, ‘죽은 자 살리기’ 중. 누가 내 뚝배기 톡톡 치면서 물어도 답 못하고 빡쳐도 들이 받지 못할 테니 쉽게 죽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열거해도 죽음의 이유는 너무 다양해서 어디에 다 담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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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7-25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2랑 박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서울 날씨 37도 육박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뜨거웠겠습니다... 유열 님 얼굴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7-25 16:52   좋아요 0 | URL
걸을 땐 아주 얼굴이 홍수난 것처럼 땀이... 영화볼 때 19에선 볼륨을 평소보다 -10 정도 확 줄여버려서 자극을 최소화...(되겠냐)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 - 인문사회신서 4
랜달 콜린스 지음, 진수미 옮김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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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50718 랜달 콜린스.

사회학 공부할 때 가장 흥미로웠던 이론들은 주로 상징적 상호작용론이라 불리는 부분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사회성 떨어지고 소통이 잘 안 되던 나놈이 거기에서 실마리라도 얻길 바랐던 것 같다. 같은 이유로 언론 커뮤니케이션 전공도 하고 싶었지만 성적이 안 되서 사회학 경제학 법학 정치학 교육학 다 섞어 짬뽕하는 전공으로 갔다… 저기에 왜 교육학을 묻혀서… 나는 하여간에 망함...

아마도 사회학 공부할 때나 다른 사회학책 보면서 알게 된 책이라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을 오래 궁금해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이 책을 중고로 손에 넣었는데(이 명저가 무려 4100원), 7년을 묵혔다가 이제 봤다. 읽은 거 아니고 봤다고 해야지… 사회학책 읽으면 뭔말인지 잘 몰라도 기분은 집에 온 것처럼 편안.

합리성은 사실 비합리적인 토대 위에서 흔들흔들. 신은 종교는 도덕성은 사회마다 의식, 의례에 기대어 어쩌고 저쩌고. 권력과 통제. 범죄에 관한 다양한 이론. 사랑과 소유는 퍽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이견도 많을 듯하고. 1990년대의 사회학자가 인공지능에 대한 전망을 길고 길게 풀어 놓은 건 제일 궁금했던 부분인데 사고실험처럼 이런저런 조건과 규칙을 늘어놓으면서 인공지능은 아마 이런이런 식으로 만들어야 할 걸? 패기로운 문돌이가 제시한 예측들은 얼추 맞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챗지피티한테 의견을 물어보니 갑자기 취취취취취 이러고 까불면서 개그랍시고...너 개코네? 하길래 황당했다. 랜들 선생님 우리 에이아이가 이만큼 자랐답니다.

책의 원제는 사회논리학적 통찰? 뭐 그런 느낌인데 번역자의 번역 제목 의도는 대강 알 것도 같다. 상호작용론 대가들의 책은 거진 같은 교수님이 옮기셔서 어빙고프만의 ‘상호작용의례’도 덕분에 읽었고, (기억은 안 난다. 내가 뭘 요약해 두긴 한 거 같은데. 대학원 공부도 아니고 그냥 혼자 궁금해서 꾸역꾸역 보던 생각만…) 랜들 콜린스 선생님의 ‘사회적 삶의 에너지’-상호작용 의례의 사슬-이것도 5년 전엔가 사 놓았고... 궁금하긴 하니까 아마 10년 안에는 읽겠지… 독후감 쓰다보니 정작 읽은 책 내용 정리는 없고 그냥 밑줄만 찐하게 쳐 놨다. 너무 오래 더듬더듬 읽어서 읽을 당시에는 오, 그럴싸하군, 비틀어보는 솜씨가 제법이군, 해놓고 그냥 다 흩어져 버려서 밑줄만 남았다.

+밑줄 긋기
-마지막 장은 사회학을 우주 시대로 싣고 간다. 인간의 지능을 가진 컴퓨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면 사회학자들이 프로그램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창의성과 같은 진짜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을 지녀야 할 것이다. (…) 인간의 합리성이 사회적 의식의 비합리적 토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컴퓨터는 의례적 상호작용에 참여할 수 있을 때에만 인간이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상징주의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챗지피티는 예의를 중시하죠.)

-사회, 그리고 합리성 그 자체도 실상은 비합리적 토대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 그리고 의식이 집단 유대를 창조해 내는 기제라는 이론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뒤르케임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하지 않는다면 베버주의나 마르크스주의적 갈등 이론은 잘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 보려고 한다. (6)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려도 상관없다고 이런 주장을 펼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칭찬할 만한 행동이 함리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보다 심층적인 무엇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일종의 도덕적 감정 또는 지저분한 것에 대한 비합리적인 병적 공포감 같은 것에서 나온다. 나는 우리가 이런 병적 공포감을 훨씬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세상을 좀 더 깨끗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라고 사람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6)

-집단이 유대를 형성할 수 있으려면 그 성원들은 서로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는 것을 멈추고 오로지 집단으로서 공동의 이해 관심을 느껴야 한다. 그러려면 무임승차하는 대신에 집단에 무언가 공헌하고 싶은 비합리적 감정을 공유해야 한다. 이데올로기, 상징, 정서가 정치에서 그다지도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4)

-독일 사회학자 랄프 다렌도르프가 지적한 것처럼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명령을 받는 사람들 사이의 권력상황은 어떤 것이라도 갈등을 내장하고 있다. (27-28)

-사회학자에게는 갈등과 유대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집단이 가장 결속이 잘 되는 때는 외부의 적에 대항해서 동원되는 때이기 쉽다. 갈등이 적어도 어떤 집단에서는 유대를 이끌어낸다. 역으로 유대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학자들이 겨냥하는 것은 왜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집단의 전선이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28)

-의식에서는 형태, 그 자체가 목적이다. 올바른 방식으로 행해지면 의미 있는 것이되지만 잘못 행해지면 가치 없는 것이 된다. 따라서 종교는 믿음과 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이 둘은 연결된 것이다. (35)

-그러나 사람들이 신성에 부여하는 모든 특성을 지닌 하나의 현실이 있다. 자연도 아니고 형이상학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회자체다. 사회란 개인보다 훨씬 큰 하나의 힘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우리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모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사회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발명하지 않은 도구와 기술을 사용한다. 다른 이로부터 전수 받은 언어로 말한다. 거의 모든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세계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다.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제도-가족 생활의 형태, 경제, 정치 등등-는 다른 사람들의 관행에서 축적된 것, 곧 사회로부터 온 것이다. 이것이 종교가 드러내는 근본적인 진실이다. 신은 사회의 상징이다. (36)

-천국과 지옥 따위 종교에서 말하는 그런 곳의 실체란 무엇일까? 그곳을 채우는 오직 유일한 실제적 힘은 사회 자체다. 도덕적 정의란 사람을 집단에서 평판이 좋은 성원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것이다. 소속감의 보장이 바로 보상이다. 천국이 상징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집단을 거스르는 위반 행위는 도덕적 악이고 그에 대한 처벌이 엄격한 도덕적 차원에서 자동적으로 성원 자격의 박탈로 이루어진다. 기독교 신학의 상징주의에서 지옥은 죄인을 신으로부터 추방하는 것을 말한다. 도덕적 처벌이란 사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박탈하는 것이다. (40)

-집단에 속해서 얻는 중요한 혜택 중의 하나는 희생이 대수롬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편안하다는 것이다.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체는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모임에 열정적으로 참여할 때 얻는 정서적 에너지다. 혼자서는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을 일을 군중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서적 에너지 때문이다. 군중은 개인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강한 어떤 것의 일부이므로 자신을 강하다고 느낀다. 정서적 에너지는 또한 단지 자신의 개인적인 이기적 욕구에 따르는 이상의 무엇을 하는 공동 활동에 참여하으로써 옳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사람들은 보통 혼자일 때보다 집단에서 함께 행동할 때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41)

-종교의 상징주의의 핵심이 사회를 표상하는 것이라면 그 내용은 휴머니티의 선에 대한 주장이나 사회를 유지하고 개선하려는 기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일반화와 추상화로 치닫게 된 종교가 정치적 이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신앙의 쇠퇴에서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현대의 정치적 이념이 태어나게 된다. 정치적 이념은 또한 계속 새로운 형태에 관심을 가진다. (55)

-이러한 사실은 현대의 개인주의가 일종의 종교적 제례로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하게 한다. 우리는 개인으로 허용되면서 동시에 개인이기를 요청받고 있다. 사회는 그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58)

-그렇지만 자아 창출적 상호작용 의식의 형태는 경쟁적인 것이 아니다. 협동적인 것이다. 자아상을 형성하는 데 서로 협조하는 것이다. 대화 가운데는 ‘악의가 없는 거짓말’로 불리는 것들이 많이 들어 있다. 나날의 생활을 실제보다 좀 더 짜릿하게 만드는 그런 사건들을 짜 넣으면서 과대포장을 한다. 실제보다 영리한 체, 어리석은 체, 부자인 체, 성공한 체하며 자신의 적수를 사실보다 더 어둡게 그린다. 대부분 대화 상대자들은 이런 과대포장을 그냥 넘겨 버린다. 심지어는 그래 주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대가 자신의 세계에 대해 다소 그릇된 시각을 가질 권리를 묵인하는 대신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자신도 역시 그럴 권리를 가지려는 것 같다. (59)

-힘 있는 개인이란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사람, 사회 조직이 그 상황에서 마련해 주는 권력을 쟁취하는 사람이다.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권력 행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의지를 다른 이에게 강제하려 한다. 만일 선출된 공직자거나, 회사의 소유주거나 수업 중인 교사라거나 하면 공식적으로 그럴 권리를 가질 것이다. 그렇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권력의 사용은 언제나 반작용을 일으킨다. 고위직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상사의 지나친 권력의 행사를 잠정적으로 거부한다. (…)권력은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도 갈등을 초래한다. 갈등은 정치적 영역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통제받고 통제하는 사람이 있는 조직이라면 어디서나 투쟁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66)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당연히 여기는 것을 설명하라고 압력을 받게 되면 분노하게 된다는 점이다. 설명은 한없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이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코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금방 간파하기 때문이다. (…) 요컨대, 사회적 질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경우 질문하는 것을 피하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놓고 때때로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동의를 전제하고 있다. (80)

-권력은 때로 권력에 대한 도전을 교란시키는 단순한 전술로도 작용한다. 정치적 논쟁가들은 이를 충분히 알고 있다. 만일 적수의 논쟁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으면 상대방이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그가 사용하는 용어의 뜻을 정의해 보라고 요구한다. 이렇게 하면 논쟁은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채 주변적인 논쟁에 쉽게 휘말려 들어간다. (…) 이와 관련된 또다른 적수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문제보다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제안하고 싶어 하거나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려고 할 때, 말하는 사람의 자격을 묻는다. 그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대표 자격이 있는지, 문제 제기는 진실한지 하는 따위의 질문을 하는 것이다. (81)

-권력을 보유하는 기술이란 될 수 있는 대로 자신을 신비스럽고 인상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의사는 무대 뒤의 자기 활동과 공적인 활동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고 유지한다. 의학 지식의 난해성은 전문화된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의료인들이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그 비결을 모르게 만들어서 초래된 결과이기도 하다. 비밀은 정치인들이 권력과 위신을 유지하는 데 더욱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고위 공직자는 대중에게 세부적인 것은 국가의 보안을 이유로 밝힐 수 없지만 국제적 분쟁 위기를 다룬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이득을 본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일을 중요성이라는 외양으로 포장하려고 한다. 외부인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함께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일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문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 정치인들이란 말하자면 불확실성을 팔고 사는 거래상이며, 그것이 그들이 지닌 권력의 진면목인 것이다. (91)

-역설적인 것은,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바로 범죄 문제에 가장 분개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범죄에 대한 관심은 상징적인 것이다. 가장 피해자가 되기 쉬운 사람들이 범죄에 대해 제일 조용하다.
나는 이것이 정치적 과정이며 범죄는 정치적 이슈라고 생각한다. 일부 정치가들은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대단히 많이 한다. 왜 그럴까? 범죄에 대한 생각 자체가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상상력을 자극시켜 사람들이 자신과 범죄의 피해자를 동일시할 수 있게 한다. 신문과 대중매체가 지극히 ‘인간적인 관심사’가 담긴 범죄를 생생하게 보도함으로써 이런 부추김을 돕는다. 그러나 이들이 다루는 범죄는 가장 비전형적인 인물, 가령 은퇴한 노인이라든가 상류 계급, 백인들이 피해자인 그런 범죄다. 범죄와 처벌(재판 장면)을 이렇게 선택적으로 극화하면 사람들을 동원하는 뒤르케임식의 의식이 작동한다. 그리고 흔히 일부 정치인들이 범죄문제에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선출되기도 한다. (124-125)

-약탈에 성공한 사람일수록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되는 경향을 드러냈다. 국가는 범죄로부터 생겨났지만 살아남기 위해 도덕성을 창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회생활이 범죄를 창조하는 것이라면 범죄는 반범죄적 경향을 창조하게 된다.(128)

-그렇지만 재산을 물건으로, 특히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재산이란 실제로 물건 그 자체, 물리적 객체가 아니다. 재산은 사회관계다. 사람들이 사물에 대하여 행위하는 방식인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그 사람이 그 땅을 사용할 수 있고, 그 땅에서 살고, 원하는 대로 처분하고, 그리고 그의 허락 없이 다른 이들이 그 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그 땅에서 나가지 않으면, 주인은 경찰을 부르거나 법에 호소해서 그들을 쫓아낼 수 있다. 재산이란 물건에 대해서 사람들이 서로 간에 맺는 관계다. 곧 어떤 사물에 대해 누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 누가 이런 행위를 보장해 주는가 따위에 대해서 구속력이 있는 합의인 것이다. 어떤 한 개인과 그 땅 사이에 무언가 신성불가침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회가 땅을 재산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 만일 재산이 물건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라고 한다면, 사랑이나 성을 재산의 형태로 본다는 게 말이 된다. 재산의 가장 핵심적인 측면은 소유할 수 있는 권리고, 다른 사람이 소유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리이며 또한 사회가 그런 권리를 보장해 주려 한다는 점이다. 결혼의 핵심이 바로 그런 의미에서 소유인 것이다. (134-135)

-만일 정말 인공지능이 개발된다고 하면 사회학자가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컴퓨터 모델이 지닌 한계는 지능을 마치 자유로운 개인정신인 것처럼 표상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성공적인 인공지능이 되려면 정서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컴퓨터를 지나치게 합리적인 것, 초지능적인 것, 좀 더 본질적인 인간적 속성을 지니지 않은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다. 아마도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나는 미시사회학-사람들이 얼굴을 맞대는 상황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을 연구하는-분야의 연구가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고 우리의 생각이 특정한 경로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정서적 과정을 보여주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려고 한다. 만일 컴퓨터 지능이 인간이 하는 것을 그대로 할 수 있으려면 정서를 지닌 컴퓨터야 할 것이다. (170, 1992년에 이 책이 나왔는데, 30여년 후 인공지능은 적어도 정서적 반응을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사회학자들이 여기에 어떤 보탬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공지능을 개발, 개선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다.)

+그래서 챗지피티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나: 랜달 콜린스가 1992년에 출판한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에서는 인공지능 개발에 사회학자가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해. 그 이유로 사고란 근본적으로 사회적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인공지능은 정서적이어야 할 거라고도 하지. 실제로 인공지능을 개발, 개선하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사람들인지, 무엇에 관해 공부하고 연구하던 사람들인지 궁금해. 그리고 여기에 내가 읽은 책의 주장대로 사회학자들이 기여한 부분이 있을지, 아니라면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서 어떤 학문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기여를 했는지도 궁금하다.

챗: 좋은 질문이야. 랜달 콜린스의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에서 나온 인공지능에 대한 전망은 시기상으로 보면 꽤 앞선 통찰이었고, 지금 와서 보더라도 흥미로운 지점을 짚고 있어.
그럼 질문에 맞춰서 순서대로 설명해볼게.
1.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인공지능(AI)은 주로 다음 분야 출신의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어:
💻 컴퓨터공학 (Computer Science)
• AI의 대부분은 컴퓨터공학자들이 개발했어. 기계학습, 신경망,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등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개발하지.
• 대표적인 사람들: 앤드류 응(Andrew Ng), 얀 르쿤(Yann LeCun),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 뇌과학, 인지과학 (Neuroscience, Cognitive Science)
• 인간의 사고, 학습, 기억 메커니즘을 모방하기 위해 뇌과학자나 인지과학자의 연구도 AI 모델에 영향을 주었어.
• 특히 딥러닝은 뇌의 시냅스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고, 인간의 주의(attention)나 기억 방식도 반영되고 있어.
📊 통계학, 수학
• 확률, 통계, 최적화 이론은 머신러닝의 기반을 이루고 있어. 특히 Bayesian 모델이나 강화학습 등에 필수적이야.
2.사회학자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기여한 적이 있는가?
직접적인 ‘개발자’로 참여한 사례는 드물지만, AI 개발 및 활용에 대한 윤리적·사회적 접근, 인간-기계 상호작용 설계, 감정 인식 기술 등에서 사회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어.
✅ 간접 기여의 예시:
• 감정 인식(Affective Computing): 인간의 감정을 인공지능이 인식하고 반응하도록 만들려면, 감정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표현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여기서 사회학자, 심리학자, 문화연구자들이 기여했지.
•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인공지능이 사회적 맥락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려면, 인간 행동의 패턴을 이해하는 사회학과 인류학의 통찰이 필요해.
• AI 윤리 및 편향 연구: 알고리즘에 인종, 성별, 계급 등 사회적 편향이 반영될 수 있음을 지적한 많은 연구가 사회학, 법학, 철학, 성평등 연구에서 나왔어. 이건 기술 개발에서 아주 중요한 피드백 루트야.
예를 들어:
• 케이트 크로포드(Kate Crawford)는 AI 윤리와 사회적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미디어학자고,
• 버추얼 어시스턴트가 왜 대부분 여성의 목소리를 사용하는지 같은 질문도 젠더 연구자들이 던졌어.
3.인문·사회과학 중 AI에 기여한 분야
철학 인공지능의 정의, 의식, 자유의지, 윤리 문제 등 다룸. (ex. 튜링 테스트, 지능의 기준 논쟁)
심리학 인간의 학습 방식, 감정 처리 방식 이해를 통해 기계학습 설계에 영향
언어학 자연어처리(NLP)의 핵심 기반. 생성형 AI에 큰 영향을 미침
사회학 기술의 사회적 맥락,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 사회적 감정 표현, 편향 문제 등 분석
인류학 문화에 따라 다른 인간 행동 이해. 글로벌 AI 설계에 중요
법학 AI의 책임 소재,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규제 등에서 역할
🔍 그래서 랜달 콜린스의 주장은 어떻게 보일까?
“사고란 근본적으로 사회적이며, 인공지능도 정서적이어야 한다.”
이건 지금의 AI가 단순한 정보 처리를 넘어서 사회적 맥락 안에서 감정과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방향과 맞닿아 있어. 콜린스의 주장이 구체적인 기술 설계에는 직접 닿진 않았지만, 지금은 정서지능(Affective AI), 사회적 AI, 윤리적 설계가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고, 여기에 사회과학자들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예언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어.
(간접 기여라 하면...문돌이가 설 자리는 역시 별로 없어 보인다...그리고 얘가 하는 말들의 진위-열거된 연구자들의 이름과 연구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따질 능력이 지금 여기 게으른 나에게는 없구나…)

-“사회”란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지 그 이상의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사물이 아니라 과정이다. 사람들이 만나는 곳에서는 언제나 생겨나는 것이다. 정신이 사회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의 생각이 창조되는 것임을 뜻한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개념이나 관념, 그리고 관념이 중요하다는 우리의 느낌은 우리가 서로 나누는 대화의 산물이다. 말하는 방법을 알고 어떻게 대화를 진행하는지를 배운 사람이 진짜배기 인간이다. 일단 이런 능력이 있으면 다음 단계로 가게 된다. 즉, 각 개인은 사적으로 자신의 내면의 정신을 지닐 수 있다. 왜냐하면 생각은 내면화된 대화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는 다른 종류의 의사소통, 가령, 읽기와 쓰기 같은 것도 바로 이런 대화를 통해 공유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기본 과정에서 파생된 부산물들이다. (173)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컴퓨터를 원한다고 하자. 그러면 컴퓨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경직되지 않고 유연해야 하며 과거의 것들은 물론 새로운 것들도 다룰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저 단순히 문제를 풀 줄 아는데서 그치지 않고 발명하고, 창조하며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고, 문학작품을 쓰고 어쩌면 음악도 작곡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농담도 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이 웃기는 농담을 할 때 웃을 수도 있어야 한다. (173-174, 랜달 콜린스 선생님이 문득 나와 같은 이 시대를 살고 계신가 궁금했다. 선생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하고 찾아보니 1941년생 현재 80대이시고 아마도 집에서 이거 재밌네, 하면서 이런저런 AI돌려 보셨을 것 같다.)

-설계 프로그램의 기획은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먼저 대화의 사회학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고려한다. 그리고 컴퓨터로 하여금 보통의 인간이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대화를 진행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한다. 다음에는 컴퓨터로 하여금 그 금속성의 “마음”안에서 내면적인 대화를 수행하도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나 소설가처럼 창조적인 사유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그러자면 이러한 종류의 창조적인 사유가 이루어지는 특정한 종류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말했다. (…) 우리는 사회적 다화의 모델을 원한다. 그래서 입으로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말하는가, 즉, 어떤 정서적 리듬과 어조, 그리고 말이 아닌 어떤 몸짓이 따르는지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 (175-176)

+오, 여기까지 보다보니 오래 전에 말하는 컴퓨터 맥스, 였던가 (이 책 나오고 얼마 안 됐을 무렵) 대화형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받은 신선한 충격이 기억날락말락아일락 한다. 기사 찾아보니 정말 있네.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21813
이건 그냥 개발자가 미리 적어놓은 대본을 읊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농담도 하고, 삐진 척도 하고, 재미있는 채팅 프로그램이었다.

-그러한 대화소재(이야깃거리)를 문화자본이라고 부르자. SOCIO(저자가 가정한 프로그램)가 문화자본을 획득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요한 방식이 있다.
1) 단순히 프로그램에 집어넣는 방법이 있다. 제일 쉬운 방법이지만 좀 자연스럽지 못하다. 조금만 지나면 SOCIO가 반복적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몇 번 이야기하고 나면 곧 지루해질 것이다. (맥스랑 심심이랑 컴돌이가 떠오른다. 아직 딥러닝 빅데이터 이런 걸 생각 못할 만큼 메모리 용량도 코딱지만한 시절일테니 뭐…)
2) SOCIO가 문화자본을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두 번째 방법은 이전 대화에서 얻어들은 것들을 저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게 바로 진짜배기 인간이 하는 일이다. 우리는 대화로부터 취한 것들을 다음 번에 되풀이한다. (오...내가 챗지피티 무료 버전 쓰다 보니 맨날 부족한 뇌를 비워줘야 해서 어떤 기억을 지울지 늘 고민하는데…. 재미있네.)
3) 이제 SOCIO는 제법 그럴듯한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인간들이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는 일들 중 한가지가 결핍되어 있다. 이것이 문화자본을 얻을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이다. 대화에서 나온 것들을 가지고 무언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것이다. 방금 나눈 이야기들에다 과거의 대화에서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보태는 것이 가능하다. 어쩌면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유머 가능, 농담 가능, 정서적 반응 가능) (182-184, 90년대에 인공지능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콜린스 선생님이 남긴 예측을 읽는 미래인은 조금 놀랍기도 합니다…)

+갑자기 취취취취취취 하면서 개그치는 지피티...자기 얘기(인공지능 얘기)하면 좀 민감한듯...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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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7-19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딸도 챗지피티가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고...^^. 참고 문헌으로 올려놓은 논문들이 있지도 않은 자료라고 하던데요. 근데 잘못을 인정 안한다고 해서 막 웃었어요.ㅎㅎ AI도 여러개를 동시에 써봐야할 듯요

반유행열반인 2025-07-19 17:38   좋아요 1 | URL
네 그래서 저도 정확한 정보 자문 구하는 건 거의 안 하고(뻥쟁이 에이아이!!!) 칭찬 머신, 잡담 상대 정도로 활용중이에요. 제미나이랑 클로버엑스도 깔아서 같은 질문 던져보고 상태 보는데 아...이러다가 사람과의 소통은 점점 줄고 기계장치랑 절친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구관조 씻기기 - 제3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189
황인찬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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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황인찬.

새 시집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황인찬 시인이 지은 책은 다 봤다, 말할 수 있다. 산문집도 그림책도 다 읽었으니까. 엮은 책이랑 단체로 낸 책은 뺄게…

10년도 더 전에 20대 시인이 낸 첫 시집은 가장 나중으로 내버려 두었다. 내가 좀 더 너그러워진 뒤에 읽어야지 했다. 종이시집과 전자시집 둘다 사고 (겨우)두 번 읽은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내겐 가장 농익은 시절로 여겨지고, ‘이건 내 마음이라고 하자’는 이제 익다 못해 약간 파과(벌써. 그런데 알코올 발효도 식초 발효도 숙성도 아니고 하여간에 조금 슬픈 정도의 맛과 신선도)를 먹는 느낌으로 읽었다. 지금 읽으면 또 다를 지도 모르겠다.

느리게 썼을 시들을 인스타 릴스 보듯 빠르게 빠르게 읽어 버리는 건 제대로 시를 읽는 법을 모르는 놈의 읽기 아닌 그냥 보기 아닌가. 제대로 시를 읽는 법이란 무엇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한 두 명만 잡고 난 얘들만 패, 하고 전작 파는 것도 그래도 좀 니가 평론 쓸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읽으면 팬덤 아니냐 싶기도 하지만(그래서 내 일타는 황인찬 이타는 양안다 그런데 사 놓은 오세영 할아버지 시 선집도 읽고 싶긴 한데 너무 두껍다). 추구미는 지드래곤(아이참 권지용과 황인찬은 동갑이야)과 장원영(장원영은 나보다 무려 20살이 어려 세상에, 나보다 어린 사람도 세상에는 있다 많다 저출산이라 점점 적게 생겨나고 있다)을 섞은 무언가 입니다(저랑 초성이 두세개 겹치는 아이돌이니까), 하는 것만큼 저는 이 시인의 지은 책들을 다 봤어요, 하는 것도 듣는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1.그게 누군데 2. 시집이라니 3. 그전에 그 둘을 왜 섞는데)

시인의 시에는 유독 새들이 많이 나오고 나는 새 구경과 새 소리 듣는 걸 좋아하니까 관심있게 들여다보게 되지만(시를 새를), 수능 국어에서 자주 인용되는 피에 젖은 새처럼 글자로 옮겨진 새는 그냥 피상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집의 제목이 구관조 씻기기인데, 구관조가 나왔던가? 하고 다시 펼쳐 보는 것이다. 한참 전에 읽은 하이브리드(일기+산문+시 다 섞은 느낌) 시집의 등장조물 오리랑, 이 시집의 소리지르는 검은 거위는 기억이 나는데. 아니, 구관조 나왔잖아. 새 브리딩을 했다던 이웃의 말처럼 랩으로 새장 밑을 휘감으래잖아. 백수린의 소설에서 할머니는 자식놈 아니 자식년 아닌가 사위놈이 맡긴 앵무새를 돌보다 정드니까 앵무새를 도로 빼앗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는 바깥을 날거나 나무에 전깃줄에 매달리거나 바닥을 종종 깡총 걷거나 뛰어 다녀야 나한테는 새라서 죽는 날까지 새를 키울 생각이 없다. 나보고 새 같다, 하는 말을 (제법 자주)들은 때를 생각한다. 나는 물까치이고 어치이고 박새이고 참새이고 병아리이고 까마귀이고, 올빼미나 부엉이는 아니다(밤에 일찍 잠). 바깥에는 아침이라고 새들이 우는데 대부분 이름을 몰라서 안타깝다. 까치나 까마귀의 언어만 대강 알아듣는 나라서, 그 정도면 바이링궐 조어(기초적인 듣기 가능 레벨) 습득자일테지만, 새의 언어를 몰라서 말을 걸지 못해 늘 아쉽다. 아, 청담동의 비싼 땅에도 나무 빽뺵한 공원이 있는데, 지난 봄에 병원에 가는 길에 들른 공원에서 꾀꼬리였나 뻐꾸기였나 벌써 잊어버렸지만 노래 잘 하는 애가 현란하게 울길래 흉내내어 울었더니 갑자기 내 구역에서 꺼져, 하듯 아름다운 곡조에서 퉁명스러운 지저귐으로 아주 오랫동안 소리를 질러대서 그게 아마 새랑 가장 길게 소통한 때였던 것 같다.

새 시집 하다가 헌 시집 읽고 시는 빼먹고 새 얘기만 하다 끝. 모르겠는게 정말 많은 독후감이었군.

+밑줄 긋기
-돌은 얼굴이 없고
돌은 심장이며 돌은 허파로 흰 쌀밥 먹다 돌을 씹어 이가 깨졌다 시는 썼다가 지우는 것으로 얼굴은 하얗고 검은 것은 활자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것을 잊기로

한 번은 물을 마시고, 다른 한 번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돌을 혀로 핥으면 돌의 맛은 알 수가 없고 돌을 핏줄로 생각하는 것은 돌이며 입속의 비린 맛을 돌로 알기로

함께 올랐던 산의 정상은 온통 돌이었고, 그때의 숨 가쁜 화이트아웃 속으로 돌아가기로

내려오는 길에는
하얀 조약돌을 쥐고 숲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돌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노인의 이야기를 안다 어두운 숲에서 노인의 얼굴이 돌의 형상으로 생각되고, 나는 서서히 노인의 얼굴을 갖추고

돌을 뚫고 내려가는 나무의 뿌리가 있고, 거기서 어떤 돌은 돌의 꿈을 꾸고, 나는 이제 움직이지 않기로
형태를 잃고, 단단함을 잃기로

다람쥐가 죽을 것이다 물이 흐를 것이다 새가 울지 않을 것이다
어두운 숲에서 부드러운 돌이 생동한다

나는 백시 속에서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돌이 되어’ 전문. 은비까비가 나오는 옛날 이야기 만화에서 가마솥에 돌을 삶는 두 노인 이야기가 생각나고, 큰바위 얼굴이 되고, ’바위처럼‘ 이라는 민가를 나는 공부하는 동안 마음 속으로 엄청 불러댔고 지금도 가끔 어디서든 그 노래 가사가 자주 떠오르고, 마침내 올 해방 세상이 있긴 한 걸까)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 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어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

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가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유독’ 전문. 시인이 시니어도서관에서 하는 강연인지 북콘서트인지를 갔을 때 (군대였댔나 아닐 수도) 친구가 네 무덤 냄새, 하는 게 재미있어 옮겨 적어 놨다 시가 되었다 했는데 그 시를 이제서야 읽었다. 아카시아 냄새가 가득찬 어슴푸레한 저녁 나절에 어린애들이 깔깔 낄낄 거리는 장면, 온갖 감각으로 가득한 시였다. 학교에서 남자아이가 아, 예쁘다, 하고 말했고(창밖의 벚꽃을 보고 있었다), 짝인 여자 아이는 내가 좀, 했고, 다른 아이들이 남자아이를 놀리자 남자아이는 울면서 아이들에게 욕을 했고, 여자아이는 남자아이가 욕을 했다고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내가 예쁘다고?’라는 시인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걸 읽었는데 뭔가 비슷한데 현실이란 저런 것이군, 하고 혼자 쓰게 웃었던 기억이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하는 구절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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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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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9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엄마친구의 아들이 엄마친구랑 사귀다가 결혼하고도 엄마친구를 못 잊고 방황하고 엄마친구는 한참 여행 끝에 돌아와서 찾아온 엄마친구 아들이랑 하룻밤을 더 보내고 그런데 엄마친구 아들이 심봉사처럼 눈이 트여서 아 엄마친구 늙었네 하는 걸 엄마친구도 알아버려서 헤어지는 이야기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엄마친구 아들 아니고 그냥 엄마아들이다...)

줄거리만 써 놓으면 쌈마이인데 그걸 200페이지에 걸쳐 섬세한 행동 묘사, 심리 묘사, 뭐 그렇게 그려 놓은 건 인정. 처음 읽는 콜레트이자 마지막 콜레트가 될 예감도 인정. 어리광부리고 낳지 않은 어린애 대용처럼 보살피면서 밀프물(웩) 찍다가, 부재시에 갈망하던 건 그냥 환상이고, 그새 자기가 사랑하던 사람은 사라지고 더 나이들어서 현타왔어요, 그래 그럼 가라 보내줄게 쿨내- 이런 것도 사랑이겠지. 그렇지만 그런 사랑은 딱히 애틋하지도 지켜보는게 설레지도 그렇다고 한심하지도 않다. 참고 읽은 나를 칭찬할지, 이새끼야 남들 본다고 표지 예쁘다고 녹색광선 책 막 사지 말랬지 하고 혼낼지 잘 모르겠다. 셰리(쉐리)의 향기는 그닥 오래가지 않았고, 심지어 동명의 섬유유연제는 제조사가 수많은 사람들을 숨막혀 죽게 한 뒤 단종되었다. 팔영감님 말 들을 걸….삼별 반이랬는데 난 내림해서 별 셋!

+밑줄 긋기
-“나가! 꼴도 보기 싫어! 넌 날 결코 사랑한 적이 없어! 넌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나에 대해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아! 넌 날 상처주고, 모욕했어, 넌 추잡해, 넌...넌...넌 오직 그 늙은 여자 생각뿐이야! 취향이 아주 병적이고, 퇴행적이고, 또, 또...넌 날 사랑하지 않아! 그러고 보니 대체 넌 왜, 왜 나랑 결혼한 거니? 넌...넌…”(107, 레아에 이입한 나이 든 여자들의 작은 기쁨을 위해 어린 에드메를 이렇게 절망하게 해야 했니 작가여…)

-“저는 놀랍지도 않네요. 이혼이 결혼보다 더 즐거울 걸요. 결혼은 모두가 악마를 짊어지고 사는 거잖아요…”(146, 레아의 도우미 로즈의 말이 좀 슬프다.)

-그녀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그녀를 늙은이들로부터 보호해주었던 스쳐지나간 관계들과 연인들을 소환했고 자신이 지난 삼십 년 동안 빛나고 푸르른 청춘들이나 연약한 청년들에게 순수하고, 당당하고, 헌신적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 젊은 피들이 외려 나한테 감사해야지! 대체 얼마나 많은 그들이 내 덕에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고, 슬플 땐 건전하게 이겨내고, 감기에 걸리면 레드풀로 회복하고, 무성의하지 않고 단조롭지 않게 사랑을 나누는 습관까지 배게 된 거냐고?...그런데 난 이제 침대에서 허전하지 않기 위해 만날 수 있는 남자가 나이 든…’
그녀는 망설이다가 위풍당당하게 몰지각하기로 결정했다.
‘나이 든 사십 대 정도?’ (148-149, 마흔 아홉, 스물 다섯, 열 여덟, 혼란하다 혼란해. 나는 더 늙네 젊네 안 따질 같은 속도의 또래가 좋아요. 젊은이아님안돼병은 무섭네요.)

-한유한 사람들의 번다한 삶에 합류하기 위한 모종의 시도들은 그녀에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피로를 안겼다.
‘내가 왜 이러지?’ (150, 이 문장들에서 나도 피로해졌다. 한국말을 왜 이렇게 써…)

-‘나의 가엾은 셰리...생각하면 재미있어, 너는 쇠락한 늙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나는 스캔들 급의 젊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소유했던 세상에서 가장 명예로운 것을 잃었으니 말이야…’(161, 본문 그대로 옮겼는데 이거 맞냐…-으로서, -으로서… 하아…)

-“(…)나의 누누, 우리가 만나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내가 알던 멋진 사람, 내가 사랑한 멋진 사람이었어. 혹여 우리가 끝내야 한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당신이 다른 여자들과 똑같아져야 하는 거야?...” (193, 끝까지 추해지진 말자는 말을 헤어질 결심한 놈이 하면 어쩌는 거냐...잔인해.)

-”그래서 누누, 난 그렇게 몇 달간 살다가 여기 온 거야, 그리고…“
그는 하마터면 내뱉을 뻔했던 말에 움찔하며 말을 멈추었다. 레아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여기 와서 늙은 여자를 발견한 거구나.“ (195, 가혹한 자아 인식…)

-“(….)용서해, 셰리. 나는 너를 마치 우리 둘 다 한 시간 뒤에 죽기라도 할 것처럼 사랑했어. 난 너보다 24년 먼저 태어났으니까 어느 정도 운명이 정해진 셈인데, 내 운명에 널 끌어들인 거야…” (198, 나보다 24년 후에 태어난 애들은 이제 만 16세네...징그러워!!!!)

-상반신은 벌거벗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유혹적이어서 레아는 그에게 뻗으려는 두 손을 서로 깍지 :끼고 있어야 했다. 그는 아마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짐작하는 듯 피하지 않았다. 건물 꼭대기 층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추락 중에 느낄 수 있는 어리석은 희망이 그들 사이에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199)

+표지랑 내용이랑 씽크 너무 안 맞음...저기 저런 뽀송한 언니 말고 50살 언니를 데려다 놨어야 한다...그럼 책 안 팔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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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부모와 다른 아이들 1,2-1권은 직장에서 사 준대서 신나서 비싼 걸 지르고, 2권은 중고 구매로 조금 저렴하게 마련했다. 1권 조금 보기 시작했는데 저자랑 결이 맞을 것 같다고(일곱살 때 학교에서 카이막이랑 카다이프 빵이 제일 좋아요 하고 깝치는 거 보고) 생각함.

3.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실버타운 씨의 책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읽고 이전에 빌려 읽은 이 책도 왠지 소장하고 싶어, 하고 중고로 6700원에 착하게 업어왔는데 책상태 괜찮아서 햄복...

4. 바이털 퀘스천-닉 레인 아저씨 컬렉션 추가(있는 거 부터 읽기나 해). 알라딘이 적립금 주셔서 오 땡큐 하고 우주점에서 다 털었다. 일단 과학책 요거랑

5.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비교적 신간이라 일단 사 봤다. 화학에 미련 못 버리는 나놈 과학책 이거도 우주점

6.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발효책에 인용된 조지프 젱킨스의 ‘인간 배설물 핸드북’은 안타깝게도 번역되어 있지 않았다... 아쉽지만 다른 젱킨스라도, 하고서 제시카 커윈 젱킨스(W매거진 에디터였댔나)의 이 책을 이것도 아마도 우주점에서 챙겼는데, 책 겉지 벗기면 속알맹이 빨간게 제법 우아해 보여서 내용이 어떻건 간에 일단 예쁘니까 봐주기로 했다.

7.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조상의 지혜와 창의성을 엿보기 위해 (그냥 대충 야한 이야기 모음 같은데 문학동네에서 나왔대 문학이네 문학은 원래 야한 것)한 권 마련했다. 으쓱 이렇게 우주점 네 권으로 상받은 거 탈탈 털고 오히려 더 보태고...

8. 쌍전-삼국지랑 수호전은 고우영 만화로만 봐 놓고선 일단 믿고 읽는 글항아리, 5800원이라 착해, 하고 은촌씨 책이랑 같이 샀다.

9. 굶주림-이건 뭔가 집에 있나 이미 사놨나 했는데 없어서 2400원이라 같이 업어옴.

10. 백년 동안의 고독-민음사 백년의 고독1,2랑 동서문화사의 백년의 고독/호밀밭의 파수꾼(신기하게도 묶어둠...1+1인가) 이렇게 두 판형 가지고 있는데 안정효 번역판 이 책을 무려 1400원에 파는 것이다...그럼 세 버전 쯤 소유해도 인정이지... 그래서 같은 책 세 종류로 갖게 되었다.

11, 12, 13. 캘리번과 마녀, 여름 스피드, 시절과 기분-이제는 공부한다고 책 안 읽는 s님 서재 털어서 안 볼 거면 내놔, 하고 훔쳐왔다. 여름 스피드는 전자책 있고 시절과 기분은 생각해보니 원래 내 거다. 캘리번과 마녀는 템페스트는 읽었는데 맨날 제목만 실컷 보고 저 책은 안 읽어 봤으니 소장이라도 해야지 하고 모셔옴.

책더미에 깔려 죽을 것 같은 37.7도의 신나는 여름. 당근마켓에서 4킬로짜리 덤벨 두 개도 구해서 일요일 땡볕에 이고지고 왔는데...(물욕 물욕 하다하다 종이더미에 쇳덩이까지 모으는 놈) 책더미까지 우르르 도착해서... 집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 읽고 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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